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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년 역사도시 서울, '호텔천국'으로 거듭나나…"



사회 일반

    "1300년 역사도시 서울, '호텔천국'으로 거듭나나…"

     


    -대관정 일대, 근대도시사에 소중한 유적
    -호텔 허가 심의, 근대유산분과가 했어야
    -유적터, 옮기는 것 자체가 이미 훼손
    -최초 증권거래소, 서울시청 본관도 사라져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황평우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관장)

    대한제국의 영빈관으로 쓰였던 대관정, 혹시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이 대관정 터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영그룹이 이 대관정 터에 27층 규모의 호텔을 짓겠다라는 재개발안을 올렸고 이 안이 지난주에 문화재위원회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인데요. 학계에서는 대관정 터가 가진 역사성을 훼손시키는 결정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문가를 연결해서 자세한 얘기 들어보죠. 황평우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관장입니다. 관장님, 안녕하세요.

    ◆ 황평우>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먼저 많은 분들이 생소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금 논란 중인 대관정, 어떤 곳인가요?

    ◆ 황평우> 대관이라는 말이 크게 본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조선시대 후기, 구한 말에 여기에 서양식 건물을 지어서 외국에서 오는 여러 손님들을 묵게 하는 영빈관 역할을 했던 곳이죠. 여기서 건너서 보면 바로 그 앞에 덕수궁 앞에 중명전이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을사늑약 시에 이토 히로부미도 대관정에서 을사늑약을 진두지휘했던 이런 아픈 역사가 같이 있는 것이죠.

    ◇ 박재홍> 그렇군요. 역사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는 곳일까요?

    ◆ 황평우>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넘어가는 시절에 그 일대가 대한제국이나 일제가 굉장히 공을 들여서 근대 도시를 만든 지역입니다. 우리 근대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했던 역사적인, 정치적인 장소이기도 하고요. 또 대관정 같은 근대 건물들이나 철도, 호텔들이 들어서면서 우리 근대 도시 계획사에 있어서 매우 소중한 유적이고요.

    또 아시지만 서울시청 본관을 우리가 발굴조사 해봤을 때 조선시대 군기시 유적, 지금으로 말하면 병참기지라는 유적이 있었거든요. 총구나 화포 같은 것들을 만들었던 곳이죠. 그러니까 그런 지역과 연결되는 곳이라면 아마 심지어는 조선시대까지 올라간다면 매우 중요했던 터라고 봐야 되겠죠.

    ◇ 박재홍> 역사적으로 굉장히 의미 있는 곳이라는 말씀인데요. 그런데 이 지역에 지금 부영그룹측이 27층짜리 호텔을 짓는다는 것 아닌가요?

    ◆ 황평우> 네.

    ◇ 박재홍> 관장님은 이 사안을 어떻게 보고 계세요?

    ◆ 황평우> 문화재위원회가 여러 분과가 있습니다. 고고학 유적이 나온 것을 판단하는 곳이 매장문화재 분과고요, 근대문화재 같은 경우에는 근대유산분과가 따로 있어요. 그런데 이번에 보니까 매장문화재 분과는 단순히 고고학 땅에서 나오는 유적을 가지고 평가하는 곳인데, 왜 이 판단을 매장문화재 분과에서 했느냐는 아쉬움이 있죠. 저는 오히려 근대문화재 분과에서 판단을 했더라면 근대역사성이나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고요.

    아니면 매장문화재 분과와 근대문화재 분과가 합동으로 회의를 했으면 서로 좋은 의견을 타진을 해서 문화재청이 이렇게 실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번에 제가 판단할 때는 문화재청에서 좀 잘못 판단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역사성 있는 장소를 호텔을 짓겠다고 해서 덜컥 조건부로 허가한다는 게 국민적 논의나 역사적으로, 정치적으로나, 문화재적인 가치로 보면 너무 성급한 판단이지 않았나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죠.

    ◇ 박재홍> 그러니까 애초에 매장문화 분과가 아니라 근대문화유산 분과에서 논의를 했어야 되는데 논의 시작부터 잘못됐다는 말씀이네요.

    ◆ 황평우> 그렇죠. 첫 단추가 완전히 잘못 꿰었다고 할 수 있는 거죠.

    ◇ 박재홍> 이 결정은 다시 번복할 수는 없는 건가요?

