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대강당에서 열린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탁영란 대한간호협회 제1부회장(왼쪽)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전화가 왔는데 의사가 병동에는 없고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데 이 환자 지금 안 하면 죽을 수도 있고 할 사람은 나 밖에 없어서 불법인지 알면서도 했어요."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던 간호사들의 준법투쟁이 의료현장에서 '돌풍'으로 휘몰아치고 있다.
대한간호사협회는 지난 18일부터 운영한 간호사 불법진료 신고센터에 5일 동안 1만2000건의 신고가 접수됐다고 25일 밝혔다. 간협은 24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서울연수원 대강당에서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신고 현황을 공개했다.
진료보조인력, 이른바 PA로 불리는 이들 간호사는 부족한 의사를 대신해 병원에서 이들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현 의료법상으로 PA간호사는 불법이라서 간호협회가 운영하는 신고협회에 해당 내용을 제보할 경우, 신고한 간호사도 함께 처벌 받을 수 있어 신고가 지지부진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우려가 무색할 만큼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는 게 간협측의 설명이다.
최훈화 정책전문위원,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결과 발표서 발언. 연합뉴스25일 간호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센터에 접수된 신고는 총 1만2189건이다. 하루에 2천건 넘게 신고가 들어온 셈이다.
종합병원이 5046건(41.%)으로 가장 많았고 상급종합병원이 4352건(35.7%)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불법 진료 행위 신고 유형으로는 검사(검체, 채취, 천자)가 6932건으로 가장 많았고 처방 및 기록이 6876건으로 두 번째였다. 기관 삽관과 치료 처치, 초음파 및 심전도 검사 등도 포함됐다. 대리 수술과 수술 수가 입력 등도 1703건이 접수됐다.
불법 진료행위 지시는 교수에게 받았다고 응답한 경우가 4078건(44%)으로 가장 많았다.
병원 현장에서는 의사와 PA간호사 간 마찰로 업무 공백도 일부 발생하고 있었다.
대한간호협회 탁영란 제1부회장은 "전공의가 부족해 병원에서 의사의 역할까지 간호사가 다 하고 있는 곳에서 간호사들이 그동안 해온 의사의 업무를 거부하니까 병원장, 교수들과 의견 충돌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탁 부회장은 "병원이 운영되지 않는 사례는 없지만 굉장히 많은 다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희도 대응할 수 있게 대처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간호협회 불법진료 신고센터 안내 포스터. 대한간호협회 제공 간호법 제정안 논란이 PA간호사 문제로 불똥이 튀면서 정부는 지난 22일 입장문을 내고 '간호법안과 PA문제는 무관하다'며 진화에 나섰다.
복지부는 "간호법안이 시행된다고 하더라도 PA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는다"며 "관련 내용이 전혀 포함되어 있지 않은 간호법안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를 하였다는 이유로 대한간호협회가 단체행동에 나선 것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준법 투쟁'에 의료 현장과 정부의 압박 수위가 점차 커지면서 간협은 '의사 고발' 카드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간호법 관련 준법투쟁 1차 진행 결과 발표 기자회견. 연합뉴스탁 부회장은 "신고 창구를 만들어 법적 대응하는 부분도 검토중"이라며 "의료기관장들이 신고만 받고 어느 정도 하다가 멈추겠지라는 말씀을 하신다는데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PA 문제 해결을 위해 다음달부터 협의체를 운영해 개선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협의체를 통해 병원의 인력구조, 보건의료인 간 업무범위 등 PA문제와 관련된 전반적인 논의를 통해 제대로 된 개선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