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19일 국회 국정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대선 직전 경찰의 심야 수사발표가 선거개입 행위라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해 12월16일 마지막 대선후보 TV토론회 직후인 밤 11시 "국정원 여직원 컴퓨터에서 댓글 흔적을 찾지 못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표 전 교수는 "경찰의 중간수사 결과 발표를 보면서 시간과 내용, 의미가 부적절하다고 느꼈다"면서 "일단 일요일 밤 11시라는 발표 시간은 대단히 이례적이고, 내용 면에서도 '아직까지'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어야 하는데 (단정적이어서) 잘못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시 경찰은 여직원 김씨의 노트북에서 닉네임과 인터넷접속 기록이 담긴 텍스트파일을 발견했지만 발표되지 않았는데, 이를 통해 국민에게 '실체없는 사건'이란 이미지를 심었다"면서 "결과적으로 발표 자체가 정치적 의미를 가진 선거 개입이었다"고 단언했다.
표 전 교수는 경찰의 초동 대응이 미흡했다고 거듭 비판했다. 그는 "초기에 경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다면 공은 검찰에 넘어갔을 것"이라며 "당시 경찰이 용감하게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직원에 대한 감금 여부에 대해 "감금죄 적용은 무리"라며 "문 밖에 있는 주체가 경찰과 선관위 직원으로 공권력의 집행자였고, 여직원도 일반 시민이 아닌 공권력을 행사하는 국정원 직원이었다"고 근거를 밝혔다.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책으로는 경찰청장에 대한 형식적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검·경의 권력 균형, 국정원의 국내정보 파트와 국외정보 파트의 완전 분리 등을 제시했다.
함께 참고인으로 출석한 민변 박주민 사무차장 역시 이번 사건을 국정원의 대선개입 행위로 판단했다.
그는 "'오늘의 유머'(오유) 사이트는 글을 직접 작성하는 게 아니라 추천과 반대로 의사를 표현한다"며 "국정원의 활동은 북한의 위협차단 아니라 박근혜 후보에 불리하고 야당에 유리한 글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반대를 표시해 상당한 경향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문재인이 화면을 잘 받는다'거나 '안철수 내연 관계 아니다' 등의 글에 반대를 표시했는데, 이런 활동이 종북 차단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국정원은 잘 해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무차장은 '댓글이 73건에 불과해 조직적 선거개입으로 볼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해 "검찰 수사결과 발표처럼 다음 등 포털에 있던 글은 이미 삭제돼 적출이 어려웠고, 오유에서도 지난해 12월11일 이후 집단적인 삭제 뒤 탈퇴가 이뤄졌다"며 "다만 오유는 글을 삭제해도 서버에 저장이 돼 그나마 건질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반면 디씨인사이드 김유식 대표는 "디씨인사이드에서만 지금까지 6만여개의 북한 게시물 발견했는데, 전체 사이트로 보면 수백만개에 이를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북한의 게시물은 상당히 교묘하게 짜깁기돼 있는데, 계속 노출되면 무감각해질 수도 있다"고 진술했다.
그는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하려 했다면 순위 200~300위에 하루 10만면 방문도 안되는 사이트인 오유를 택했을까 의구심이 든다"며 "선거개입 의도가 있다면 젊은 층이 집중돼 있는 오유보다는 중도 성향이라든가 (표심에) 흔들림이 있을 수 있는 사이트를 대상으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김흥광 NK지식연대 대표, 유동렬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선임연구관도 참고인으로 출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