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통일은 민족적‧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역사적 사명이고 경제적 측면에서는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룰 경제 재도약의 기회"라며 금융권이 통일을 위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준비를 할 것을 주문했다.
신제윤 위원장은 19일 열리는 '한반도 통일과 금융' 컨퍼런스에서 '통일과 금융의 정책과제' 발표를 통해 이같이 제안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통일에 대해 금융권의 기존 논의가 너무 공허하게 이뤄졌다"며 "통일을 위해 필요한 재원이 얼마고 이를 시장에서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 준비하고 노력해 줄 것을 독려하는 차원에서 금융위가 발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2% 수준인 북한 경제수준(GDP 33조 6,000억 원)을 고려하면 막대한 통일비용이 예상되고, 이를 국가 재정이나 해외 ODA를 통해서만 조달하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금융위의 인식이다.
이에 통일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금융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 북한개발 비용 약 5,000억 달러… 정책금융기관 중심으로 국내외 투자 유치 복안금융위는 북한개발을 위한 재원규모를 약 5,000억 달러로 추정하고, 철도와 도로, 전력 등에 약 1,75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통일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이 개발재원의 50~60% 수준인 2,500억~3,500억 달러를 조달하고 이를 바탕으로 추가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복안이다.
예를 들어 서울~평양간 고속도로를 건설한다고 할때 정책금융기관이 주축이 돼 인프라 펀드를 결성하고 펀드가 출자자 역할을 수행하는 식이다.
정책금융기관은 정부 출자액의 8~10배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할 수 있고, 이런 자금은 국가재정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전망이다.
또 정책금융기관의 우수한 사업 선별 능력은 북한에 대한 개발효과를 극대화하고, 민간금융기관의 참여를 유도해 투자 유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여기에 수익성이 확보된 프로젝트나 경제특구 개발 등을 통해 국내외 민간투자자금 1,072억~1,865억 달러를 유치할 수 있고 북한지역 세수와 자원개발 이익 등을 통해 1,000억 원을 조달할 수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그림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중앙집중체제 → 가격중심 시장체제 전환 꾀한다안정적인 경제통합을 위한 금융시스템 구축 방안도 제시됐다.
금융위는 중앙 집중체제인 북한을 가격중심 시장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초기에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간접금융 육성에 정책역량 집중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북한 전체 지역에 영업망을 갖춘 상업은행을 설립하고 국내 주요은행과 외국계 은행 등을 지점형태로 허용하는 방식으로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을 이식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주요 체제이행국의 경험사례나 우리나라 60년대 후반에서 80년대 초반 사례를 보면 자본시장을 통한 시장매커니즘보다 은행 중심, 간접금융시장을 통한 자원배분 매커니즘이 효과적이었다"며 "통일이 된다면 북한에 은행 중심 금융시스템을 어떻게 이식해줄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와 함께 정책금융기관이 산업발전과 인프라투자 등을 지원하고 은행 영향력이 미치지 않은 지역에는 제2금융권을 통한 서민금융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사회보장에 들어가는 국가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유상업보험회사나 민간 보험사가 북한에 빠르게 정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다만 증권시장 육성은 우선순위가 상대적으로 낮고, 은행시스템 구축에 우선순위를 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화폐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경제적 측면을 포함해 종합적인 시각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체제전환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과 대외지급여력악화, 재정적자가 급증한 경험이 있어 이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탄력적인 금융정책 운영기조가 수립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