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에서 은거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사진=박종민 기자)
조계사에 피신해 있는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10일 경찰 자진 출두 의사를 밝히면서 25일 동안 이어진 은신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밤 10시 30분 서울 중구 조계사 경내로 들어갔다.
이달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폭력 사태로 얼룩진 직후다.
지난달 14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대회 사전집회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5월 노동절 집회 당시 폭력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체포영장이 발부된 한 위원장은 경찰 조사에 응하지 않으면서 경찰의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후 한 위원장은 대한불교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신변 보호와 중재를 요청했다.
화쟁위 측은 지난달 19일 2차 민중총궐기 평화행진 보장, 정부와 대화, 노동개악 중단에 대한 한 위원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중재에 나섰지만 경찰의 대화 거부로 논의가 진행되지 않았다.
민주노총과 정부측이 평행선을 달리며 은신이 장기화되면서 조계사 신도회측의 불만도 터져나왔다.
일부 조계사 신도들이 한상균 위원장 퇴거 요구하며 완력을 사용해 한 위원장의 옷이 찢겨지는 상황이 발생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박준 신도회 부회장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일부 신도회는 지난달 30일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에 들어가 한 위원장을 억지로 끌어내려다 실패했다.
폭력 사태 직후 단식을 시작한 한 위원장은 다음날인 1일 관음전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지키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동자를 위한 행동"이라며 잘 견디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지난 5일 진행된 2차 총궐기대회가 평화적으로 진행된 이후 자진 퇴거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한 위원장은 조계사를 떠나지 않았다.
민주노총 부위원장단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상균 위원장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지금 당장 조계사에서 나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지금 당장 나가지 못하는 중생의 입장과 처지를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사진=박종민 기자)
지난 7일 성명을 발표한 한 위원장은 "노동 개악을 저지하기 전까지 나가지 못한다"며 조계사에 계속 머물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쟁위원회가 새벽까지 이어진 면담에서 한 위원장을 설득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경찰은 체포 영장을 집행하겠다며 강공 모드에 돌입했다.
구은수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8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웅전을 방문해 삼배를 마치고 나서고 있다. 구 청장은 한 위원장의 신병 확보를 위한 협조를 조계종 화쟁위원회에 요청하기 위해 방문했다. (사진=윤성호 기자)
곧바로 8일 오전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정복을 입고 조계사를 방문해 한 위원장에 대한 영장 집행을 협조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강신명 경찰청장도 이날 오후 4시를 기해 24시간 동안 자진 출두하지 않으면 검거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결국 9일 오후 경력 1천여명을 투입한 경찰은 본격적인 체포 작전에 돌입했다.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한 지난 9일 한 위원장이 은신한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입구에서 경내 진입을 막아선 스님을 포함한 신도들과 경찰이 충돌하고 있다. (사진=윤성호 기자)
조계종단 직원들과 스님들이 관음전 앞으로 나와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는 등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달았던 조계사는,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의 체포영장 집행 중단 요청으로 한순간에 상황이 급변했다.
{RELNEWS:right}자승 스님의 요청을 받아들인 경찰은 영장 집행을 잠정 중단했고, 민주노총은 밤샘 회의 끝에 10일 자진 출두를 결정했다.
한 위원장은 오전 11시쯤 도법 스님과 함께 관음전을 나와, 대웅전에서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절을 올린다.
이후 자승 총무원장을 면담한 뒤 일주문을 나와 변호사와 함께 서울 남대문경찰서로 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