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받기 최적화된 곳, 연예계
- "좋은 모습만 보여야…" 혼자만 끙끙
- 톱스타 되고도 불안감·자책 시달려
- 치료받아도 안돼? "맞는 전문가 찾아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 (그룹 SOS 출신)
인기 아이돌 그룹이죠. 샤이니의 종현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한류팬들이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제 오후에 사망을 했는데요. 어제 유서가 공개가 됐습니다. 역시나 깊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걸 우리가 눈치챌 수 있죠. 고등학교 때 우리나라 최고 기획사에 연습생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서 인기그룹의 멤버로 승승장구를 해 왔고 우리가 보기에는 남 부러울 것 없는 스타인데 대체 뭐가 그렇게 그를 힘들게 했던 걸까요. 심리전문가 한 분을 모십니다. 이분도 90년대 걸그룹 출신이세요. 1세대 걸그룹이죠. SOS의 멤버였던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박 소장님, 안녕하세요.
◆ 박상희> 안녕하세요.
◇ 김현정> 언제 활동을 정확히 하셨어요?
◆ 박상희> 저는 93년도에서 94년도? 너무 옛날 얘기이기는 하네요.
◇ 김현정> 그렇게 활동을 하다 그만두고 상담심리학 공부를 하신 거예요. 그러면 우선 심리상담소 소장으로서의 질문 드리겠습니다. 어제 종현 씨의 유서 어떻게 분석하셨어요?
◆ 박상희> 저는 이 유서를 보고 정말 종현 씨가 마치 제 근처에서 절규를 하는 것처럼 문장마다 다 마음이 아팠어요. 종현 씨가 얼마나 그 순간에 절망을 느꼈고 호소하고 싶었고 절규하고 싶었는지를 사실 이 유서에서 절절히 느꼈습니다.
18일 숨진 故 샤이니 종현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김현정> 특히 어떤 구절 기억나세요?
◆ 박상희> 첫 문장부터 ‘나는 속에서부터 고장났고 그다음에 이제 막히는 숨을 틔울 수 없으면 멈추는 게 낫고 또 나는 오롯이 혼자다.’ 이런 것들이 다 사실은 심리적인 이슈를 얘기하는 걸로 보였거든요. 그래서 사실 문장 한마디, 한마디가 다 사실은 좀 아팠습니다.
◇ 김현정> 그러니까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샤이니 종현이 도대체 왜? 잘나가는 아이돌이 왜? 사실은 아이돌 되고 싶어도 못 되는 사람들이 태반이고 그래서 우울증 겪는다는 사람은 이해하는데 이 스타가 왜 우울증에 빠졌을까? 이런 얘기들 하거든요.
◆ 박상희> 종현 씨가 왜 우울증에 빠졌을까라는 것은 사실은 정답은 알 수가 없어요. 왜냐하면 우울증이라는 것은 병이고 이게 정말 환경이나 경험이나 심리적인 것에서 올 수도 있지만 유전적인 문제에서 올 수도 있고요. 사실 안타까운 것은 그 우울증이라는 것은 전문가와 함께 조금 더 인내를 가지고 나으려고 하면 나을 수 있는 병인데 그 중간에 희망을 갖지 못했고 우리가 흔히 터널비전이라고 하는. 터널에 갇힌 듯한 그 터널을 통과하면 빛이 있는데.
◇ 김현정> 분명히 있는데.
◆ 박상희> 터널에 갇혀 있을 때는 그 빛을 보지 못하는 거죠. 나는 이 터널 안에서 끝까지 있을 거야, 그 절망감에 희망을 못 느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 김현정> 종현 씨가 왜 우울증에 걸렸는지는 정확히 말할 수는 없다. 케이스는 다 다르니까. 하지만 분명히 스타들이 겪는 어떤 정신적인 고통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여요. 걸그룹으로 활동하셨으니까 뭔가 공감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 박상희> 저도 제 주변에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친구들도 있었고 선후배들도 많았고 사실 상담사가 된 후에는 연예인들과 대화도 여러 차례 나눴기 때문에 사실 연예계라는 곳은 굉장히 화려하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죠.
◆ 박상희> 그런데 빛이 너무 화려한 곳에는 그림자도 있는 거죠. 연예계 톱스타가 되기 위해서 달려가시는 분들은 좌절되는 환경 안에서 자존감도 문제가 생기고 또 샤이니의 종현 씨처럼 톱스타에 있는 분들도 심적으로는 정말 과할 정도의 경쟁 그리고 아무리 톱스타이지만 미래의 나, 한 달 후의 나는 보장될 수 없다는 불안감. 거기에 이미 최고기 때문에 사람들의 기대는 너무 높은 것. 그리고 그 기대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는 것 같으면 혹독한 질책. 이런 것으로 인해서 굉장히 불안해하고 또 힘들어하고 있다고 저는 생각을 했고요.
