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사진=박종민 기자)
헌법재판소가 19일 초유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과 소속 국회의원 5명 의원직 상실 결정을 내리자 논란이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등 정치사회적으로 커다란 후폭풍이 불고 있다.
정당해산이 비선실세 국정농단의혹을 집어 삼키는 등 정치 이슈 블랙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고 진보정치활동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 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 '이념 논란' 종식 원한 헌재, 현실은 '논란'만 키워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당장 커다란 사회적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정치사상적인 편협함을 지적하는 반대론과 종북정당으로 당연한다는 찬성론이 부딪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정당에 내려진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 나온 반면 새정치연합은 통진당 노선에 선을 그으면서도 통진당의 해산판단은 국민의 선택에 맡겼어야할 일이라는 입장이다.
통합진보당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상규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19일 CBS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해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소설 같은 이야기"라며 "당의 강령 어디에도 그리고 당 주요 인사들의 어떤 이야기에도 이런 부분이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에 사는 김모 씨는 CBS에 출연해 "헌재의 8대1 결정은 올바른 결정으로 존중돼야 한다"고 찬성입장을 밝혔지만, 수원에 사는 오모 씨는 "국민적 합의보다는 헌재재판관 보수적 구성에 따른 결정으로 진보성향 재판관이 많았다면 어떤 결정이 나왔을까 정치적 논란이 많은 한국에서 나온 헌재의 정치적 판결이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향후 헌재판결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진영 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을 내린 19일 오후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가 서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정권 2년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헌법재판관 9명 중 6명이 '보수성향'헌법재판관들의 면면을 보면 9명 가운데 7명이 박근혜 대통령과 여권, 대법원장이 추천한 보수성향 인사로 분석됐다.
재판관 중 3명은 박근혜 대통령이, 3명은 대법원장이 각 추천한 인사이고 여당과 야당추천 각 1명 나머지 1명은 여야 합의로 뽑힌 인물이다. 법조계에서는 박한철 헌재소장을 비롯해 다수의 재판관이 보수성향이 강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 '통합진보당 해산' 진보 정치지형 재편까지 이어지나?단기적으로 정당 해산 이슈가 부상하면서 정국의 초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적한 것처럼, 헌재결정의 논리와 적정성,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 등을 둘러싼 진보와 보수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단체, 국민들 사이에서도 광범위한 찬반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헌법정신에 근거해 결정을 내린다고 하지만, 그동안 이뤄진 각종 판결들을 봐도 헌재 판결은 고도의 정치적 판결이란 지적이 있어왔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는 더 크다.
여야와 세력 간 논란이 촉발될 경우 국정농단의혹은 국민적 관심권에서 자연스럽게 멀어지면서 정국의 물꼬를 돌려놓을 공산이 짙다. 정윤회 씨와 측근3인방의 국정개입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청와대로서는 수세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는 호기인 셈이다. {RELNEWS:right}
통진당 해산 논란은 이념갈등으로 이어지고 이 과정에서 진보정치가 크게 위축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시사평론가 유창선 박사는 19일 "이번 결정이 이념갈등을 더 부추기는 쪽으로 갈 것이다. 주류의 생각과 다를 경우 이념적 공격을 받게 되고 이념갈등도 격화되고 있으며 공안당국에서는 통진당 항의집회에 엄정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어 공안정국화의 우려도 제기된다"고 예견했다.
이와 함께 이번 판결은 진보정치권 재편의 촉매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헌법재판소가 정당을 해산하고 재건활동도 원천 불가능하도록 가혹한 결정을 내린 상태여서 진보정치권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활로모색과 합종연횡이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