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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작렬]국방부는 왜 '北 구조 정황'을 뒤늦게 밝혔나

기자수첩

    [뒤끝작렬]국방부는 왜 '北 구조 정황'을 뒤늦게 밝혔나

    관계자 "상당 시간 동안 북한이 구조하려는 정황, 나중에 상황 급반전"
    사건 성격 규정할 핵심 단서…사실이라면 북한 주장에 힘 실려
    왜 이제 와서 밝혔나? 국방부 해명 필요…남북 진솔한 조사로 진상규명

    국방부(사진=자료사진)

     

    국방부 핵심 관계자는 28일 북한군이 해양수산부 공무원에 총격을 가하기 전에 구조하려 했던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실종자를 처음 발견한 이후) 상당한 시간 동안 구조 과정으로 보이는 정황을 인지했다"며 "그러나 나중에 상황이 급반전돼 대응에 제한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단서다. 우리 정부는 피살 공무원이 사실상 즉결처형 방식으로 살해돼 시신이 불태워지기까지 했다고 주장하지만 북한은 이를 반박한다.

    북측 설명에 따르면 '불법 침입'한 남측 공무원을 사살한 것은 맞지만 이는 정당한 대응이었고 유류품을 소각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 정부가 파악한 사건 전모가 사실이라면 북한은 여전히 천인공노할 만행을 자행하는 '비정상 국가'로 다시 한 번 낙인 찍혀 그나마 남아있는 국제사회의 발언권이 더 약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북측 주장이 맞다면 우리 정부는 대내외에 걸쳐 신뢰에 흠집이 생기는 것은 물론 별다른 득도 없이 정보자산만 노출한 격이 된다.

    하지만 북한이 남북 공동조사에 응하지 않는 이상 진상규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설령 북한이 응한다고 해도 기술적 난점이 따른다. 현실적으로나 실효적으로나 공동조사는 쉽지 않기 때문에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희한한 것은 북한의 '만행'이라 규정했던 국방부·합동참모본부의 설명이 급변한 배경이다.

    군의 뒤늦은 설명처럼 북한군이 피살 공무원을 구조하려 했던 게 사실이라면 사건의 성격은 180도 달라진다.

    북한도 해상 조난자를 대하는 여느 '정상 국가'와 마찬가지로 처음에는 구조를 시도했지만,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이게 여의치 않자 부득불 사살할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가 된다.

    이는 국회 국방위원장인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사건 발생 초기인 지난 25일 방송 인터뷰와도 대체로 맥락이 일치한다.

    그는 "군의 보고에 의하면 북한군이 3시간 정도 실종자를 관리하고 있다가 놓쳤다"며 "2시간 정도 더 찾았다"고 말했다.

    문제는 북한군의 '관리'라는 표현에 숨어있는 악마의 디테일이다. 군은 이제 와서 이를 '구조 정황'이라고 부연 설명했고 그 자체로선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관련 정보가 백지 상태일 수밖에 없는 국민들로서는 당시 상황에서 북측의 '야만적 폭거'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세에 놀란 탓인지는 몰라도 북측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대단히 미안'하다는 사과까지 하며 전례 없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남북 동포 간 갈등의 골은 파일 만큼 파였다.

    국방부는 과연 '북한군의 구조 정황'을 처음에는 파악하지 못했던 것인가? 이제와 곰곰 생각해보니 그렇다는 것인가? 아니면,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듯 청와대에 '코드'를 맞추는 것인가?

    북한은 지난 25일 대남 통지문에서 이번 참사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의 색채가 짙은 용어를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남북 공동조사가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그게 쉽지 않다면 양측이 각각 진솔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 게 순서일 것이다.

    그게 우리 한반도에서 더 이상 불행한 일이 없기를 두 손 모아 염원하는 겨레 앞에서 취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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