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19일째인 4일 오후 전남 진도군을 재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실종자 가족들과 면담을 마친 후 사고해역을 둘러보기 위해 해경 경비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윤성호기자
3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는 그 동안 서해훼리호 침몰, 천안함 사건 등 대형 해양 사고가 많았다.
그 만큼 많은 사고 처리 경험이 축적돼 있다는 뜻이다.
관련 전문가도 많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해군 산하에 꾸려진 ‘해난구조발전자문위원회’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위원회는 탐색, 잠수·구조, 잠수의학기술 등 각 분야 최고의 전문가 31명으로 구성됐다.
대형 해양재난 구조에 필요한 각종 자문을 하기 위해 꾸려진 그룹이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소집되지 않았다.
이유는 현장 지휘부가 이들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13일째인 28일 오전 목포해경 소속 경비정 123정(100t) 김경일 정장이 전남 진도 서망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세월호 침몰과 초기 구조활동 당시 상황에 대해 밝히고 있다. 황진환기자
해난구조발전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인 A씨는 “우리에게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돕겠는데 현장에서 부르질 않고 있어서 답답하게 보고만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300명 가까운 인원이 배 속에 갇혀 침몰했는데 단 한명의 목숨을 건지지 못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수색 및 구조작업에 전문가가 부족하고 경험자들이 부족한 때문이다”고 진단했다.
그렇다고 자발적으로 가서 조언을 하는 것도 위험한 일이라고 한다.
그는 “잠수는 다른 일과 달라 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끼리 상호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상호 간섭하게 되면 위험을 자초하는 것이고 그 것은 재앙이다”고 말했다.
일반인 전문가들도 배제되고 있다.
천안함 수색작업을 지휘했던 이청관 한국산업잠수기술인협회 기술고문도 30여명으로 구성된 민간 자문단을 만들어 구조를 도우려 했지만 환영받지 못했다.
이들이 굳이 자문을 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어느 분야보다 어려운 수중 구조 활동에는 오랜 현장 경험과 지식, 기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새로운 리더십을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해난구조 전문가 B씨는 2002년 월드컵 때 히딩크가 감독을 맡아 한국이 4강 갔을 때를 예로 들었다.
그는 “똑같은 11명의 멤버를 가지고 해도 감독이 어떻게 하냐에 따라 결과는 달랐다”며 “고도의 숙련된 기술과 노하우가 필요한 수중 수색작업은 더 그렇다”고 했다.
현장 지휘자가 어떻게 판단을 해서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천지차이가 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