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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르포]영덕 산불 이재민 "의성산불 밥 봉사하고 왔는데…"

산불 이재민 대피소인 영덕국민체육센터 내부에 들어온 산불연기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산불 이재민 대피소인 영덕국민체육센터 내부에 들어온 산불연기로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김대기 기자
"이틀 전 산불 난 의성 가서 밥 봉사하고 왔는데…목숨이라도 건져 다행이지만 한 숨 밖에 안나와요"
 
26일 산불 이재민 대피소인 경북 영덕군 영덕국민체육센터에서 만난 영덕군 지품면 삼화리 부녀회회장 윤숙희(60)씨는 지난 이틀동안 일어난 일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연신 한 숨만 내뱉었다.
 
윤숙희 부녀회장은 지난 25일 오후 5시쯤 주민 대피 명령이 내려지자 마을 어르신을 대피소로 모셨다.
 
이 사이 윤숙희씨의 집에도 화마가 덮쳐 전소됐다. 집뿐 아니라 복숭아밭, 사과나무, 고사리농사까지 하나 남는게 하나 없다고 토로했다.
 
윤 씨는 "어른들 집집마다 가서 차에 태워 대피소로 모셨다"면서 "불이 이렇게 크게 날지 몰랐다. 달랑 손가방 하나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2년 전 남편이 나무하러 갔다가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신 뒤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면서 "이제 좀 마음을 추스르게 됐는데 화마로 인해 맘까지 다 타버려 제정신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윤 씨는 회원들과 함께 이틀 전 의성지역 산불 이재민을 위해 식사 봉사를 다녀왔다. 하지만, 이틀새 자신의 의성 이재민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 아직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같은 마을 장출이(87)씨는 "집이 다 탔다. 살림살이도 뭐고없이 하나도 없다. 혼자사는데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참은 한숨을 내쉬었다.
 
산불이재민 대피소인 영덕국민체육센터에 구호품이 들어오고 있다. 김대기 기자산불이재민 대피소인 영덕국민체육센터에 구호품이 들어오고 있다. 김대기 기자
산불에 영덕 전역은 희뿌연 연기와 함께 매캐한 냄새로 화마가 바로 옆에 와있음을 실감케 했다.
 
대피소 안까지 연기가 들어와 이재민들은 마스크에 의지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영덕읍 노물리 주민 공성곤(70)씨 가족은 강당 바닥에 담요 하나에 의지해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는 모습이다.
 
공 씨는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와서 집 밖으로 나오니 온천지에 불이 나 있었다. 우리집뿐 아니라 마을 전체가 폭삭 내려 앉았다"면서 "모두가 맨발로 점퍼 하나 걸치고 도망나왔다."고 말했다.
 
황재호(50)씨는 "대피하려는데 정전이 됐다. 암흑속에 불과 강풍이 너무 무서웠다"면서 "차를 타고 대피하는데도 불이 양쪽 산으로 날아다니는 모습에 공포를 느꼈다"고 말했다.

대피소 내 이재민들은 '안다치고 빠져나온 것만 다행이다'고 입을 모았다가도 '어떻게 살지 생각하면 멍해진다'고 망연자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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