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총선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총선 연기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코로나19의 걷잡을수 없는 확산으로 대구 등 일부 도시가 마비되는 상황에서 인구 이동이 많은 총선도 치르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 총선 연기는 대통령 몫…"여야 합의 없으면 불가능"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지도부는 총선 연기론에 대해 신중론을 펴고 있지만, 총선 연기론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설훈 의원은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법적으로는 가능하지만 해방 이후에 한 번도 없었다"면서 "현재 조건에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지만, 상황이 더 악화하면 어떤 상황이 올지 모르니 그때는 또다시 생각해야 될 문제"라고 여지를 남겨뒀다.
민생당 유성엽 공동대표도 "요즘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이번 주 코로나19 사태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면서 총선 연기도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지도부는 "전쟁통에도 총선은 치른다"며 논의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수도권 중진 의원은 "총선을 연기하면 모든 국회 일정이 미뤄지는 것이다.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는 게 무슨 의미냐"고 말했다.
한 민주당 핵심 관계자도 "선거를 미룰 정도면 이 난리가 계속된다는 건데, 총선 연기는 여당의 선거 실패를 의미하는 것"이라며 연기론에 선을 그었다.
미래통합당도 총선 연기론에 대체로 부정적이다.
통합당 핵심 관계자는 "총선 연기는 택도 없는 소리다. 국민적 합의도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연기를 하냐"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총선 연기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입법부 부재 상태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지금까지 총선을 연기한 적이 없는 것 같다"며 "총선은 그대로 치를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 사태로 선거운동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치 신인들의 경우엔 당적에 상관없이 "시간이 더 필요하다"며 총선 연기론에 대해 다소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헌법은 대통령이 내우·외환·천재·지변 또는 중대한 재정·경제상의 위기에서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한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경제상의 처분을 하거나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선거법 196조 1항도 '천재·지변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인하여 선거를 실시할 수 없거나 실시하지 못한 때에는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에 있어서는 대통령이 선거를 연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선거가 미뤄진 전례가 없는 게 문제다. 또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연기하게 되면 국회가 결의하는 게 먼저다. 여야 지도부와 대통령이 논의해야 하고, 야당이 총선 연기에 동의를 해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2대 총선은 6.25 직전인 1950년 5월에 치러졌고 제2대 대선은 전쟁 중인 1952년 8월에 치러진 바 있다.
한편, 영국에서는 2001년 5월로 예정됐던 총선이 같은 해 2월 발생한 구제역의 여파로 한달 가량 연기된 바 있다.
가축을 접촉한 농민들이 투표소에 모일 경우 구제역이 더 퍼질 거라는 우려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