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지난달 30일 인천 부평구 유세에서 "문재인 후보는 월남이 패망하고 미국이 패전할 때 희열을 느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 "공산주의자가 민주주의를 이겼을 때 희열을 느꼈다고 자기 책에 썼는데 그게 정상인가"라고 비난했다.
홍 후보는 같은 주장을 지난달 25일 대선후보 토론회에서도 내놓은 바 있다. 이에 문 후보는 '월남 패망'이 아니라 '리영희 교수 논문의 완결성'에서 희열을 느낀 것이라고 반박했다.
문 후보는 "리영희 선생의 논문, 베트남 전쟁 3부작이 있는데 1·2부에 이어 월남 패망 이후 3부 논문이 쓰여진다. 1·2부와 3부가 수미일관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발간된 '문재인의 운명' 표지 (출처=가교출판사 홈페이지)
두 후보의 공방은 2011년 문 후보가 발간한 '문재인의 운명'이라는 저서에서 시작한다. 책 131~132쪽에 리영희 교수 논문이 소개되는데, "베트남 전쟁의 부도덕성과 제국주의적 전쟁의 성격, 미국 내 반전운동 등을 다뤘다. 결국은 초강대국 미국이 결코 이길 수 없는 전쟁이라는 것이었다"라고 내용이 풀이돼 있다.
문 후보는 책에서 "(대학교 1·2학년 때) 처음 접한 리영희 선생 논문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가 제기돼 있었고, 명쾌했다", "나아가 미국을 무조건 정의로 받아들이고 미국의 주장을 진실로 여기며 상대편은 무찔러 버려야 할 악으로 취급해 버리는, 우리 사회의 허위의식을 발가벗겨주는 것이었다"고 소감을 적었다.
또 "그 논문과 책을 통해 본받아야 할 지식인의 추상같은 자세를 만날 수 있었다. 진실을 끝까지 추구하여,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근거를 가지고 세상과 맞서는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희열'은 "(논문의) 1, 2부는, 누구도 미국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을 시기에 미국의 패배와 월남의 패망을 예고했다. 3부는 그 예고가 그대로 실현된 것을 현실 속에서 확인하면서 결산하는 것이었다. 적어도 글 속에서나마 진실의 승리를 확인하면서, 읽는 나 자신도 희열을 느꼈던 기억이 생생하다"는 대목에 등장한다.
홍 후보가 아예 없는 단어를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미국 패전에 대한 희열'이나 '공산주의 승리에 대한 희열' 등 거두절미 방식으로 과장된 해석을 한 셈이 된다.
친박계 커뮤니티인 박사모 밴드에서도 유사한 방식의 비방이 등장했다.
"이런 사람(문 후보)은 대통령 후보이기 전에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고 막말이 함께 적힌 문제의 비방은 '홍준표 대통령 만들기', '보수대연합', '조원진을 사랑하는 모임' 등 보수·우익 커뮤니티에서 회자되고 있다.
그래픽 = 강인경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