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0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민성호 교수 (연세대 원주의대 정신건강의학과)
4년 전 일입니다. 국세청에서 일하던 한 세무공무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유서 한 장을 남겼는데요, ‘내가 죽는 이유는 사무실의 업무과다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걸 확실히 밝혀둡니다’... 이런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후에 유가족들은 유서를 근거로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냈었는데요, 1심에서는 ‘업무과다가 자살의 직접적 원인 아니다’ 해서 기각이 됐습니다. 그런데 2심 재판부가 심리적 부검을 명했고 결국 부검 결과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사망이 맞다‘고 인정이 됐습니다. 심리적 부검... 굉장히 낯선 단어죠. 이게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어서 주목이 되는데요, 이번 감정에 직접 참여하신 분이세요, 연세대 원주의대 민성호 교수님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민 교수님, 안녕하세요.
◆ 민성호> 안녕하세요.
◇ 김현정> 사람이 죽으면 시신 부검을 하는 건 알고 있는데 ‘심리를 부검한다‘, 이건 어떤 건가요?
◆ 민성호> 심리 부검은 시신 부검과 마찬가지로 사망 원인을 찾는 건데요, 그런데 특히 자살로 돌아가신 분들의 자살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실시하는 부검을 ‘심리적 부검’이라고 이야기합니다.
◇ 김현정> 자살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 심리를 파헤쳐본다, 이런 말씀이세요. 그런데 원래는 자살사건이 발생하면 경찰에서도 주변인물을 조사한다든지 병원기록을 살핀다든지 이런 과정은 다 거치지 않습니까?
◆ 민성호> 그렇죠, 거치죠. 그렇지만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그런 일들에 대해서, 환자의 상태나 이런 것에서만 조사를 하지, 사실은 환자의 심리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환자의 무의식까지도, 돌아가신 분의 무의식까지도 분석하는 것은 사실은 쉽지 않고 또 조사하는 대상이나 양이나 이런 것들이 굉장히 많이 차이가 납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경찰들이 일반적으로 하는 그런 표면적인 조사가 아닌 정신분석가들, 전문가들이 무의식까지 분석한다 이런 말씀이세요. 그런데 이분이 이미 돌아가셨거든요, 죽은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분석하는지 언뜻 이해는 안 돼요.
◆ 민성호> 이번에 감정했던 돌아가신 분은 경찰부터 조사했던 양도 일반적인 조사보다는 상당히 양이 많았고요. 또 직장의 상사 또는 부하, 객관적인 자료들도 많았습니다. 일단 그 자료들도 분석을 했었고요, 그 다음에 망인의 알고 있는 가족들이나 또는 직장동료 또는 부하직원들, 이런 분들을 면담을 통해서..
◇ 김현정> 다 면담을 해서 일일이?
◆ 민성호> 예, 이분 돌아가시기 전의 상황을 제가 분석을 했었습니다.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김현정> 분석을 해 보니까 이번 국세청에서 근무하던 공무원 자살사건의 경우 1심에서는 업무가 과중한 건 맞지만 사망의 직접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미 패소가 됐거든요. 이게 지금 심리적 부검 후에 뒤집힌 거예요. 판결을 뒤집을 정도의 직접적인 근거는 어디서 찾으셨습니까?
◆ 민성호> 예를 들어서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에 유서가 언론상에 많이 보도가 되었었거든요. 그런데 물론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이 보고서는 저와 같은 마음이었을 것 같은데 저는 그걸 보는 순간에 깜짝 놀랐어요.
◇ 김현정> 왜요?
◆ 민성호>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고. 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책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책 읽기도 힘들고...' 이런 이야기들이 몇 자가 적혀 있는데 이분은 우울증이 상당히 심했구나 이런 느낌이 들었고,
◇ 김현정> 그 몇 줄 문장 보고도 우울증이 보통 단계가 아니었구나 라는 느낌을 받으셨어요?
◆ 민성호> 그렇죠. 그건 저희들이 환자를 봐오는 과정 중에서 이건 우울증의 특징적인 그런 증상이구나 이렇게 알게 되고요. 예를 들어서 돌아가신 양반이 최근 3개월 동안에 체중이 많이 줄었습니다.
◇ 김현정> 국세청 공무원 이분?
◆ 민성호> 네. 가족들의 표현에 의하면 허리가 34인치에서 31인치로 줄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거든요. 저는 이걸 보면 이건 당연히 우울증이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고, 그런 이미 드러나 있는 사실도 전문가들이 보는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를 규명할 수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일반인들 또는 정신과 전문가들이 아닌 또 수사를 하시는 분들은 그 똑같은 사실을 보고도 그냥 놓칠 수 있는 것들을..
◇ 김현정> 잡아내는 방식이라는건데, 그런데 우울증까지는 밝힐 수 있지만 그 우울증이 업무상의 과다한 스트레스 때문이라는 건 어떻게 연결을 시키나요? 사실 우울증이라는 게 조금 복합적으로 오는 게 아닌가요,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서?
◆ 민성호> 우울증이나 또는 자살이 한 가지 이유를 갖고는 오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다양한 이유가 복합적으로 나타나거든요. 이런 경우에 사회적인 것, 본인의 업무와 관련되어 온 것들이 좀 더 중요하게 작용을 했던 거구요. 예를 들어서 자살자들은 술과 관계된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술과 관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또 우울증과 관계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청소년 자살자들이나 성인들도 마찬가지지만 가족관계의 어려움 때문에 또는 갈등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가 많고 또 본인의 성격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들이 많았었거든요. 그런데 이제 돌아가신 망인 같은 경우는 그런 다양한 일반적으로 있는 원인들에 있어서는 특별히 더 자살할 만한 그런 이유가 많지 않았어요.
◇ 김현정> 근거가 없었어요?
◆ 민성호> 없다고 보기에는 재판은 승소 이런 것과 관계가 되어 있는데 사실은 조금씩은없는 게 어디 있겠습니까? 모든 이유들이 조금씩은 다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 상당하게 업무가 관여를 했다 이렇게 생각을 합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번 국세청 공무원 같은 경우에는 유서를 남겼어요. ‘나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것임을 분명히 밝혀둡니다’, 남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실 심리적 부검까지 가는 것도 사실 쉽지는 않겠어요?
◆ 민성호>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감정할 때 망인의 유서는 그렇게 많이 염두에 두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가요?
◆ 민성호> 네. 그 환자가 돌아가실 때 업무에 있어서 여러 가지 갈등들이 단순히 일이 많고 적은 게 아니라, 환자가 굉장히 억울했던 그러한 것들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것들을 우선은 (보았고), 제가 감정하는 데 있어서 (유서가) 그렇게 많이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이런 지적을 하는 분도 계세요. 심리적 부검이라는 게 과거의 기억을 바탕으로 부검을 하는 건데 정확하지 않은 거 아니냐, 돌아가신 분에 대해서 특히 우리나라 같은 문화에서 누가 안 좋은 얘기를 하느냐 다 우호적으로 그분이 보상받을 수 있는 쪽으로 얘기해 주지 않겠는가,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