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와사람 이어갑니다. 코로나19 사태 초반, 부산지역 집단 감염사태의 중심에 놓이게 되면서 한동안 참 어려운 시간을 보냈죠. 온천교회가 그간의 아픔을 털어내고 교회와 지역사회의 회복을 선포하고 나섰습니다. 온천교회 노정각 목사님, 스튜디오에 모셨는데요. 고난의 시간.. 어떻게 버티고 또 이겨내셨는지, 회복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이야기를 좀 들어보겠습니다.
■ 방송 : 부산CBS 라디오 <쉴만한물가> FM 102.9MHz (11:05~12:00)
■ 진행 : 정희경 아나운서
■ 출연 : 온천교회 노정각 목사
진행 : 코로나19 사태 초반.. 집단감염 사태로 고초를 겪었다. 이제 넉 달이 훌쩍 흘렀는데, 확진 받은 성도분들.. 다 회복하셨나? 몸 상태는 좀 어떠신지?노정각 : 처음에 확진자가 나오고 다들 당황했다. 많이 힘들었는데 주변에서 많이 격려해 주시고 기도해 주셔서 모두 무사히 일상으로 복귀를 했다. 건강하게 사회 생활하시고 교회 생활도 열심히들 하고 계신다.
진행 : 다행이다. 교회 분위기는 어떤가?노정각 : 전체 성도가 일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었다.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면서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지금은 단계별로 예배도 드리고 성도들도 활력을 회복하고 있다. 고난 중에 주시는 하나님의 긍휼과 위로 덕분에 더욱 단단해졌다. 오히려 감사한 시간이었다.
진행 : 사태 초반에는 충격이 굉장히 컸을 것 같다. 노정각 : 말 그대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당시 부산에는 아직 피해가 없었는데, 우리 교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다. 우리도 '행여나 확진자가 생길 경우를 대비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중이었는데, 2월 21일 밤 11시쯤이었다. 연락이 와서 확진자 나왔다는 소리 듣고 크게 놀랐다. 하지만 저도 그렇고, 우리 당회, 교인들 모두 지역으로 2차 감염이 일어나면 큰일이라는 생각을 바로 했다. 결과적으로 2차 감염을 막아냈다는 것이 정말 큰 은혜였고, 감사의 제목이다.
진행 : 무엇보다 목사님, 교역자들의 마음 고생이 심하셨을텐데..노정각 : 그렇다. 저희부터 자가격리를 해야 했으니까.. 우리 교회는 방역당국에서 요청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저 역시 18일간 집에 머물렀다. 당시 부산에서는 확진 사례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관계기관에서도 많이 당황하시고 그랬는데, 사태가 발생한 바로 다음 날 교인명부를 질병본부에 전부 전달했다. 그렇게 정리하고 있는데 계속 확진자가 나오니 마음이 많이 아팠다. 교역자들까지 모두 자가격리 들어가 있으니까 아픈 분들을 위해서 해드릴 수 있는 게 없었다. 같이 기도하고.. 그나마 전화는 할 수 있으니까 전화 심방하면서 위로하고 아픔을 나눴다. 그런데 오히려 온 교회가 함께 어려움을 겪으니 연대감이랄까, 공감이 더 컸던 것 같고 의외로 견딜 만했다. 물론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성도분들께서 곤란을 많이 겪으셨지만 신앙으로 잘 이겨내 주셨고.. 감사한 일들이 더 많았다.
진행 : 얼마 전엔 뜻깊은 소식이 전해졌다. 완치된 성도들이 단체로 혈장을 기증키로 하셨다고? 단체 기증 서약은 처음이라고 들었다.노정각 : 국민들께서 이 일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주실 줄은 전혀 예상을 못 했다. 입원했던 우리 청년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 병원에 가니까 방호복을 입은 의사 선생님들, 간호사 선생님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하시는데.. 그 와중에 또 우리 청년들에게 '빨리 나을 수 있다' 확신도 주시고 위로해 주신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는 거다. 무사히 퇴원하고 몸 관리를 하면서 은혜에 보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정은경 본부장께서 혈장 이야기를 하셨나 보다. 마침 우리 청년회장이 그 브리핑을 보고 함께 확진 받은 청년들이 모이는 단톡방에 여기 동참해보자 제안을 한 거다. 그런데 글을 올리고 5분 만에 너도나도 동참 의사를 밝혀와 일을 진행하게 됐다. 집단확진자들의 단체 혈장 기증 서약이 우리나라에서 처음이고 어떤 분들은 세계 최초라고 하던데.. (웃음)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다. 그저 받은 은혜를 갚고 싶었을 뿐이다. 의료진들이 너무 수고가 많으셨으니까.
