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왼쪽)·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오른쪽). 박종민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전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초청을 사실상 거절한 것이 당 안팎의 구구한 해석을 낳고 있다.
표면적으로 "건강상의 이유"라는 입장이 전해졌으나, 오찬에 참석하지 않으려는 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한 전 위원장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경율 전 비대위원의 인터뷰부터가 그렇다.
김 전 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한 위원장이 백수 상태이지만 금요일(4월 19일)에 전화해서 월요일 오찬을 정하기로 했다는 건 조금 저는 그 부분이 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의전상' 문제점을 지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건강상"이 "의전상"으로 해석되는 이유는 더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대구시장과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전상의 격차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4·10 총선 참패 직후 홍 시장을 가장 먼저 불러 만찬을 함께 했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에겐 '비대위원들과 동석'을 전제로 한 일종의 '떼 밥'을 제안했으며, 시점상으로도 후순위로 설정했다.
한 전 위원장의 자존심에 상처가 날 수 있는 시점과 형식을 내밀었다고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더구나 한 전 위원장은 지난 1월 1차 '윤-한 갈등' 당시 충남 서천시장에서 윤 대통령과 만나 '90도 폴더인사'로 정치적 화해 제스처를 취한 적이 있다. 지난 3월 2차 갈등 때는 서해수호의날 기념식에서 만났었다.
대통령실이 제시한 의전은 3차 '폴더인사'를 요구한 것과 같은 셈이다. 바라보는 시각에 따라 한 전 위원장이 거절한 의중은 '한 번 더 고개 숙일 수 없다'라는 무언의 신호로 읽힌다. 그가 윤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홀로서기'를 시도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한 전 위원장의 정치 복귀는 그가 구상하는 대로 진행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세력의 한계 때문이다. 주류의 전폭적인 지원 혹은 비주류 인사로 거듭나야 하는데, 양측 모두 난점이 깔려 있다.
우선 거론되는 것은 친윤(親윤석열)계의 반감이다. 두 차례에 걸쳐 윤 대통령과 대립하며, 임기를 3년이나 남긴 대통령과 척지면서 주류 측의 지원 사격을 받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비주류의 전적인 지원을 받는 것도 아니다. 이날 비윤(非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정치는 결과책임"이라면서 "(한동훈이) 우리 당 비대위원장, 대표 대행했잖아. 총선 참패 당연히 책임 있죠. 어떻게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대통령이 책임이다? 아니 선거 누가 치렀나. 선거 치른 당이 1차적 책임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고 밝힌 뒤 자리를 뜨고 있다. 황진환 기자한 전 위원장이 비주류의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총선 패배의 책임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정권심판론을 부르짖는 상황에서 '운동권 심판론'으로 맞불을 놓았지만 역효과였다. 선거 프레임 자체가 강경 우파 기조로 채택되면서 중도-개혁 성향으로 확장도 동시에 무산됐다.
설상가상 총선 내내 선대위가 공조직인 당 사무처를 신뢰하지 않으면서 "조직 운영에 있어 능숙하지 않다"라는 지적도 나왔었다.
한 전 위원장이 지난 총선 참패에 대해 "나의 패배"라고 자인하면서도 정작 윤 대통령을 만나 고개 숙이는 것을 꺼리는 것을 놓고선 뒷말이 나온다. 한 전 위원장과 함께 비대위를 꾸렸던 인사 중 상당수가 낙천했거나, 낙선했는데 자신의 초청 거절로 남은 인사들마저 오찬의 기회를 놓치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은 "한 전 위원장이 당연히 비대위원들하고 함께 가서 만나는 자리여야 하는 게 당연한 건데 그건 의아하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