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스테파니 포프 보잉 상용기 부문 사장과 최대 50대의 보잉 항공기 구매 MOU를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항공 제공산업통상자원부는 21일(현지 날짜) 안덕근 장관이 미국 워싱턴 D.C. 방문을 계기로 개최된 대한항공과 보잉 및 GE에어로스페이스 간 '협력 강화' 서명식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함께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서명식에 기업 측에서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켈리 오트버그 보잉사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미국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한미 양국 관계 장관이 기념식에 공동 참석한 첫 사례"라며 "향후 항공, 반도체, 조선, 에너지 등 다방면에서 양국 간 협력 강화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이날 서명 내용은 사실상 새로울 게 없다.
산업부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보잉 간 서명 내용은 '2033년까지 보잉 777-9 20대와 보잉 787-10 20대 도입 및 향후 비슷한 조건으로 항공기 10대 추가 도입(총 249억 달러) 관련 '조속한 이행'에 합의한다'는 것이다.
보잉 777-9 20대 등 최대 50대의 항공기 구매는 대한항공과 보잉이 이미 지난해 7월 MOU를 체결한 내용이다. 아직 정식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상황인데, '조속한 이행' 즉, 대한항공이 대규모 보잉기 구매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게 이번 서명 핵심인 셈이다.
GE에어로스페이스와 서명 내용 역시 예비 엔진 8대 (옵션 엔진 2대 별도) 도입 및 엔진 정비 서비스 협력(총 78억 달러)의 '조속한 이행'에 방점이 찍혀 있다.
산업부는 "이번 서명식은 총 327억 달러(약 48조 원) 대규모 계약 체결에 앞서 '협력' 의사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덕근 장관은 "이번 항공기 및 항공기 엔진 분야 '협력'으로 인해 대한항공은 글로벌 10위권 내 항공사로 발돋움하는 동력을 얻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안 장관은 "해당 계약이 한미 간 물적·인적 측면의 다방면 교류를 더욱 활성화하는 물꼬를 트길 기대하며, 한미 업계 간 협력을 한국 정부 차원에서도 적극 지원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글로벌 10위권 항공사 발돋움은 보잉사 등과 '협력' 덕분이 아니라 막대한 비용 부담을 감수하며 보잉사 항공기를 대규모로 '구매'하는 데 따른 결과다.
대한항공의 보잉기 대량 구매, 보잉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수출'이 한미 협력이면 우리나라의 자동차 및 반도체 등 미국 수출도 양국 협력으로 부르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자동차 및 반도체 등 교역에서 발생한 무역수지 적자를 이유로 우리나라에 '관세 협박'을 일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