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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환 불똥' 韓 체육 '병역 개혁'으로 번지나

스포츠일반

    '오지환 불똥' 韓 체육 '병역 개혁'으로 번지나

    '우승했는데 웃지를 못하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3연패를 달성한 야구대표팀 오지환이 3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야구 오지환(28·LG)으로 촉발된 '병역 혜택' 파문이 한국 체육 전반에 걸친 개혁으로 이어질까.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 나선 대한민국 선수단은 2일 대회 폐막식으로 16일 동안 열전을 마무리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은 비록 6회 연속 종합 2위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4년 동안 흘린 땀을 마음껏 쏟아부으며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다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어느 때보다 병역 혜택 논란이 컸다. 대회 전부터 선수 선발을 놓고 잡음이 일었는데 특히 인기 종목인 야구, 축구에 집중됐다. 우승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군 면제 혜택을 노리고 일부 선수들을 뽑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야구는 오지환, 박해민(28·삼성)에 대한 지적이 많았고, 축구는 황의조(26·감바 오사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오지환, 박해민은 상무와 경찰 야구단 등 선수와 군 생활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다하고 아시안게임에 올인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황의조는 성남 시절 은사였던 김학범 23세 이하 축구 대표팀 감독과 인연으로 뽑힌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인맥 축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에 황의조는 실력으로 논란을 잠재웠다. 한국 축구 단일 대회 사상 첫 두 차례 해트트릭을 달성하는 등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특히 최대 고비였던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에서는 3골을 비롯해 페널티킥까지 유도하며 4 대 3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금의환향'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축구대표팀 손흥민(왼쪽부터), 황의조, 조현우가 3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한 뒤 금메달을 깨물고 있다. 박종민 기자

     

    다만 야구는 병역 혜택 논란을 완전히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오지환, 박해민의 대회 활약이 미미했던 까닭이다. 둘은 대표 선발 때부터 백업 선수로 분류됐던 데다 대만과 조별리그 1차전 패배와 장염 변수로 출전 기회가 더 줄었다.

    프로 최고 선수가 출동한 한국과 달리 일본, 대만은 아마추어 선수가 주축이 된 상황도 여론 악화의 한 원인이 됐다. 유독 한국만 정예를 내보낸 것은 병역 혜택을 바라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표팀이 금메달을 따냈어도 축구만큼 환영을 받지 못한 이유다.

    논란이 커지자 한국 체육계 수장도 이 문제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2일 아시안게임 한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올림픽 메달이나 아시안게임 우승을 이룬 남자 선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 시스템 개선을 언급했다.

    이 회장은 병역 혜택 논란에 대한 질문에 "최근 양분된 여론을 잘 안다"고 운을 뗐다. 일단 "다만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에게 중요한 시기에 입대로 운동의 흐름과 선수 생명이 끊어질 수 있다"면서 "이들에게 국위 선양 기회를 준다는 측면에서 아시안게임 금메달에 따른 병역 혜택은 필요하다"고 전제했다. 정구, 카바디 등 올림픽 종목이 아닌 종목에서는 필요한 혜택이다.

    다만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사견임을 전제로 "꼭 아시안게임에만 한정하지 않고 세계선수권대회, 올림픽 등 각종 국제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한 포인트 마일리지 제도를 공론화를 거쳐 검토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금=군 면제' 공식을 깨고 "대회마다 가중 포인트를 둬 일정 점수를 쌓아야 병역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자동문 아니다' 8월 27일 오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 대한민국 대 대만 경기에서 3-5로 패한 대표팀이 아쉬워하고 있다. 이한형 기자

     

    일견 일리가 있는 의견이다.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에만 집중되는 대표팀 지원을 분산할 수 있는 제도다. 최근 야구의 경우 아시안게임은 프로 선수들이 총망라했지만 세계선수권은 대표팀 구성조차 힘든 조건이었다. 만약 포인트 제도가 신설되면 세계선수권 또한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이어질 수 있다. 국민 관심 또한 다른 국제대회까지 확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탁구의 경우는 중국의 강세가 워낙 두드러져 아시안게임 금메달은 하늘의 별따기나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선수권 등 다른 대회 성적까지 합산해 병역 혜택 마일리지를 쌓는다면 한결 숨통이 트일 수 있다. 실제로 세계선수권은 아시안게임보다 연금 점수가 더 높다.

    세계 최강이라는 남자 양궁도 아시안게임 리커브 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에 밀렸다. 이우석(21·국군체육부대)은 개인전까지 은메달에 머물며 병역 혜택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포인트 제도라면 다른 국제대회에서 국위를 선양해 조기 전역을 바라볼 수 있다. 이우석은 개인전 뒤 "양궁은 선발전부터 투명하게 실력으로 했기 때문에 병역 문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내가 그만큼 부족했기 때문에 금메달을 따지 못한 것이고, 더 열심히 해서 국민들 앞에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선수 선발에 대한 공정성이 확보돼야 한다. 야구 대표팀의 경우 오지환, 박해민은 올해 기록이 애매한 상황이었다. 만약 국가대표 선발을 전담할 기술위원회가 있었다면 논란을 배제할 장치가 됐겠지만 이번에는 코칭스태프에 전권이 위임됐다. 야구인으로서 각 구단의 절실한 상황을 모른 척하기 어려웠을 환경이다. 사실 야구가 아니었다면 병역 혜택 논란도 이 정도로 커지지 않았을 터였다.

    다만 한국 스포츠계의 병역 혜택 문제는 언제든 한번쯤은 논의될 사안이었다. 차제에 달라진 국민 의식을 고려해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병역 혜택 시스템으로 개혁이 이뤄진다면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해 더 나은 계기기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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