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하태경 의원. 연합뉴스4‧10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 이혜훈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 간 양자 대결이 펼쳐졌던 서울 중‧성동을 경선의 여론조사에서 50대 이상의 표본이 86%, 20대부터 40대의 분포는 14%였던 것으로 14일 알려졌다. 하 의원 측에선 당이 공개한 여론조사 원(raw) 데이터를 토대로 "연령대별 가중치 없이 조사됐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당내 경선은 지역에 따라 당원 투표와 일반 여론조사를 합산하는데, 서울 중‧성동을의 경우 당원(20%), 여론조사(80%)의 비율로 치러졌다. 당초 이 전 의원과 하 의원,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3자 구도로 치러졌다가, 이 전 의원과 하 의원의 양자 대결로 결선을 치렀다.
50대 이상의 표본이 86%를 차지한 조사는 결선 여론조사에 해당한다. 이 같은 비율은 상대적으로 젊은 유권자는 최소화되고, 연령대가 높은 유권자 위주로 경선 점수가 채점됐음을 의미한다.
이 전 의원이 하 의원을 꺾은 지난 12일 최종 경선 결과는 발표 당시부터 현재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
1차 3자 경선 당시 1위 후보는 하 의원으로 46.01%를 기록했고, 이 전 의원은 29.71%, 이 전 장관은 25.90% 등을 각각 기록했다. 이 같은 득표율은 당원(20%)과 여론조사(80%)를 합산한 결과다. 과반을 차지한 후보가 없었기 때문에 결선으로 이어졌다.
결선에서 하 의원은 50.87%를, 이 전 의원은 49.13%를 각각 득표했다. 이 같은 결과에 '여성 가산점' 5%를 추가로 받은 이 전 의원이 최종 51.58%가 돼 순위가 뒤바뀌었다. 0.71% 포인트(p) 격차였다.
하태경 의원이 공개한 여론조사 득표율. 연합뉴스하 의원은 즉각 반발했다. 그는 "반올림하면 46%대 30%인데 16%p 차이가 나던 게 (2차 결선에서) 거의 차이가 없어졌다"며 "여론조사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랜덤조사여서 이런 건 거의 불가능하다더라"고 주장했다. 이어 "갑자기 우리 당 지지율은 4%(p) 오르고 민주당은 20%(p) 올랐다(는 것)"라며 "하루 이틀 사이에 이런 일은 벌어지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차 경선의 원(raw) 데이터 공개를 당에 요구했다. 비공식적으로 확인된 결선 조사의 세부적인 수치는 하 의원이 당원 투표에서 6%p 뒤진 반면, 여론조사에서 3%p 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의 여론조사 득표율이 수직상승했던 것이다. 이 전 의원은 13일 반발하는 하 의원에게 "사회과학을 다시 배워야 한다"라고 충고했다.
그런데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논란이 된 여론조사의 원(raw) 데이터상 '연령대별 과표집'이 있었던 점이 새롭게 드러났다.
장동혁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여론조사 방식이 역선택 방지를 넣고, 그리고 연령대별로 열리면 최소 20대가 몇%, 30대가 몇% 이렇게 비율을 따로 정하지는 않았다"며 "전화를 받은 분이 일반 국민이면 그대로 전화 받고 응답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이 전 의원 측이 당내 경선 참여를 독려하며, "낮은 연령대로 답할 것을 요구했다"라는 의혹에 대한 해명이다. 그러나 연령대별 가중치가 없었다는 사실도 동시에 확인된다.
장 사무총장은 "연령에 대한 가중치가 있는 게 아니라서 과연 그것이 선거에 영향을 미쳤는지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지 고민할 부분이 있다"라며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내용이라는 지적에는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해서 당내 경선에서 후보 자격을 모두 박탈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선거와 관련된 여론조사 규정은 공직선거법 제108조에 "누구든지 선거에 관한 여론조사를 하는 경우에는 피조사자에게 질문을 하기 전에 여론조사 기관‧단체의 명칭과 전화번호를 밝혀야 하고, 해당 조사대상의 전계층을 대표할 수 있도록 피조사자를 선정하여야 한다"라고 적시돼 있다.
또 연령대별 가중치와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여론조사기준' 5조에는 "누구든지 선거여론조사를 실시할 때에는 조사지역 전체 유권자의 성별, 연령대별, 지역별 구성 비율 등을 기준으로 한 가중값 배율을 밝혀야 한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당내 경선을 위한 여론조사에는 해당 조항들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당의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