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전 경북 성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기지에 군 장비들이 들어가고 있다. (사진=소성리종합상황실 제공)
국방부와 주한미군이 28일 밤 경북 성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의 노후 장비를 교체하기 위해 육로로 장비 수송에 나섰다.
이를 사전에 통보받지 못한 시민단체와 지역 주민들은 밤샘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 왜 사전 예고 안했나군 당국은 왜 기습적인 수송에 나섰을까. 이에 대해 국방부는 "접촉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안이었다"고 해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29일 기자들과 만나 "28일 밤부터 29일 아침까지 주한미군의 성주기지 지상 수송을 지원했다"며 "올해 초부터 미군이 교체 물자의 투입을 국방부에 요청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날 현장에는 경찰력이 동원돼 장비 이동 경로를 확보한 가운데 28일 오후 10시쯤부터 29일 오전 7시쯤까지 수송 지원 작업이 이뤄졌다. 다만 국방부는 이 사실을 현장에서 사드 기지 공사와 장비 반입에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나 주민들에게 미리 알리지 않았고, 이들은 밤샘 농성을 벌이며 경찰과 대치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상황 등을 고려해 접촉을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해서 고심 끝에 야간 수송을 진행했다"며 "반대 시위 등 현장 상황과 야간 고속도로 상황 등 여러 가지 방안을 감안해 볼 때 그 방안이 최선이었다"고 말했다.
◇ 미사일 등 사드 장비 추가 또는 성능 개량 아닌가이 관계자는 "사드가 2017년부터 배치돼 너무 오랫동안 임시배치되다 보니 유효기한이 도래한 노후화 장비를 교체할 필요가 있었다"며 "대규모 개선공사 없이 시설 개선이 이뤄지다 보니 막사 식당 등이 노후화돼, 한미 장병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반입된 장비는 사드 장비에 쓰이는 발전기와 전자장비 그리고 노후화된 유도탄을 대체할 새 요격미사일, 장병 숙소 등의 공사에 필요한 장비들이다. 국방부는 발전기와 전자장비, 요격미사일 모두가 노후화돼 교체가 필요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사일을 추가로 배치하거나, 최근 미군이 진행하고 있는 성능 개량이 적용된 물건으로 교체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국방부 관계자는 "수량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노후화돼 교체할 만큼의 수량만을 반입했고, 더 가져오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는 "현장에서 발사대로 보인 것은 발사대가 아닌 운반용 케이스이고, 국내에 발사대가 추가로 반입되지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성능 개량에 대해서도 이 관계자는 "사드 성능 개량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고, 미군도 아직 시험평가를 한 번 한 정도다"며 "몇 가지 문제가 발생해서 해결 중이기 때문에 이와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드철회평화회의 등 시민단체들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반입은 정부가 사드를 정식으로 추가 배치하기로 작정하고 나선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정부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친 뒤에 정식 배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전략환경영향평가는 진행하지도 않았고, 법이 금지한 사전공사를 또다시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성주 사드기지에 대해 전략환경영향평가 대신 일반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는 중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협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평가를 진행하는 중이고, 일반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뒤 정식 배치를 결정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다"고 말했다.
◇ 중국과의 외교 마찰 우려는 고려했나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대해 중국은 대륙을 겨냥한 전략적 배치라며 강하게 반발해 온 터라 이번 사드 장비 반입이 자칫 이번에도 한중 외교 마찰로 비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중국은 2016년 주한미군 사드 배치 발표에 반발해 중국 내 한류 금지와 한국 여행상품 판매 중단으로 대표되는 한한령(限韓令)을 발동해 한국이 경제적으로 큰 피해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와 홍콩 보안법 등을 둘러싸고 미중 갈등이 계속 고조되고 있는 국면이어서 중국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중국 당국에 사전 양해를 구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수송 작업에 대해 중국에 사전에 설명하고 양해를 충분히 구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정부는 계획을 세운 뒤 외교 경로 등의 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비교적 세부적인 내용을 설명했고, 중국도 크게 반발하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