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씨는 대학교 3학년 2학기에 재학중이지만 취업의 압박을 다른 사람들보다 더 무겁게 느낀다. 바로 나이 때문이다. 올해 27. 군대를 부사관으로 다녀온 뒤 지금은 다섯 살 적은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인생의 보물은 다양한 경험이라고 생각해서 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취업준비와 학업을 병행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면접 때면 늘 듣는 질문이 있다. "그 나이까지 학교 다니면서 뭐하는 거냐"는 것이다. 취업준비생인 그에게 갈수록 제일 두려워지는 것은 취업이 안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흘러가는 것이다. 그는 요새 '비육지탄'(정처 없이 시간이 흘러간다)이라는 사자성어를 품에 안고 살고 있다.
그는 육군 특수부대에서 중사로 제대했다. 군단의 눈이라는 특공연대에서 4년간 통신 부사관으로 복무했다. 지역대의 통신 업무를 담당했지만 보다 큰 임무는 3~40명에 이르는 대대 통신병들을 교육시키는 일이었다. 특수부대의 신경망과도 같은 통신 인력들을 요원으로 육성하는 일에 그는 지금도 자부심을 느낀다.
성실 하나로 하급병사들을 지도한 덕에 부대 내부에서도 그에 대한 신뢰가 높았다. 전역이 다가오자 주임원사는 "이 중사가 빠지면 부대는 누가 지키냐"고 한사코 제대를 만류했다. 그래서 장기 복무도 고민해봤지만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용기를 내서 제대를 선택했다. 주임원사의 말은 '이제 그만 하산하라'는 스승의 말로도 들렸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복학해서 전공인 문화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그는 역사 교육에 관심이 많다. 교실에서 이뤄지는 역사 교육이 아닌 현장에서 유물을 통한 살아있는 역사교육 말이다.
올바른 역사관이야말로 정의로운 세계관의 근원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가 취준일기를 기록하는 동안 터졌던 서부전선 지뢰도발 사건도 그렇다. 그 당시 우리도 북한을 정면 조준하라고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는 참으로 철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기계적이고 대칭적인 강경 대응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세계관이 얼마나 야만적인지 전방 특수부대 간부였던 그는 너무도 잘 알기 때문이다.
이성호씨는 요새 역사, 문화재단이나 박물관 쪽 모집공고를 눈여겨보고 있다. 교육의 필요성, 역사에 대한 관심 그 중간 지점에서 타협한 희망직종이지만 현실의 벽은 너무도 높다. 학력도 그렇고 나이도 그렇다.
하지만 그런 직업을 얻는데 필요하다면 대학원에라도 진학 할 것이다. "이젠 올 수도 없고 갈 수도 없는 힘들었던 나의 시절 나의 20대,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너의 길을 가" 그는 조용히 노래 '마음먹은 대로'를 읊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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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글] 이 기사는 청년실업자 100만 시대를 맞아 CBS노컷뉴스가 우리시대 청년 구직자들의 속내를 그들의 '음성'으로 세상에 알리기 위해 마련된 연속기획입니다. 취업준비생들의 애환을 나누고 그들을 위로하고 또 격려하기 위해서입니다. 구인 기업들에게도 서류와 짧은 면접으로는 미처 파악하지 못한 취준생의 면면을 보다 세밀하게 판단할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이를 위해 여러 취준생들에게 1개월 간 각자의 스마트폰에 자신의 목소리로 취업준비 활동을 매일 일기처럼 음성으로 녹음하게 했습니다. 물론 취준생들에게는 소정의 사례비가 지급됩니다. 제작진에 전송돼 온 한달치 음성파일은 편집 과정을 거쳐 미니 다큐로 가공돼 CBS라디오 뉴스에서 방송되고 있으며 이와 별도로 음성 파일이 탑재된 텍스트 기사 형태로 편집돼 이 기사처럼 매주 한 편씩 소개되고 있습니다.▶취준일기 코너 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