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근 민주당 의원. 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일본 우익단체가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국회의원 명단을 버젓이 올려놓고 있지만, 우리 외교부는 수일이 지난 지금까지 제대로 된 명단을 확보하지 못해 비판을 받고 있다.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최대 우익단체 중 하나인 '영령에 보담하는 모임' 자료를 인용해 "올해 일본 국회의원 722명 가운데 직간접적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 의원이 총 306명(전체의 42.4%)"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 홈페이지에는 춘계예대제 기간인 4월 21-23일과 종전기념일인 8월 15일 각각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한 국회의원 명단이 공개돼 있다. 이 명단은 참배일 이후 약 2주 정도 뒤에 작성된 것이다. 8월 말에는 일찌감치 해당 정보들이 '전세계에' 공개된 셈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외교부는 야스쿠니 참배 의원명단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파악한 명단은 4월 168명, 8월 102명에 불과하다. 홈페이지에 공개된 명단의 절반 가량밖에 챙기지 못한 것이다. 정보력 부재가 지적되는 대목으로, 국회 관계자는 "업무태만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관계자는 "정부는 일본 정치인의 신사참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현하는 등 원칙적인 입장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며 "다만 이웃 국가를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따라 명단 공개를 자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설명대로 외교적 파장을 고려해 명단 '공개'를 자제할 수는 있지만, 명단 '확보'는 다른 문제다. 평화헌법 수정까지 고려하는 일본 정치 상황을 고려할 때, 어떤 정치인이 신사참배를 하는 등 우익성향을 강하게 드러내는지 우리 정부가 파악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본은 이미 야스쿠니 참배를 국민운동화시키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치인 상당수가 참배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명단을 보면, 한국과 일본 국회의원 교류단체인 일한의원연맹 소속 의원의 41.5%가 참배에 참여했다. '양국의 친선을 도모하고 상호교류를 통해 양국의 평화와 번영을 꾀한다'는 연맹 목적과는 일찌감치 선이 그어져 있다.
인 의원은 "우리 정부의 공식자료나 통계가 아닌 일본 우익단체의 자료를 인용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며 "외교부의 반성과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