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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와 결별?' 전주, 오리온 떠난 대구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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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CC와 결별?' 전주, 오리온 떠난 대구 잊었나

    '우리 버리고 간다고?' 지난 3월19일 KCC-오리온의 챔피언결정 1차전이 열린 전주실내체육관은 만원 관중이 들어차 입장하지 못한 전주 팬들이 야외 응원석에서 KCC에 열띤 응원을 펼치는 모습.(자료사진=KBL)

     

    프로농구 KCC는 '2015-2016 KCC 챔피언결정전' 오리온과 1, 2차전 홈 경기 때 야외 응원석을 운영했다. 몰려드는 팬들을 전주실내체육관에 모두 수용할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체육관 앞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고, 300석 정도 간이의자를 마련했다. 이미 4600석 만원을 이룬 체육관에 들어가지 못한 팬들이 야외에서나마 뜨겁게 KCC를 응원했다.

    이미 KCC는 10여년 전 프로농구 최초로 야외 응원석을 운영했다. 2005년 3월9일 당시 14연승을 달리던 SBS(현 KGC인삼공사)와 정규리그 빅매치 때가 처음이었다. 당시 체육관에는 6367명 관중이 계단까지 빼곡하게 메웠지만 역부족이었다. 200석이 추가로 야외에 마련됐다.

    이후에도 KCC는 2007-08시즌과 08-09시즌 플레이오프 등 종종 야외에 응원석을 설치했다. 그만큼 전주는 '프로농구의 메카'와도 다름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열기를 뽐냈다.

    ▲안전 문제로 11년 새 수용 인원 1500명 줄어

    하지만 KCC는 전주를 떠날지 여부를 깊게 고민하고 있다. 낙후된 시설에 따른 안전성 여부 때문이다. 신축 구장을 지어놓은 경기도 수원시가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은 챔프전 이전부터 농구계에 퍼져 있었다.

    당시 KCC 관계자들은 지난달 1차전 때 만원 관중에 흐뭇해 하면서도 안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전전긍긍했다. 원래 전주체육관 수용 인원은 4600명. 그러나 워낙 팬들이 많아 일부 계단까지 200여 명이 더 입장했다. 1차전 공식 집계된 관중수는 4811명이었다.

    11년 전과 비교해 관중수가 1500명 이상이나 줄었다. 안전 상의 문제 때문에 입석 관객을 그만큼 줄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KCC 관계자는 "한꺼번에 많은 인원이 몰릴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지 모른다"고 강조했다.

    '저러다 다치는 거 아녀?' 전주실내체육관은 열광적인 홈 팬들의 응원으로 원정팀이 고전하는 경기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응원이 워낙 뜨겁기도 하지만 방음 시설이 완전하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다. 여기에 11년 전보다 최대 관중이 1500명 줄어든 것도 낡은 시설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3월 KCC-오리온의 챔프전 1차전 응원 모습.(자료사진=KBL)

     

    그만큼 KCC의 고민이 컸다. 구단 관계자들은 "시설이 낙후돼 개선을 끊임없이 요청했지만 전주 시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전주체육관은 1973년 준공돼 40년이 넘었다. 그동안 개보수를 해왔다지만 기본적으로 낡은 틀을 어쩔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수원이 신축구장으로 구애를 펼쳐오니 KCC도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진짜 전주 시에서 어떤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어떤 결정이 날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KCC 입장에서는 안전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그룹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된다. 종합 건축 · 산업용 자재 생산 업체인 KCC는 건설사도 운영하고 있는 굴지의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농구장 안전 사고는 기업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한 농구계 인사는 "홍보를 위해 농구단을 운영하는데 여기서 오히려 이미지가 안 좋아지면 누가 운영을 하려고 하겠는가"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5년 전 대구 떠난 오리온, 선택은 전주에 달렸다

    하지만 연고지 이전이 쉬운 문제는 아니다. 전주는 프로농구 수위를 다투는 농구 도시인 데다 모기업의 공장도 4개나 밀집한 최상의 연고지다. 새롭게 수원으로 팀을 옮기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

    여기에 이미 5개 구단이 밀집한 수도권을 비집고 들어간다면 전국구 스포츠를 표방하는 프로농구판 전체에도 좋지 않다. 이미 KCC는 대전을 연고로 한 현대를 이어받아 연고지를 전주로 옮겨왔다. 연고지를 이전하면 충청권에 이어 전라권에도 프로농구 팀이 없어지게 되는 셈이다.

    일단 KCC는 신중하게 여론을 검토해 연고지와 관련된 입장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국농구연맹(KBL)은 "아직 KCC 측에서 연고지 이전과 관련해 어떤 요청도 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요청이 들어오면 이사회 등을 거쳐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새 연고지에서 첫 우승' 오리온이 지난달 경기도 고양에서 열린 KCC와 챔프전 6차전에서 승리하며 우승을 확정한 뒤 홈 팬들의 축하 속에 우승 세리머니를 펼치는 모습.(자료사진=박종민 기자)

     

    다만 KCC가 전주에 잔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KCC와 전주 시 사정에 밝은 한 농구계 관계자는 "전주 시가 전면 개보수와 신축 구장 건설 등 대안을 찾아 KCC와 협의 중"이라면서 "KCC가 연고지를 이전하는 등의 전격적 발표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하지만 5년 전 오리온처럼 연고지의 전격 이전도 배제할 수 없다. 프로 출범 이후 대구를 연고로 해온 오리온도 낡은 시설 문제로 시와 갈등을 벌이다 2011년 6월 경기도 고양으로 전격 이전했다.

    물론 오리온은 당시 연고지 이전으로 적잖은 여론의 역풍을 맞아야 했다. 대구 시도 "야반도주"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나 이미 엎어진 물이었고, 고양은 지난 시즌 오리온의 우승 등 새로운 농구 메카로 착실하게 자리잡고 있다.

    과연 KCC가 어떤 결정을 내릴까. 또 전주 시가 대구 시의 전철을 밟을지, 아니면 새로운 농구 메카로의 대변신을 이룰지, 농구 팬들의 시선이 온통 전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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