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부산 북구청 앞에서 열린 부산장애인부모회 기자회견에서 오태원 북구청장이 자신의 발달장애인 망언에 대해 공식 사과하고 있다. 정혜린 기자발달장애인 망언으로 큰 공분을 산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 공개사과와 함께 지역 내 장애인 정책 추진을 약속한 가운데 이를 두고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과 임기 등 현실적 문제로 약속한 정책을 모두 실현하긴 불가능하다며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비판까지 나오는 등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은 지난 24일 부산 장애인 부모 단체 기자회견에 직접 참석해 자신의 망언에 대해 공개적으로 사과했다.
또 지자체장으로서 지역의 장애인 복지 정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오 구청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전날 장애인 부모단체와 확약서를 통해 단체가 제안한 5가지 장애인 정책을 추진할 것을 약속했다.
약속한 정책에는 발달장애인주거생활지원서비스 도입과 평생교육센터 설치, 일자리사업 확대, 주간활동서비스 제공 기관 확대, 긴급돌봄센터 추진 등 모두 굵직한 사업들이 포함됐다.
하지만 지역에서는 해당 사업들을 모두 임기 내에 실현하겠다는 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현재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무책임한 약속을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오 구청장은 단체가 제안한 정책안에 대해 모두 전격 수용한다는 의사를 밝히며 구체적인 사업 제안서도 단체 측으로 넘겼다.
또 해당 확약서에는 이 같은 정책을 '임기 내에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라는 문구만 있을 뿐 구체적인 시기와 실현 방법 등은 모두 빠져있다.
오 구청장의 임기가 2년 5개월여밖에 남지 않은데다 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도 받고 있어, 정책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24일 부산 북구청 앞에서 부산장애인부모회가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의 장애인 망언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혜린 기자특히 예산 확보는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기존 복지서비스 예산 또한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를 더 확대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여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정책안에 포함된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사업의 경우 대상자 수는 그대로인 데다 바우처 단가까지 올랐지만 올해 예산은 오히려 지난해보다 4억 원가량 삭감된 상황이다.
김감서 청솔돌봄 사회적협동조합 대표는 "북구는 대상자 수에 비해 주간활동서비스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심지어 15% 투입되는 구비를 들이고 싶어하지 않아 1개소 확대에 무려 1년이 걸렸다. 이러한 예산 상황에서 약속한 정책들을 다 추진한다는 건 무책임한 공염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주거생활지원서비스 예산 2억 원도 당장 올해 추경에서 급하게 마련해야 할 뿐더러 평생교육센터도 강서구가 예산 문제로 주간돌봄센터로 변경을 검토할 만큼 예산 규모가 크다.
더불어민주당 김태희 북구의원은 "아직 예산도 전혀 확보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굵직한 사업 5개를 모두 추진하겠다면서 구체적인 시기나 방안, 계획 등은 밝히지 않는 건 무책임한 약속"이라며 "또한 한 단체와의 확약서로 해결될 문제가 전혀 아니다. 면피용 약속이 아니라 진심으로 사죄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날 정책 확약서를 받아낸 부산장애인부모회 측은 북구청과 TF팀을 만들어 예산 문제를 살피는 등 끝까지 약속 이행 여부를 챙긴다는 방침이다.
도우경 부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세부적인 정책안과 계획은 부모회가 구체적으로 협의하며 구상해나가고 있다"며 "만약 확약서까지 작성했는데도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끝까지 투쟁해 정책 이행을 얻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