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법원. 박요진 기자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와 관련해 정부의 공탁 신청에 대한 법원의 불수리 결정이 적법했는지를 판단하는 재판부의 심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결과가 주목된다.
소송을 통해 배상금을 받게 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15명 중 11명은 정부의 제3자 변제 방안을 수용했다.
그러나 광주에 사는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 등 4명은 3자 변제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강하게 반발했고 이에 정부는 공탁을 신청했지만 법원 공탁관이 불수리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이후 광주지방법원 민사 44 재판부는 정부의 공탁 신청을 수리하지 않은 법원 공탁관의 결정이 적법했는지를 살피는 서면 심리를 진행 중이다.
정부와 강제동원 피해자 양쪽 모두 관련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심리는 별도의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아 재판부가 언제쯤 결론을 내릴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해 조속히 결론 낼 가능성도 있다. 양금덕 할머니와 이춘식 할아버지의 공탁 관련 심리는 같은 재판부에 배당돼 비슷한 시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광주지방법원 관계자는 "담당 판사도 해당 사건의 중요성과 주요 관심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만큼 조속히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광주전남역사정의평화행동이 지난 3월 초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앞 5·18 민주광장에서 일제 강제징용 해법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성은 기자문제는 재판부가 공탁관의 불수리 결정이 적법하다고 판단할 경우 정부가 항고나 재항고를 통해 법적 공방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반대로 공탁관의 결정이 잘못됐다는 재판부의 판단이 나오더라도 강제동원 피해자들은 공탁을 무효로 해달라는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강제동원 피해자 측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나 기업이 아닌 우리 정부와 다투고 있는 상황을 비판하며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소송을 대리하는 김정희 변호사는 "제3자 변제는 무효라는 사실을 피해자들이 여러 번 이야기했음에도 정부가 갑자기 공탁을 실행하려 했다"며 "피해자들의 동의 없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근시안적이고 피해자중심 원칙에서 벗어난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가 공탁 불수리 결정이 바람직했다고 판단할 것으로 확신한다"라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더라도 제3자 변제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지난 3월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 모습. 박성은 기자한편 정부의 강제동원 배상금 공탁을 받아들이지 않은 광주지방법원 공탁관은 이에 대한 정부의 이의신청에 대해 "이유 없다"라며 수용하지 않았으며 공탁 수용 여부는 광주지법 재판부가 판단하게 됐다.
앞서 외교부는 "공탁 제도는 공탁 공무원의 형식적 심사권, 공탁 사무의 기계적 처리, 형식적인 처리를 전제로 해 운영된다는 것이 확립된 대법원 판례"라며 "공탁 공무원이 형식상 요건을 완전히 갖춘 공탁 신청에 대해 '제3자 변제에 대한 법리'를 제시하며 불수리 결정을 한 것은 공탁 공무원의 권한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사단법인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 측은 "정부의 무리한 공탁 신청은 비상식적으로 당사자인 피해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제3자 변제가 불가능하다고 규정한 민법에 따라 피해자 의사에 반하는 공탁은 무효이자 위법"이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에 앞서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의 사실 인정과 진정한 사죄가 선행돼야 한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