그러니까 연예계가 굉장히 화려하지만 사실 이 사람의 마음이나 정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이제 트라우마라고도 표현을 하기도 하는데 상처, 스크래치가 난다는 표현도 하고 상처를 주기에는 여러 가지로 좀 최적화된 상태에 있기는 하죠.
◇ 김현정> 그중에 하나가 인터넷 댓글 같아요. 종현 씨의 경우도 네티즌들 댓글에 상당히 괴로워했다 이런 증언이 나오더라고요. 우리는 쉽게 말해요. 좋아하는 팬이 훨씬 많은데 익명의 악플에 뭘 그렇게 신경을 쓰나. 무시하면 되지. 그런데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라면서요.
◆ 박상희> 저는 그런 악플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한 인간이 스타이기 때문에 이겨내야 된다? 이건 사실 저는 그 누구도 감당하기 어려운 아픔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우리도 스트레스 받아요. 평범한 일반인들도 받는데 받으면 또 주변에 막 털어놓거든요. 털어놓으면서 화도 풀고 그러는데 사실 스타들은 유명인들은 그것도 어려운 거죠. 종현 씨의 경우도 비슷했을 것 같고.
◆ 박상희> 제가 봤을 때 연예인들이 가장 심적으로 어려운 건 바로 그 부분이거든요. 뭐냐 하면 연예인들은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고 이미지의 직업이기 때문에 좋은 모습만 보여야 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면 그 얘기를 누군가한테 하지 못하고 ‘나 혼자 이겨낼 수 있어, 나는 할 수 있어, 나는 강해.’ 이렇게 생각을 하다가 결국에는 내 의지로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우울증이라는 어떻게 보면 병에 갇히는 걸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내 얘기를 할 수 없는 직업이라는 것. 내가 보여줘야 하는 직업이라는 게 연예인들 톱스타들이 결국에는 우울증에 빠지는 어떤 큰 이유라고 저는 봅니다.
◇ 김현정> 말씀 듣고 보니까 아까 그러셨잖아요.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기에 정신적으로 상처받기에 최적화된 환경이 연예계다. 그 말이 딱 맞네요.
◆ 박상희> 네, 맞습니다. 화려해 보이지만 굉장히 보이지 않는 것에서는 감당해야 될 것이 많은 직업 같습니다.
◇ 김현정> 저는 또 하나 걱정되는 게 이렇게 유명스타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면 이어지는 베르테르 효과. 따라서 또 팬들도 결정해서는 안 되는 결정을 해버리는 이런 게 있을까 봐 걱정이 되는데 나오신 김에 우울감이 이렇게 느껴질 때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가. 혹은 주변에서 그런 사람 발견하면 우리가 어떻게 해 줘야 되는가 이 팁을 하나 주세요.
◆ 박상희> 일단 내가 너무 우울하면 나 스스로 그걸 헤쳐나오려고 하는 노력보다는 누군가의 손을 잡고 함께 나오시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죠. 옆에 내 가족이나 친구나 연인이나 있으면 참 좋고요. 그게 아니면 이제 전문가의 손을 붙잡을 필요도 있는데 그럼 또 저한테 질문하실 것 같아요. 이번에 종현 씨도 치료를 받았다고 나오고 있기 때문에 찾아가도 아무 소용없는 것 아니냐라고 얘기를 하실 수가 있는데요. 전문가가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서로 또 조금 안 맞을 수도 있는 거죠. 그렇다면 거기서 또 포기를 하지 마시고 전문가도 사람이기 때문에 잘 맞는 전문가를 찾아보는 노력도 저는 중요할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 김현정> 나와 스타일이 맞는 사람이 있을 수가 있죠. 이건 대화하는 과정이니까.
◆ 박상희>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런 분들을 찾을 의욕도 없는 상태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거거든요. 내가 정말 관심을 가지고 또 질문해 주고 도와주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 김현정> 중요한 부분 지적해 주셨네요. 내가 힘들 때 누군가에게 손을 좀 잡아달라고 그 한 사람을 찾으시고요. 옆에서 힘들어 보이면 그 한 사람이 돼주세요, 여러분께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이돌스타 종현 씨의 죽음을 계기로 해서 우리 스타들의 우울증, 우울감에 대한 얘기 나눠봤습니다. 소장님, 도움말씀 고맙습니다.
◆ 박상희> 고맙습니다.
◇ 김현정> 샤론정신건강연구소 박상희 소장이었습니다.
[김현정의 뉴스쇼 프로그램 홈 바로가기] 김현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