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 (자료사진/노컷뉴스)
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 사상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성완종 전 회장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성 전 회장이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32억여원의 돈을 여야 정치인들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돈은 이 기간 동안 370여 차례에 걸쳐 나눠 인출된 뒤 뿌려진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찰은 경남기업 한모 부사장으로부터 이같은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한 부사장은 지금까지 검찰에서 두 차례 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그동안 소환조사 과정에서 한 부사장이 거액의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추궁한 끝에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성 전 회장은 지난 3일 소환조사에서 한 부사장의 진술 내용을 검찰로부터 전해 듣고 확인을 요구받았으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성 전 회장이 지난 9일 숨지기 전 인터뷰에서 “검찰이 저것과 제 것을 딜하라고 그러는데 내가 딜할 게 있어야지요”라고 말한 부분은 여야 정치인들에게 금품을 건넨 사실을 인정하라는 검찰의 요구였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지금까지 드러난 여권 정치인 8명 외에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의 여야 정치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앞서 성 전 회장은 지난 2007년 11월 행담도 개발 사업 비리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불과 한 달 뒤에 특별사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성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조사 과정에 3명의 변호인이 참여했다”며 “성 전 회장에게 소위 ‘딜‘을 제안한 사실 자체가 없다”고 해명했다.
‘경남기업 의혹 관련’ 검찰 특별수사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로부터 이런 내용의 수사경과를 보고 받았으면 조만간 한 부사장을 다시 소환한다는 방침이다.
수사팀은 한 부사장이 자신의 횡령 액수를 줄이기 위해 허위진술을 하거나 진술을 과장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발언의 진위를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성 전 회장은 검찰 조사를 받은 뒤 재무를 담당했던 한 부사장이 32억원 중 일부를 빼돌렸을 것으로 의심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특별수사팀 관계자는 리스트에 오르지 않은 인사로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에 대해 “수사 진행에 따라 일체 막힘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해 확대 가능성을 열어 두었다.
이를 위해 특별수사팀은 성 전 회장 유족들의 협조를 받아 성 전 회장이 남겼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품 제공 장부를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핵심 당사자인 성 전 회장이 이미 숨진 상황에서 ‘리스트’에 나타난 그의 주장을 뒷받침하려면 장부 등 물적 증거를 찾아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