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국방부정책기획관이 8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남해상의 우리 방공식별구역(KADIZ)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설정한 우리 비행정보구역(FIR)까지 확장하는 안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FIR은 이어도 남쪽 236km까지 뻗어 있어 이어도는 물론 우리 영해인 마라도와 거제도 남단 홍도 인근 영공까지 포함한다. 윤성호기자
우리 정부가 8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확대를 선포한 데 대해 미국과 중국, 일본 등 관련국들로부터 우려스러운 반응은 없었다. 각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이슈인 만큼 '지지'를 받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했고, '공식 반발'을 야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름 선전했다는 평가다.
= 미국은 '높게 평가'...중일도 우려스런 반응 없어
미국 정부는 한국의 공식발표 뒤 곧바로 서면 논평을 통해 "한국이 주변국들과 사전협의를 통해 책임있고 신중한 방식으로 이번 조치를 추구한 것을 높게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도를 포함하는 방공구역 선포로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있었던 일본의 경우, 외교채널을 통해 "한일이 이번 문제를 잘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날 관방장관의 공식 입장 발표에서도 유감이나 비판의 내용은 담기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KADIZ에 동의하는 기류라는 것도 이런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CADIZ)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힌 만큼, 중국도 공식적으로는 KADIZ를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지는 않을 예정이다. 하지만 중국은 "한국과 맞설 생각은 없다.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취지의 메시지를 한국 측에 전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앞서도 중국은 CADIZ 선포 당시 외교채널을 통해 한국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는 설명을 해왔다.
= 효력발생 시기 설정 등 외교마찰 줄이려는 흔적 곳곳
애초 KADIZ 확대는 동북아 '현상 유지'를 강조하는 미국은 물론, 방공구역이 겹치게 되는 중국과 일본의 반발이 예상됐던 사안이다. 그럼에도 관련국들이 평가 또는 사실상 묵인에 가까운 입장을 취한 데는 한국의 피말리는 물밑 작업이 보름 간 이어졌기 때문이다.
당장 새 KADIZ라는 결과물에서도 외교 충돌을 최소화하려는 흔적이 보인다. 이날 고시를 하고도 7일 후인 15일 효력을 발생하도록 한 것은, 고시와 함께 효력을 발생시킨 중국과 주변국에 대조적인 메시지를 주기 위한 조치다. 구역 설정 자체도 인천 비행정보구역(FIR)이라는 법적 근거를 토대로 했다.
= 밥 먹듯 밤 새는 막후 외교채널 가동
이런 결론에 이르는 과정에서는 정부의 모든 채널이 동원됐다. 김규현 외교부 1차관은 성킴 미국 대사와 수시로 접촉했고, 합참의장은 한미연합사령관을 만났다. 중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국방외교 2+2 채널을 가동했다. 외교부는 특히 박준용 동북아국장과 문승현 북미국장이 날밤을 새다시피 해가며 관련국 설득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