    ◆ 황평우> 역사적인 가치, 건축사적인 가치 이런 것들을 같이 논의를 해서 다시 심의를 해야 되겠죠. 어차피 이게 조건부로 허가가 났거든요. 그러니까 조건부라는 건 부영그룹이 예를 들어서 대관정을 보존하기 위한 여러 조건을 이야기했는데요. 이 조건이 충족하느냐 안 하느냐에 대해서는 문화재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판단을 해야 되거든요, 심의를 해야 되고요. 이때 이제 근대문화유산분과와 같이 심의하는 과정들을 거쳐야 되겠죠.

    ◇ 박재홍> 그러면 과거에도 보면 이렇게 비슷한 사례가 있었습니까? 논의가 좀 부지불식간에 빨리 진행이 돼서 소중한 문화유산이 유실된다거나 사라졌던 그런 경험들 말이죠.

    ◆ 황평우> 워낙 많았죠. 지금 대관정 주변만 말씀드린다면 논의를 안 하고 했던 게 증권거래소라는 게 있었어요. 우리나라 최초의 증권거래소가 흔적도 없이 갑자기 논의도 없이 사라져버렸고요. 그 다음에 서울시청 본관도 사실 원형을 다 잃어버렸거든요.

    대한제국 영빈관 '대관정' (사진=문화재청 제공)

     

    ◇ 박재홍> 그런데 현재 부영 측에서는 대관정 터 지하에 시설물을 짓는 대신에 유적을 호텔 안으로 옮기고 또 호텔 정면에는 옛 대관정문의 앞면 부분을 복원하겠다, 이런 방식을 제안하고 있거든요. 이 안은 어떻게 보십니까?

    ◆ 황평우> 제가 이런 얘기를 드려서 죄송하지만 절대 믿을 수 없다고 봅니다. 왜 그러냐면 기업은 이권을 최대한 노리기 때문이에요. 유적을 옮겼다가 다시 온다는 것 그 자체가 훼손입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도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서울에 이런 많은 호텔이 들어서야 되느냐는 거죠.

    이제 1300년이 넘은, 조선시대 600년이고 백제까지 합치면 1300년 되는 이런 거대한 메트로폴리탄인데. 이런 역사가 있는 도시에 지금 남아있는 거라고는 지금 호텔밖에 없습니다. 우리 청취자분들도 아시지만 주변에 지나가면 전부 호텔이거든요. 과연 이게 호텔로 서울을 다 점령을 해도 이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의 역사성이 살아 있는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역사성이 있는 자리에 무조건 다 헐어버리고 호텔을 지어야 하느냐. 눈에 보이는 이익만 쫓아가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입니다.

    ◇ 박재홍> 알겠습니다. 현재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심의 보류결정을 낸 상태죠?

    ◆ 황평우> 그것도 보류지 거부는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보류라는 거는 어떠한 변경된 조건을 가지고 심의를 할 경우에는 심의를 해 줄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아직까지는 험난한 길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 박재홍>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한다고 보십니까? 조금 전 말씀하셨습니다만 서울시가 호텔로 다 채워질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우려도 하시는데. 호텔도시로 가기보다는 문화도시로 가야 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네요.

    ◆ 황평우> 그렇죠. 지금 박원순 시장께서 굉장히 역점 두고 있는 게 역사문화도시화거든요. 그래서 공청회도 여러 학자들을 불러서 했고요. 그렇다면 이건 시장 혼자만의 판단이 아니라 시민들이 한번 고민을 해야 되는 것들이, 제가 조금 전에도 말씀을 드렸지만 과연 서울이라는 이 역사적인 도시가 호텔로 다 점령을 하는 게 좋은 것이냐. 그렇다면 부영 측에도 이 부분에 대해서 고민하게끔 기업들도 이런 역사문화도시의 방향으로 가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역할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본다면 저는 부영이 여기에다가 어떤 역사문화공원을 만든다든가 아니면 서울시 같은 경우에는 이런 호텔부지들을 다른 지역에다가 좀 분배를 해 주는 이런 것들을 해야 되는데. 일본 방문객들이나 중국 관광객들이 보면 주로 명동이나 이런 도심지 안에서 활동을 많이 하시고 또 돈을 많이 소비하시거든요. 그렇다 보니까 부영 입장에서는 여기에 시장성을 놓치기 싫겠죠.

    ◇ 박재홍> 따라서 그런 부분이 면밀히 검토되어야 된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 황평우> 네, 감사합니다.

    ◇ 박재홍> 황평우 은평 역사한옥박물관 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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