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방송연설에서 '강성 귀족노조'를 탓했다. "파업을 해도 꼬박꼬박 월급 받는 연봉 1억원의 강성 귀족노조가 협력업체, 하청업체 근로자들의 삶을 절벽으로 내몰고 있다. 노조 때문에 우리 기업들은 다 외국으로 떠나고 청년들은 일자리 절벽에 고통받고 있다."
"귀족노조가 월급 받아가며 파업한다"는 것은 '홍준표 경제'의 핵심 전제다. '강성 귀족노조'의 빈번한 파업으로 인해 ▲협력업체 등 관련 산업이 어려워지고 ▲대기업의 국내 투자가 감소하며 ▲청년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연 "귀족노조가 월급 받아가며 파업한다"는 말은 사실일까?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
일단 '귀족노조'든 아닌 노조든, 파업 기간 월급을 받는 일은 없다.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 제44조에는 "사용자는 쟁의행위에 참가해 근로를 제공하지 않은 근로자에 대해 해당 기간 임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규정돼 있다.
홍 후보는 사측이 제공하는 급여가 아니라, 노조가 적립해둔 돈이 사실상의 급여라는 '변칙적' 주장으로 논리적 허점을 회피하기도 한다. 지난달 25일 TV토론회에서 "강성 귀족노조는 파업을 해도 파업적립금이 있어서 돈을 다 받아간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정책실에 확인한 결과 홍 후보가 언급한 '강성 귀족노조'는 민주노총, '파업적립금'은 "노동조합에서 파업 전에 조합비를 모아 구성한 적립금"을 각각 의미했다.
그런데 홍 후보가 문제 삼은 '파업적립금'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사항이다. 노동조합법 제16조에 따라 각 노동조합은 자체적으로 기금을 설치·관리할 수 있다. 각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모은 돈을 자신들의 결정에 따라 쓰는 것은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
'강성 귀족노조'로 지칭된 민주노총 측은 홍 후보의 시각이 틀렸다고 반박한다.
민주노총 남정수 대변인은 "노조가 파업만을 위해 수십억씩 모은다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파업에 따른 임금손실분은 조합비로 감당되는 수준도 아니고, 돈 받아가며 파업하는 게 아니라 '불가피한 경우' 손해를 감수하며 파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노조 파업이 경제난의 근본적 원인이라는 홍 후보의 시각도 부정확하다는 지적이다. 홍 후보가 '모든 게 노조 탓'이라고 단정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발간한 '2016년도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노사분규 건수와 파업에 따른 근로손실일수는 2004년 이후 감소하는 추세라는 게 민주노총 입장이다.
2000년 이후 노사분규건수(건) 및 근로손실일수(천일). (표=고용노동부 제공)
남 대변인은 "정부의 일방적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서 예외적으로 철도·공공부문 파업이 길어진 지난해를 제외하면, 2000년대 이후 파업의 강도나 빈도 모두 줄고 있다"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민주노총의 명예를 훼손하는 홍 후보에 대해 고발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