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강정호의 부담감에서 본 '태극마크의 의미'

야구

    강정호의 부담감에서 본 '태극마크의 의미'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24일 대만과 아시안게임 A조 2차전에서 1회 3점 홈런을 날린 뒤 그라운드를 돌며 더그아웃의 동료들에게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는 강정호.(인천=박종민 기자)

     

    한국 야구가 2회 연속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해 승승장구하고 있다. 2경기 연속 대승을 거두며 조 1위로 4강에 진출했다.

    류중일 감독(삼성)이 이끄는 대표팀은 24일 '2014 인천아시안게임' 대만과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10-0, 8회 콜드게임승을 거뒀다. 22일 태국과 1차전(5회 15-0)까지 2경기 연속 콜드게임승이다.

    이러다 보니 야구 경기에 대한 긴장감이 너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워낙 수준이 떨어지는 태국이야 차치하더라도 난적으로 꼽혔던 대만마저도 맥없이 나가떨어지면서 재미도 반감됐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느슨하게 경기를 진행할 수도 없는 노릇. 자칫 방심하다가는 2006년 '도하 참사'가 재현될 수 있다. 당시 대표팀은 대만과 사회인 선수들이 모인 일본에 연패, 동메달에 그쳐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때문에 선수들은 다소 김이 빠지더라도 진지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다. 아시아 최강이라는 명예와 이를 바라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받은 만큼 돌려준다"

    더욱이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병역 혜택이다. 금메달을 따면 군 문제가 해결되는 13명의 선수들이 있다. 통속적인 시각으로 보면 개인의 영달을 더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병역 혜택을 단순히 선수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다. 한국 야구 전체를 위해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내년부터 kt의 1군 합류로 10구단 체제가 된다. 가뜩이나 선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경기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대표급 스타 선수들이 군대 문제로 빠진다면 리그 전체의 수준이 떨어질 수도 있다. 더군다나 병역을 이행할 나이는 선수들의 전성기다. 그러나 이들이 국위 선양으로 병역 혜택을 받는다면 그대로 리그에 남아 질 높은 경기력을 팬들에게 선사할 수 있는 것이다.

    대만전에서 쐐기 3점포를 날렸던 강정호(넥센)는 경기 후 2010년 광저우 대회 때와 비교에 대해 "긴장되지는 않는데 오히려 부담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때는 미필자였지만 이제는 군필자다 보니 후배들을 위해 뭔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그렇다"는 것이다.

    강정호는 당시 대만과 결승전에서 홈런 2개를 몰아치며 금메달을 이끌었고, 병역 혜택까지 받았다. 이후 강정호는 올해 유격수 최다 홈런과 최초로 30홈런-100타점 기록을 세웠다.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거듭나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국가대표는 희생" 진정한 태극마크의 의미

    물론 강정호는 올 시즌 뒤 메이저리그 등 해외 진출이 유력하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김광현(SK)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해외 무대로 나가더라도 한국 야구의 위상을 떨치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박찬호(은퇴), 이승엽(삼성) 등 선배들에 이어 현재 류현진(LA 다저스), 이대호(소프트뱅크)처럼 야구 강국 미국과 일본에서 맹활약하며 대한민국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올 시즌 뒤 강정호가 해외로 진출한다면 4년 전 받은 병역 혜택이 큰 발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선후배 동료들에게 광저우에서 큰 선물을 받았던 만큼 강정호도 후배들을 위해 분투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미안했어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일본과 4강전에서 승리한 뒤 김경문 감독고 포옹하고 있는 이승엽.(자료사진)

     

    이날 경기 해설을 맡았던 이승엽은 "국가대표는 희생"이라는 표현을 썼다. 몸이 재산인 선수들에게 국제대회는 부상 등의 위험이 따른다. 예전 김동주(두산)도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때 부상을 당해 FA(자유계약선수) 대박 기회를 놓친 적도 있다.

    이승엽의 표현은 나라를 위한 헌신이다. 병역 혜택만 바라보고 오는 통과의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승엽은 국제대회 입상으로 병역 혜택을 받지 않았음에도 수 차례 올림픽과 WBC 등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빛나는 업적에 앞장섰다.

    문제는 혜택만 받고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박찬호, 이승엽을 비롯해 류현진, 이대호는 물론 강정호와 김광현까지 기회만 닿는다면 나라의 부름에 응했고 그렇게 하고 있다. 이것이 진정한 태극마크의 의미인 것이다.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