진행 : 기증된 혈장은 어떻게 활용이 되나?노정각 : 의학적인 것은 저도 정확하게 잘 모르겠지만 두 가지 정도 쓰임새가 있는 것 같다. 중증환자가 발생했을 때 바로 그 혈장을 치료목적으로 투여할 수 있고, 또 하나는 치료제를 개발에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완치자의 혈장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신선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일반적인 헌혈과 달리 혈장을 장기간 보관할 수 없기 때문에 병원에서 필요할 때 연락을 하면 그에 맞춰 기증 의사를 밝힌 분들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우리 청년들 역시 어려움을 당하고 나니 나름의 트라우마도 있고 스스로를 노출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그래도 이걸 통해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으니까 기꺼이 나서게 된 것 같다. 특히 감사한 것은 혈장 단체 기증 서약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후 혈장을 기증하겠다는 분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청년들에게 이만큼 큰 힐링이 없지 않나 싶다.
진행 : 몇 분이나 동참을 하신 건가?노정각 : 언론에는 20명으로 보도가 됐는데, 한 분이 더 동참키로 하셔서 모두 21명이다. 우리 청년들이 다들 반듯하고 복음의 열정이 있다. 금요일 밤, 소위 불금을 고대하는 그 시간에 거리에서 전도하고 기도하고 그렇게 뜨겁게 복음을 위해 살던 친구들인데, 이번에 큰 고통을 겪었지만 예수께서 상처받은 치유자로서 뭇사람들을 구원하신 것처럼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에 저도 큰 감명을 받았다. 담임목사로서 정말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진행 : 다른 교우분들도 성원을 해 주셨다고? 노정각 : 청년들의 결단 이후 교우 분들 중에 헌혈을 하겠다는 분들이 많았다. 우리 교회가 지금 회복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7월 둘째, 셋째 주에 단체 헌혈식을 준비 중에 있다. 우리 교회가 내세우는 비전이 '생명을 살리고 치유하는 행복한 교회'다. 주님께서 십자가 보혈로 인류를 구원하신 것처럼 우리 교회도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려 한다.
진행 : 요즘 예배는 어떻게 드리고 계신지?노정각 : 단계별로 조심스럽게 예배를 회복해가고 있다. 지난주는 거의 넉 달 만에 전체 성도의 75% 정도가 현장 예배에 나오셔서 함께 예배를 드렸다. 또 금요성령집회라고 해서 금요일마다 아주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아직 이전 같은 포맷으로는 진행할 수가 없지만 '허그 프로그램'이라는 걸 시작했다. 물리적으로나 사회적으로는 거리를 둬야하지만 영적인 거리는 좀 더 가깝게 하자는 취지로 금요성령집회도 회복을 하고..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진행 : 말씀하신 것처럼 회복 프로젝트에 돌입하셨다. 6월에는 예배 회복, 7월은 지역 회복의 달로 선포를 하셨는데..노정각 : 허그(HUG)라는 것이 '하나님의 품에 안기다'라는 뜻 외에 'Heal Us God'의 약자이기도 하다. '하나님.. 우리를 치유하소서'라는 의미를 담았다. 6월은 무엇보다 예배가 회복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고 또 7월에는 지역 회복 프로젝트에 들어간다. 감염이라는 것이 성격상 감염당사자가 피해자이면서 또 누군가를 감염시킬 수 있는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경계상에 있기 때문에 우리들도 피해를 입었지만 우리 때문에 지역이 위축되고 우리로 인해서 어려움을 당했던 분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죄송한 마음, 미안한 마음이 크다. 그래서 지역사회를 어떻게 섬길까 고민하고 있다. 동래구청을 방문해서 공감소비운동이라든지.. 우리가 동참할 수 있는 일들을 협의하려고 한다. 같은 취지에서 앞서 얘기한 단체헌혈식도 준비 중이다. 온천교회가 지역의 회복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진행 : 성찬례도 진행을 하셨다고?