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가족 대책위원회가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하며 청운동사무소에서 철야농성을 벌인 가운데 23일 오후 대책위가 대통령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동 사무소 앞에 모여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유족들의 의견이 반영된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재차 촉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는 23일 오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이틀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청운동 사무소 앞에서 '박근혜 대통령님께 다시 한 번 면담을 요청합니다'란 제목의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주장했다.
가족대책위는 "어제(22일) 항의서한을 전달한 뒤 대답을 기다리겠다며 우리 가족들은 이 자리에 앉았다. 경찰이 동사무소 앞을 뺑 둘러싸 출입을 가로막기 시작했다"며 "심지어 화장실에 다녀오는 가족 3명의 길을 막아 한 시간 동안 길에 서 있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통령부터 장관, 국회의원들이 찾아와 인사하던 진도 체육관과 비교하면 몇 달 사이 정부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몸으로 실감합니다"라며 비통한 심정을 드러냈다.
가족대책위는 또 "국민이 지지하고 가족이 원하는 법률안은 정작 국회에서 별로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더니 여야 양당이 저들끼리 법안 합의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양당이 재협상을 시작했지만 다시 던져진 법률안은 가족의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 었다"고 비판했다.
가족대책위는 '진실'을 규명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선내 CCTV기록이 8시 30분경부터 일체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은폐하는 것이 아니고 불가능한 일"이라며 "끝내 진실을 숨기려 안간힘을 쓰는 중심에 청와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 약속이라도 받아야겠다. 진실이 두렵지 않다면 특별법 제정 결단도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닐 줄 안다"고 요구했다.
또 "다소 어려운 일이라도 사람을 살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 다시 여기에서 응답을 기다리겠다"며 대통령으로부터의 응답이 올 때까지 청운동 사무소 앞을 뜨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차 전했다.
이날 청운동 사무소 앞에는 안산에서 올라온 66명의 유가족들과 전날 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밤샘농성을 벌인 유가족 등 70~80명의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바닥에 깔개를 깔고 앉아 농성을 이어갔다.
경찰차 약 10여대가 청운동 사무소 주변을 빙 둘러싸고, 배치된 의경들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며 출입을 엄격하게 막았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유가족들의 항의로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청와대 사랑채 앞 분수대 인근에서 수사권·기소권이 보장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 촉구와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또 청운동 사무소 주변에 노란 리본을 달고, 노란 종이에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뒤 한데 모아 전달했다.
이날 청운동사무소 앞에 모인 유가족들은 눈물까지 보이며 참사에 대해 사과했던 대통령이 왜 자신들을 외면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에 “꼬오오오오오옥”이라는 한마디를 적은 한 유가족은 "특별법을 '꼭' 제정해 달라는 의미"라며 “2년 동안 선거가 없어 국민들의 심판을 받을 수 없으니 이렇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