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배구연맹(KOVO)은 다음 시즌부터 남녀부 경기의 분리 운영을 추진하고 있다.(자료사진=KOVO)
2005년 V-리그가 출범한 이후 10년 넘게 남녀부 경기는 함께 열렸다. 개별 연고지를 사용하는 일부 구단을 제외하고 인천(대한항공, 흥국생명)과 서울(우리카드, GS칼텍스), 수원(한국전력, 현대건설), 대전(삼성화재, KGC인삼공사)에서는 여자부와 남자부 경기가 같은 날 열리는 일정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남녀부 경기의 연속 개최는 분명한 문제를 안고 있었다. 앞서 치러지는 경기가 예정된 2시간 이내에 끝날 경우는 문제없지만 접전을 치르는 경우 뒤에 열리는 경기는 일정이 미뤄져야 했다. 일부 경기의 경우 밤 10시가 넘어서까지 경기가 진행되며 일부 팬이 불가피하게 경기 중 체육관을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가장 큰 문제는 여자부 경기 일정을 맞추는데 각 구단의 편차가 라운드마다 심했다는 점이다. 일부 구단의 경우 남녀부 동반 경기 일정을 맞추기 위해 일주일 이상 쉬었다 경기를 하는가 하면, 또 다른 구단은 라운드 초반에 2, 3일 간격으로 경기하며 단기간에 모든 일정을 소화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 때문에 배구팬 사이에 남녀부 경기 일정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는 한국배구연맹(KOVO)도 분명히 인지한 부분이다. 대다수의 구단도 남녀부 일정을 분리 운영해야 한다는 의견에 뜻을 모았다.
◇ "당장 도입하자" VS "다음 시즌에 도입하자"
KOVO는 지난 21일 남녀부 구단의 단장이 모인 가운데 남녀부 경기의 분리 개최를 안건으로 이사회를 열었다. 하지만 반대 의견이 나오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당초 남녀부 경기 분리 운영에 강경한 반대 의사를 밝혔던 A구단은 원칙적으로는 V-리그 발전을 위해 남녀부 경기가 분리 운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했다. 하지만 당장 2016~2017시즌부터 도입하자는 대부분 구단의 의견에는 반대했다.
현재 구단의 사정상 예산 편성과 인력 보강 등의 어려움이 있어 2017~2018시즌부터 도입하자는 것이 A구단의 주장이다. 나머지 구단은 비용과 인력의 어려움은 있지만 프로 출범 10년이 넘은 만큼 여자부의 자생력 강화와 균형적 일정 배분 등의 장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당장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여자부 팀은 남자부에 비해 적은 수의 사무국 직원이 한 시즌을 운영하고 있다. 이 때문에 남녀부 경기가 분리돼 운영될 경우 늘어나는 업무를 담당하기 위한 인력 보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A구단의 경우 새 시즌에 맞춰 보강이 힘겹다는 것. A구단의 강경한 입장에 중립적인 입장을 보였던 B구단도 2017~2018시즌부터 남녀부 경기를 나눠 치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남녀부 경기를 분리해 치를 경우 KOVO는 물론, 중계방송사도 인력과 비용 면에서 추가 투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KOVO의 한 관계자는 “배구 발전을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남녀부 경기를 분리해 치러야 한다는 것이 연맹의 입장이다. 중계방송사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지만 2016~2017시즌 V-리그의 남녀부 일정 분리 운영 여부는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일정 합의가 늦어질 경우 다음 시즌 V-리그의 예산과 경기 일정 확정 등의 어려움이 뒤따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