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관련 발언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월 31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조기 인하 가능성에 거리를 두면서 한국은행도 당분간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준이 이날 기준 금리 '연내 완화'를 공식 언급한 만큼 미국은 이르면 올 2분기, 한국은 하반기쯤 금리 인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파월 연준 의장 "연내 완화 적절…3월은 일러"
연준은 1월 30~31일(현지시간)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연준은 앞서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에 이어 이날까지 네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한국(3.50%)보다 2.00%p 높은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최근의 물가 상황과 관련해 "인플레이션 진전에 고무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우리는 승리를 선언할 시점이 아니다. 아직 갈 길이 더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2%)으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려면 연속되는 증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3월 조기 인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도 "두고 봐야겠지만 FOMC가 3월 회의 때 (금리를 인하할 만큼) 확신에 도달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부정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은 통화 완화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그는 "지난 6개월간 인플레이션 데이터가 충분히 낮다"며 "올해 어느 시점에서 긴축 정책을 완화하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런 발언은 '올해 안에 금리를 낮추돼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창용 "적어도 6개월 인하 쉽지 않아" 전문가들 "미 연준 5~6월, 한은 7월 전망"
지난달 11일 진행된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는 모습. 연합뉴스지난 11일 열린 새해 첫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에서 금통위원들은 대부분 "물가가 2%에 안착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날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연준의 물가상승률 변화에 따른 금리 결정, 물가 경로가 예상대로 갈지 등을 봐야 한다"며 "적어도 6개월 이상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준의 금리 동결과 파월 의장의 발언 등을 볼 때, 한은 역시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통방)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8연속 동결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내 상당수 금융전문가들은 한은의 금리 인하 시기를 올 하반기 이후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 연준이 이르면 올해 5~6월쯤 기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만큼, 미국이 이때쯤 금리를 내리면 한은은 그 이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노코미스트는 "올해 건설투자 둔화, 부동산시장 침체 위험이 커져 내수 경기가 지속적으로 억눌릴 것"이라며 "이는 수출경기 회복 효과를 상쇄하면서 한은의 올해 성장 전망 경로에 하방 리스크가 고조되고,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도 2분기 이후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내수 부진과 부동산 PF 등에 따른 유동성 우려를 고려해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며 "미국 연준의 6월 인하를 전제로 한은의 7월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