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의 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대학 강의 도중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이라고 발언한 류석춘 전(前) 연세대학교 교수의 발언에 대해 법원이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4단독 정금영 판사는 24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류 전 교수에 대해 "피고인의 발언은 피해자 개개인을 향한 발언이라고 보기 어렵고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를 향한 일반적인 추상적 표현"이라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해당 발언이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류 전 교수는 2019년 9월 19일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전공과목 발전사회학 강의 도중 "직접적인 가해자가 일본이 아니고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 "위안소는 일본군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한 것"이라고 발언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시민단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에 대해서는 "정대협이 끼어서 서로의 기억을 새로 포맷하고 있다" 등으로 발언해 해당 단체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 강의의 전체적인 내용과 표현, 맥락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발언은 위안부들이 취업사기와 유사한 형태로 위안부가 됐다는 취지에 가까워 보인다. 해당 발언은 통념에 어긋나는 것이고 비유도 적절치 않다"면서도 "헌법이 대학에서의 학문의 자유와 교수의 자유를 보호하는 것을 볼 때 교수에 대한 제한은 필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현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류 전 교수의 발언에 대해서는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이에 정의기억연대는 '반인권적, 반역사적 판결'이라며 검찰에 항소할 것을 촉구했다.
선고 직후 정의연은 입장문에서 "국제사회가 공히 인정하고 있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실제적 진실을 재판부는 부인하는 것인가"라며 "학문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인간의 존엄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결코 우선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류석춘 교수는 일본 우익의 전형적 표현과 유사한 발언으로 역사를 부정하고 피해자들에게 깊은 상처를 입혔다"며 "피해자들을 외면하는 반인권적 판결일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반역사적 판결이며, 일반 국민들의 상식 수준에도 어긋나는 반사회적 판결"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