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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어 고맙다"…납북자 가족 눈물의 상봉

통일/북한

    "살아있어 고맙다"…납북자 가족 눈물의 상봉

    • 2014-02-20 15:21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얼굴을 보게 해줘서 고맙습니다."

    3년4개월 만의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열린 20일 오후 금강산호텔.

    오랜 세월 생사조차 몰라 애태웠던 형 박양수(58)씨의 얼굴을 41년 만에 다시 마주한 양곤(52) 씨는 기쁨과 설움이 뒤섞인 목소리로 살아줘서 고맙다고 되뇌었다.

    박양수 씨는 1972년 12월 28일 서해 상에서 홍어잡이를 하다 납북된 것으로 알려진 쌍끌이 어선 오대양 61호의 선원이다.

    당시 열여섯 살이던 양수씨는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될까 싶어 배를 탔다가 집으로 영영 돌아오지 못했다.

    박 씨의 부모는 빼앗긴 아들과 다시 만날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다 지병과 노환으로 모두 세상을 떴다.

    양곤 씨는 그동안 형이 죽은 줄로만 알다가 10여 년 전 북한에서 온 사람에게서 형이 살아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양곤 씨는 상봉에 앞서 한 19일 사전인터뷰에서 "당시 형님은 어린 나이에 집안에 도움을 주려고 배를 탔다가 결국 암울한 세상으로 가게 됐다"라며 "부모님은 형님이 눈에 밟혀 편하게 눈을 감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형이 납북된 후 가족들이 겪었던 고통을 얘기하며 한숨지었다. 제 발로 가든, 끌려가든 북한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멍에였던 시절이 있었다.

    양곤 씨는 "학교에 다니는 것도, 외국에 가는 것도 안돼 생활에 곤란을 많이 겪었다"라며 "생사를 알아볼 수 있는 상황도, 만나보러 갈 수 있는 여건도 아니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형이 어릴 때부터 객지생활을 했던 탓에 기억조차 어렴풋하다면서 그를 만나면 어떤 기분일지 "상상이 안된다"라고 말했다.

    양곤 씨는 혹시 형이 부모 얼굴조차 잊었을까 하는 노파심에 가족사진 여러 장을 준비했다. 추운 북녘에서 따뜻하게 지내라고 옷과 생활필수품 등 선물도 챙겼다.

    양곤 씨는 이날 형수 리순녀(53)씨도 처음으로 만났다.

    이날 상봉에서는 박 씨 형제를 포함해 납북 선원 2명과 전시 납북자 2명의 가족이 만났다.

    최선득(71)씨는 40년 전 납북된 수원 33호에 타고 있던 동생 영철(61)씨와 제수 박순화(60)씨를 만났다.

    수원 33호는 1974년 2월 15일 수원 32호와 함께 백령도 인근에서 홍어잡이를 하던 중 북한의 함포 사격을 받고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스물한 살이던 영철씨는 돈을 벌기 위해 서울로 올라가 외양 어선을 탔다.

    선득 씨는 상봉 전 인터뷰에서 "동생을 만나면 그저 '기쁘다'고 말하고, 동생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우리 가족이 살아온 얘기를 다 해주고 싶다"라며 "조카들도 꼭 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영철씨는 4남3녀, 7남매 중 넷째다. 맏이인 선득씨를 비롯한 다른 6남매는 모두 살아있고, 부모는 숨졌다.

    선득 씨는 둘째인 영득 씨의 아들 용성(43)씨가 작은 아버지인 영철씨에게 쓴 편지와 가족사진, 생필품과 의약품 등 선물을 전했다.

    편지에는 영철씨의 부모가 언제 어떻게 임종을 맞았는지, 여섯 남매가 어떻게 살고 있고 새로 생긴 가족들은 누가 있는지, 가족들이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등 남녘 식구들의 소소한 일상과 영철씨를 향한 형제들의 그리움과 애틋함이 담겼다.

    최남순(65·여)씨는 60여 전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아버지가 북한에 남기고 간 이복동생 경찬(53)·경철(46)·덕순(56·여) 씨를 만났다. 아버지 종석 씨는 92세를 일기로 이미 세상을 떴다.

    최 씨는 아버지가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가 숨진 줄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아버지 생일을 기일 삼아 제사까지 지냈다.

    최 씨는 사전 인터뷰에서 이번에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고 "아버지가 월북했다는 것도 충격적인데 이복동생까지 있다고 해 믿기지가 않았다"라면서도 "그래도 아버지가 (6·25 때) 돌아가신 게 아니라는 생각에 반가웠다"라고 말했다.

    최 씨는 "동생들을 만나 아버지가 살아계실 때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을 것"이라며 "늘 아버지를 마음 깊이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라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

    최병관(68) 씨도 6·25 때 의용군으로 끌려갔다고 알고 있는 아버지가 북한에서 낳은 이복동생 병덕(47)·경희(53·여)씨를 만났다. 아버지 흥식 씨는 이미 숨졌다.

    최 씨는 "아버지는 지금까지 행방불명 처리됐었고 이미 돌아가셨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런데 (북한에서) 살아계셨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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