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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대권 향한 이재명의 '내려놓기 전략'…중도층 잡을까

민생지원금도, 기본소득도, 그래서 선명성도…

민생 추경 위해 '1호 공약' 포기 가능 의사 밝혀
"기본소득 정책도 접겠다"…기본사회위원장직 내려놔
대선 앞두고 중도층 확보 전략…국민의힘 고립
文 만나 계파 통합 꾀하기도…"다양한 목소리 수용"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고집'을 내려놓고 있다. 기본사회와 민생회복지원금 등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을 대승적으로 접겠다고 양보했다. 당내 비명계를 향해서도 통합·포용 행보를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조기대선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중도층을 포섭하려는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강성 보수층 잡기에 힘을 쏟는 동안, 중원으로 확장해 고립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 못한다면 포기"…중도확장 위해 '1호 공약' 내려놔

이 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여당을 향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하며 "만약 정부·여당이 민생지원금 때문에 추경 편성을 못 하겠다는 태도라면 우리는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전국민에 25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민생회복지원금은 이 대표가 직접 추진하던 민주당의 22대 국회 1호 공약이었다. 추경을 위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공약을 포기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 대표는 전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만났을 때에도 정부의 추경 편성을 촉구하며 "민주당 안을 고집할 생각은 없고 정부가 빨리 결정해 준다면 수용할 자세가 돼 있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12·3 내란사태 이후 경제가 침체한 상황에서 경기 부양과 민생을 위해서는 시급히 추경을 해야 된다는 게 이 대표의 주장이다.

또 다른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정책이었던 기본사회 정책도 접어 둘 방침이다. 이 대표는 설 연휴 전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삶이 어렵고 경제적 토대가 훼손됐다"며 "지금은 나누는 문제보다 만들어 가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일환으로 이 대표는 기본사회위원회 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표가 이같은 실용주의 행보에 나선 것은 조기대선을 앞두고 중도층 확보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 소구하기보다는 정치색을 빼고 '먹고 사는 문제'에 집중하겠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최근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며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꺼내들기도 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 경제를 살리는 것"이라며 "노선에 얽매이지 않는 합리적인 실용주의자라는 점을 강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중도 확장은 국민의힘을 고립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 때리기' 등으로 강성 지지층 결집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리적 이미지로 중도 표심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조기대선은 중도층 표심의 향방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미리 승기를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 김민석 수석최고위원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민심에서 중도층 흐름이 중요하다"라며 "최근 진보층과 중도층의 조사 결과 정권 교체론이 우세하다"고 설명했다.

당내 계파 통합 꾀하기도…"다양한 의견 있는 것은 당연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문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방문, 문 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중도 확장과 함께 진보 진영에서의 통합도 꾀하고 있다. 이 대표가 전날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한 것도 그 일환으로 풀이된다. 당내 비명계를 달래기 위해 문 전 대통령으로부터 당 통합 주문을 받고 이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이 대표에게 비판적인 분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도 포용해야 한다"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 대표도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비명계가 이 대표를 겨냥하고 나선 것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 

앞서 친문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29일 SNS를 통해 "2022년 대선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와 총선 과정에서 치욕스러워하며 당에서 멀어지거나 떠나신 분들이 많다"며 이 대표를 겨냥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기꺼이 돌아오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여기에 친명계 정성호 의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조기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수 있게 하는 데 본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지적하고 나서면서 계파 갈등의 조짐이 일어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당에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이들을 과도하게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김성회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다양한 의견을 잘 수렴할 필요가 있으며 서로 대척할 필요가 없다는 당 지도부의 의견이 있었다"라며 "당의 기조도 그렇게 잡아갈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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