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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운이라고?' 韓 야구, 철저한 日 계산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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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운이라고?' 韓 야구, 철저한 日 계산에 당했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8일 일본과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0-5 영봉패를 안았다. 낯선 경기장 적응과 불운 등의 여파가 컸다.(자료사진=윤성호 기자)

     

    한국 야구가 숙적 일본에 영봉패를 당하면서 국가대항전 '프리미어12'를 시작했다. 마운드와 타선, 수비까지 모든 면에서 뒤졌다. 그러나 동등한 조건에서 맞붙은 경기는 아니었다.

    김인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8일 일본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일본과 개막전에서 0-5 패배를 안았다. 이날 패배로 프로가 참가한 1998년 이후 국제대회에서 일본과 전적은 19승 21패가 됐다.

    B조 조별리그를 완패로 출발한 대표팀은 9일 곧바로 대만으로 출국, 남은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도미니카공화국(11일), 베네수엘라(12일), 멕시코(14일), 미국(15일)과 만나는 한국은 6개 팀 중 4위 안에 들면 8강전을 치르고 여기서 이기면 일본 도쿄에서 4강전(19, 20일)과 결승전 및 3, 4위전(21일)을 치른다.

    일본을 위해 철저하게 계산된 개막전에서 당했다. 불운이 겹쳤다고 하지만 낯선 장소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던 요인이었다. 분명 실력에서 뒤졌지만 같은 조건이었다면 이런 완패의 형태는 아니었을 터였다. 향후 성사될지 모를 재대결을 앞두고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삿포로돔 적응 훈련도 못하고 실전

    세계 랭킹 12위가 자웅을 겨루는 프리미어12는 WBSC와 일본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대회다. 올림픽 정식 종목 부활을 위해 손을 잡았다. 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은 국기(國技)나 다름없는 야구를 정식 종목으로 넣을 심산으로 프리미어12를 적극적으로 준비했다.

    대회 개막전만 따로 일본에서 진행되는 게 대표적이다. 나머지 A, B조 조별리그 경기는 대만에서 열린다. 대회 붐 조성을 위해 최고 흥행 카드인 한일전을 준비했는데 역시 일본에서 펼쳐졌다.

    삿포로돔에서 개막전이 열린 것도 한국으로서는 악재였다. 당초 축구장으로 설계된 삿포로돔은 파울 지역이 야구 전용 구장인 도쿄돔 등 다른 구장에 비해 2~3배는 넓다. 현 대표 선수들은 이전까지 한번도 경기를 치러보지 못한 데다 전날 J리그 축구 경기가 열려 적응 훈련조차 하지 못했다. 반면 삿포로돔이 익숙한 일본은 선발 투수조차 이곳이 홈인 오타니 쇼헤이(니혼햄)였다.

    이런 차이는 실전에서 드러났다. 한국은 2회 애매하게 선실점했다. 선발 김광현(SK)이 선두 타자 나카다 쇼를 헛스윙으로 잡아냈지만 바운드된 공이 하필이면 포수 강민호(롯데)의 무릎 보호대를 맞고 3루 쪽으로 튀었다. 넓은 파울 지역 덕에 나카다는 낫아웃 삼진으로 출루했다.

    후속 마쓰다 노부히로의 타구도 아쉬웠다. 우익수 손아섭(롯데)이 슬라이딩 캐치하려 했지만 카펫과 같은 인조잔디에 제대로 미끄러지지 못해 안타가 됐다. 적응 훈련이 부족했던 부분.

    이어 히라타 료스케의 타구는 3루 베이스를 맞고 넓은 파울 지역으로 굴렀다. 병살타가 될 수 있던 타구였으나 베이스 변수로 1타점 2루타가 됐다. 김광현은 이어진 1사 만루에서 희생타로 추가 실점했다.

    ▲韓 타선, 안방에서 펄펄 난 오타니에 침묵

    '147억 원의 사나이인데...' 8일 일본과 프리미어12 개막전에서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분전했지만 팀의 영패를 막지 못한 대표팀 주포 박병호.(자료사진=윤성호 기자)

     

    이런 가운데 '일본 킬러'로 불린 김광현은 2⅔이닝 5피안타 2실점(2자책)으로 조기 교체됐다. 삼진 3개를 잡아냈지만 볼넷도 2개를 내줬고, 운이 따르지 않은 탓에 투구 수가 67개나 됐다.

    반면 오타니는 홈 구장에서 펄펄 날았다. 6회까지 최고 구속 161km의 빠른 공과 낙차 큰 포크볼로 6이닝 동안 삼진을 10개나 잡아냈다. 안타와 볼넷 2개씩만 내주며 무실점으로 한국 타선을 막아냈다.

    물론 오타니는 올 시즌 15승5패 평균자책점 2.24로 퍼시픽리그 다승왕에 오른 특급 투수다. 그러나 21살의 나이에도 한일전이라는 큰 경기에서 제 기량을 뽐낸 데는 익숙한 구장 환경도 적잖게 작용했을 터였다.

    오타니는 위기에서도 강했다. 한국은 4회 1사에서 김현수(두산)가 우전안타를 뽑아내 오타니를 상대로 첫 안타를 신고했다. 그러나 야수 중 유일한 일본파인 이대호(소프트뱅크)가 2루수 병살타를 쳐내며 기회가 무산됐다.

    5회가 가장 아쉬웠다. 박병호(넥센)가 1루수 키를 넘기는 2루타를 쳐내고 손아섭이 볼넷으로 출루해 무사 1, 2루 기회를 만들었다. 그러나 허경민(두산), 강민호에 이어 대타 나성범(NC)까지 오타니에게 3연속 삼진으로 돌아섰다.

    한국은 선발 기 싸움부터 밀리면서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한번 기운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8회 오재원(두산)과 김상수(삼성)의 안타로 만든 1사 1, 2루 기회에서 이용규(한화)의 잘 맞은 타구가 상대 유격수 글러브로 빨려들어갔고, 이어진 2사 만루에서는 김현수가 삼진을 당해 이닝이 끝났다.

    9회 무사 만루 마지막 기회는 황재균(롯데)의 삼진, 양의지(두산)의 내야 뜬공, 김상수의 1루 파울 뜬공으로 끝내 무산됐다. 이날 대표팀은 7안타를 때렸지만 점수를 1점도 뽑지 못했다.

    한국은 개막을 앞두고 이틀 전에야 일본에 입국해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4, 5일 쿠바와 '2015 서울 슈퍼시리즈'를 치르고 6일 일본으로 출국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붙어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라이벌 전이었다. 반면 일본은 유격수 사카모토 하야토의 호수비 등 탄탄한 수비를 자랑했다.

    여기에 대회 우승으로 올림픽을 앞두고 분위기를 끌어올리려는 일본의 철저한 계산에 당한 한국이었다. 어차피 개최국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국제대회지만 한국이 일본의 들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마저도 극복해야 할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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