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19일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 청구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박종민기자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청구가 헌법재판소에 의해 받아들여짐에 따라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예상외로 정당해산심판청구가 8대1의 숫자로 인용 판결이 내려졌기 때문에 나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기반은 확보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정당해산은 1956년의 독일공산당의 해산 이외엔 세계적으로 거의 유례가 없고,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대법원 상고심이 남아있기 때문에 헌재 판단의 시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정당해산은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느냐의 여부가 관건이다.
진보적 민주주의나 민중 주권이라는 통진당의 강령이 추구하는 목적이 대한민국의 헌법가치에 부합하느냐도 판단의 기준이 되었겠지만 본질은 통진당과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의 연관성 여부이기 때문이다.
‘청와대 문건유출’ ‘비선실세국정개입의혹’ 사건의 검찰 수사가 마무리 수순을 밟아가는 상황에서 이 사건을 희석시키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최소한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최종판단을 보고 헌재가 정당해산청구심에 대한 판결을 해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현재 판결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할 수 있는 충분한 개연성을 알았음이 분명함에도 시기적으로 왜 연내 처리를 택했는지의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헌재의 판결은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또한 “인민민주주의 독재방식과 수령론에 기초한 1인 독재를 통치의 본질로 추구하는 점에서 우리 헌법상 민주적 기본질서와 충돌한다”고 보았다.
그러나 정당해산 판결은 누구나 승복할 수 있는 탄탄한 논거를 갖추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통합진보당의 해산 반대 투쟁이 명분을 얻고 오히려 이념 갈등을 증폭시킬 우려도 있다.
또한 사상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결사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가 충분히 고려되었는지도 되돌아보아야 한다.
통합진보당은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과의 연루 여부를 떠나서 이미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상실한 정당이다.
지지율 2%대의 정당은 이미 국민의 이해를 표출하고 이익을 집약해서 정책으로 산출해 내는 정당 본연의 기능을 사실상 상실한 정당이다.
통합진보당의 모습이 이에 다름 아니다. 국민들 대다수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념도 정당체제와 제도권에서 표출됨으로써 통제되는 것이 오히려 지하로 잠복할 수 있는 개연성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헌재의 판단이 내려진 상황에서 인용의 근거를 가지고 이념적으로 대립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통진당의 해산이 그동안 선거때마다 등장하곤 했던 이른바 색깔론과 종북논란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념 논쟁을 증폭시키고 이념대결이 첨예화되지 않도록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신중히 대처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