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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軍인권침해 신고, 돌아온 대답은 "상관이 널 싫어해"

사건/사고

    [단독] 軍인권침해 신고, 돌아온 대답은 "상관이 널 싫어해"

    [침묵의 카르텔 군내 성범죄③] 실효성 없는 軍 양성평등센터 운영

    여군 1만 명 시대가 열렸지만 여군을 대상으로 한 군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갓 입대한 여군 하사가 수년간 부대 내에서 겪어야 했던 성폭력의 실태를 따라가보면서 군내 성범죄와 인권침해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연속 기획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단독] 18살 '미성년' 여군 하사에게 일상화된 성범죄
    ② [단독] 軍성범죄 폭로 뒤 "女화장실 못써 탄약통에 용변"
    ③ [단독] 軍인권침해 신고, 돌아온 대답은 "상관이 널 싫어해"

    (사진=자료사진)

     

    만 18세라는 미성년의 나이에 입대한 여군이 성추행과 인권침해에 시달렸지만 공식 신고창구인 양성평등센터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한 상담관은 군대의 각종 인권침해가 오히려 여군 본인 탓이라는 취지의 상담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눈물 흘리며 찾았지만…"매일 아침 문안인사 드려라"

    지난해 10월 부대 내에서 벌어지는 각종 인권침해를 견디다 못한 A(18) 씨는 문제 해결을 기대하며 사단 양성평등상담관을 찾아가 고충을 털어놨다.

    양성평등상담관은 지난 2015년 육군이 성폭력 근절을 위해 예방활동, 상담·처리, 후속조치 등을 통합하는 컨트롤 타워로 기존의 성 고충상담관제도를 통합해 만든 제도다.

    그러나 당시 상담관을 맡고 있던 모 상사로부터 황당한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임원사가 너를 마음에 안 들어 하는 것 같으니 매일 아침 문안인사를 드려서 마음을 돌려라"는 것.

    제대로 된 상담을 받지 못한 A 씨는 두달 뒤 육군본부 양성평등센터에 눈물을 흘리며 전화를 걸었다.

    2012년 상사로부터 수십회에 걸쳐 성추행을 당한 사실과 SNS를 통한 성희롱, 그리고 화장실 열쇠를 수거해 가 사용이 어려워진 상황, 유격 훈련 중에 벌거벗고 돌아다니는 남군들을 피해 냉동고에 '감금'됐던 일까지 모두 털어놨다.

    하지만 양성평등센터도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당시 파주 일대를 담당하는 1군단 민간상담관은 지역조정으로 인한 공석이어서 상담을 받을 수 없던 것.

    임시방편으로 서울의 수도방위사령부 민간상담관이 파견됐지만 지속적인 대면상담은 어려웠다. 결국 수도방위사령부의 민간상담관과의 면담은 1차례에 그쳤다.

    A 씨에 대한 상담은 결국 다시 사단으로 돌아왔고, 현역 부사관인 사단 양성평등상담관 B 상사가 A 씨를 담당할 수밖에 없었다.

    "문안인사를 드리라"고 조언했던 이전 상담관의 후임자로 새로 부임한 B 상사는 부대에 전입한지 2달 밖에 되지 않았고, 당시 A 씨가 첫 상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실질적인 상담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모욕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하나도 진행되지 않았고, 상담시간은 독서나 휴대폰 사용으로 떼웠다는 것.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했던 B 상사가 부대를 떠나는 날에는 A 씨에 대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고 떠나는구나"라고 말했다는 게 A 씨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당시 담당관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면서도 "당시 상담관은 갓 부임해 상담관이 채워야 할 교육시간인 128시간을 거의 이수하지 못한 상태여서 상관으로서 훈계하려는 욕심이 컸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어 "센터 상담의 경우 책임 권역별로 지원이 되기 때문에 전문 상담관이 계속 지원하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사진=자료사진)

     

    ◇ 위계질서에 얽매인 상담 "인원 부족으로 한계"

    올해로 개소 3년차인 양성평등센터는 군내 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 전문상담가를 섭외하는 등 야심차게 설립됐지만 실제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 교육을 받은 민간 상담관이 상담을 맡는 것이 최선이지만 인력에 한계 때문에 군단급까지만 배치되는 게 현실이다.

    사단급부터는 현역 부사관 출신이 상담 업무를 맡는 방식으로 상담관이 배치된다.

    이 때문에 군의 위계질서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역 부사관이 적절한 상담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관으로서 고압적인 태도를 보이거나 훈계식의 상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 명의 상담관이 맡아야 하는 인원이 지나치게 많아 업무도 과중되는 상황이다. 사단을 담당하는 상담관 한 명이 1만 2천명의 인원을 관리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성문제 상담 같은 경우는 상담관이 조직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는 게 중요한데 현재 육군의 양성평등센터는 그 구조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며 "성폭력 피해 여군들이 상담관을 신뢰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 관계자는 "사단 양성평등상담관들은 의무적으로 양성평등진흥교육원에서 교육을 받게 하고 있다"며 "미흡한 부분은 철저한 교육을 통해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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