노정각 : 개인적으로 성찬이 교회의 가장 중요한 은혜의 방편이고 자주 할수록 좋다는 목회적 확신을 갖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몇 개월 동안 성찬이 중단되고 말았다. 우리가 회복하려면 영적인 회복이 선행돼야 하고 이게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과 성찬으로 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성찬예식이 포도주와 떡을 나누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접촉이 일어나면 곤란하다. 고민이 적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문득 미국에서의 경험이 떠올랐다. 제가 미국에서 목회를 10년 정도 했는데 미국교회에서 사용하는 성찬 키트가 있다. 떡과 잔이 하나로 돼 있는 일회용품인데 위생적이고 안전하다. 이걸 해외배송으로 어렵사리 구했다. 드디어 지난주 성찬예식을 진행했는데 성도들께서 정말 큰 은혜를 받으셨고, 많이 우시기도 했다. 하나님께서 은혜로 교회를 회복시키시는구나 싶었다. 코로나 시대에 성찬을 했다는 교회들이 그리 많지 않을 텐데 방법이 없지 않다. 우리 교회는 다음 달에도 성찬을 또 준비 중이다.
진행 : 신천지 이단이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까지 집단감염의 도화선이 됐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사회적 관심이 옅어지는데.. 경각심을 잃으면 곤란할 것 같다.
노정각 : 우리 온천교회 전임 목사님.. 원로 목사님께서 부산성시화운동을 위해 헌신하셨고, 우리 교회도 그간 참 많은 일들을 해 왔는데 이런 것들이 아마 신천지 이단의 타깃이 되지 않았나 싶다. 이번에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래도 코로나19 사태를 통해 한국사회 전체가 신천지의 실체를 확인했다. 앞으로 더 대비를 단단히 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도 당장 7월부터 이단특강을 열 계획이다. 말씀과 교리로 무장할 때다. 신천지는 정말 어려운 문제다. 모든 교회가 함께 관심을 쏟아야 한다고 본다.
진행 : 비온 뒤 땅이 더 굳어진다. 앞으로의 온천교회.. 더 기대가 된다.노정각 :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큰 어려움을 당하면서 성도 전체가 고난을 함께 겪었다. 그간 고난이 축복의 전주곡이라는 설교를 많이 하고, 듣고 했지만 정말 하나님께서 그렇게 이뤄가신다는 것을 보게 된다. 그간 우리 교회가 온천천 살리기 운동이라든지 인근 학교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 사업 등을 통해 지역과 상생하려는 노력을 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지역주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 크다. 지역에서 더 좋은 이웃이 되겠다 다짐하고 있다. 로컬처치라는 말 그대로 지역교회로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감당하면서 복음을 전하고 영혼을 구원하는 교회가 되겠다.
진행 : 바이러스.. 그야말로 무차별적이다. 누구도, 어떤 조직도 예외가 아니다. 막상 불상사가 닥쳐올 때 우리의 대응, 대처가 어떠해야 할 것인지 미리 고민하고 대비를 해야 할 때 아닌가 싶다. 이 과정에서 크리스천의 역할, 교회의 역할도 중요하다. 어려운 시간을 지나오신 만큼 해주실 말씀이 있으실 것 같다. 끝으로 청취자 여러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린다.노정각 : 말씀하신 대로 바이러스는 무차별적이다. 그 누구도 예외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비난하고 불평하기보다 우리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서로 아픔을 나누고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신앙 안에서 아픈 자들 상처받은 자들을 보듬어 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고난의 시기가 결코 헛되지 않으리라 본다. 하나님께서 정금같이 우리 교회들을 새롭게 하시리라 기대한다. 믿음 안에서 우리 모두 어려운 시간을 잘 극복해 내리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