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국회 본관에서 열린 '제65주년 제헌절 경축식' 에 참석한 강창희 국회의장이 경축사를 낭독하고 있다(사진=황진환 기자)
강창희 국회의장의 '19대 국회 내 개헌‘ 제안으로 꺼져가는 듯했던 개헌 논의에 불씨가 되살아날지 주목되고 있다.
강 의장은 17일 65주년 제헌절 기념식 경축사에서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에서 파생된 우리 사회의 대립과 갈등을 근본적으로 치유해서 통합과 공정과 상생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개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번 개헌을 ‘제2의 제헌’으로 규정한 강 의장은 “개헌은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공론화해서 19대 국회에서 마무리 짓는 것이 옳다"며 "이번에도 말로만 그친다면 개헌의 적기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들어 여야 합의를 통한 개헌 추진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던 강 의장이 19대 국회 내 개헌 완수 의지를 밝힌 데 대해 개헌론자들은 즉각 환영의 뜻을 밝혔다.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민주당 간사인 우윤근 의원은 "제헌절을 맞아 적절한 발언“이라고 평가한 뒤 ”권력구조를 바꾸는 개헌, 상생의 권력구조를 만드는 개헌은 가장 필요한 정치개혁“이라며 ”이미 100여 명의 의원들이 개헌이 필요하다는 서명을 한 만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 여야 의원 100여 명의 서명으로 여야 6인 협의체는 지난 4월 공식 개헌 논의기구 설치에 합의했고 다음달 새누리당, 민주당 동수의 국회의원 20명과 민간 전문가 10명이 참여하는 국회의장 직속의 '헌법개정연구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강창희 국회의장이 국회의장 자문기구에는 국회의원이 참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들어 퇴짜를 놓으면서 개헌 논의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하지만 개헌연구회를 가로막았던 강창희 국회의장이 개헌론에 불을 지피면서 개헌론은 다시 정치권의 현안으로 서서히 부상하는 모양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10월29일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를 골간으로 9차 개헌을 통해 탄생한 이후 26년째 유지되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통해 대통령 직선제는 얻어냈지만 문제는 제왕적 대통령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헌의 초점은 분권형 대통령제를 통한 '권력분산‘에 맞춰지고 있다. 대통령제와 의원내각제를 절충해 외교와 국방은 대통령, 내정은 국회가 임명하는 총리가 맡는 독일형 이원집정부제 모델이다.
강창희 국회의장은 내년 초를 개헌 공론화의 시점으로 제시했고 개헌론자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정치 여건은 녹록치 않다. ‘국정원․NLL’ 정국이 한창 불붙고 있고 10월 재보선과 내년 6월 지방선거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개헌 동력을 모으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 개헌의 열쇠를 쥐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이 산적한 국정과제를 앞에 두고 정치적 블랙홀이 될 개헌 논의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낮다.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부터 시작된 10차 개헌 논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원 포인트 개헌' 제안과 이명박 정부 때의 개헌 시도로 이어졌지만 모두 무산됐다. 또다시 불씨가 당겨진 개헌론이 현실화되기까지 갈 길은 아직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