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원격의료 도입과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발해 집단휴진에 들어간 지난10일 오전 수련 중인 인턴과 레지던트 등 전공의들이 휴진에 동참한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윤성호기자
인턴, 레지던트의 수련 환경은 전세계적으로 최악으로 여겨진다. 일주일에 100시간 이상 일하는 전공의가 전체의 43%에 달한다는 연구조사 결과도 있다.
응급실 등에서는 밤샘 근무는 예삿일이고, 하루 2~3시간 쪽잠을 자며 일을 하는 전공의들은 병원과 담당 교수와의 관계 때문에 운신의 폭에 제약이 따른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막내급 의사들이 이번 대한의사협회 파업 사태에 적극 나서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전공의 1만7천여명 중 7천여명이 10일 집단 휴진에 동참한데 이어, 2차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전공의들은 10일과 11일 긴급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오는 24일로 예정된 2차 파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서울대병원 소속 전공의는 7백여명, 서울아산병원은 6백여명 규모이다.
서울 빅5 병원 중 세브란스 병원은 10일 파업부터 참여한 상태이다. 여기에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이 합류하면서 총 세 곳의 전공의들이 빠지게 되면 진료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열악한 인력 구조 때문에 수술보조부터 실무 진료까지 전공의들에게 의존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이 이처럼 파업에 적극 참여하게 된 것은 정부의 지나친 강경 대응이 한 몫했다는 관측이 많다. 정부와 검찰이 파업 참여에 대한 형사처벌은 물론 의사면허 취소 가능성까지 언급하면서 투쟁 열기가 고조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레지던트 2년차는 "개개인이 어렵게 딴 의사면허를 볼모로 정부가 협박을 하는 것을 보고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경모드가 전공의 참여로 확산되면서 역효과를 불러일으키자 정부도 내심 당황하는 기색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대검찰청 공안부까지 나서서 의사면허 취소를 얘기해 솔직히 우리도 당황스러웠다"며 "부처간 발표 과정에서 수위 조절이 잘 안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