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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했나"

책/학술

    "그들은 왜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했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책임자들 처벌 미흡해
    김기춘 비서실장, 블랙리스트 옳다고 믿었을 것
    김종덕, 조윤선의 복종. 한국 공무원 문화 보여줘
    여전히 높은 지위 누리는 블랙리스트 연루자들
    문화예술인들의 끈질긴 싸움으로 진실 드러나
    다양한 블랙리스트 있었을 것. 함께 싸워나가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15~19:55)
    ■ 방송일 : 2019년 3월 8일 (금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 연 : 심용환 작가

    ◇ 정관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 한 2년 지났고 이제는 잊혀 가고 있는데요. 총 정리한 책이 한 권, 바로 오늘 출간됐네요. 책 제목이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이에요. 또 이 책을 쓰신 분이 역사학자 심용환 작가네요.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모셨습니다. 어서 오세요.

    ◆ 심용환> 안녕하세요.

     


    ◇ 정관용> 역사학자가 왜 이런 책을 쓰시게 됐어요?

    ◆ 심용환> 제가 일단은 이 블랙리스트 조사위원회가 사실은 만들어져서 한 총 1년 반 정도 활동을 해서 얼마 전에 10권짜리 조사 보고서를 냈는데 제가 그 백서편찬 소위원회에서 한 꼭지를 담당해서 사실은 연구진으로 들어갔다고 하죠. 그게 계기가 돼서 지켜보면서 이건 꼭 역사 기록으로 남겨야 되겠다. 옛날 얘기만 쓰는 것이 아니라 지금 당장 우리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좀 재탄생시키고 싶다 해서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서 하나 만들었습니다.

    ◇ 정관용> 서문에 이렇게 쓰셨더라고. 역사가에게 현대사가 아닌 현재사를 쓰는 것이 요구되는 시대다. 현재사라는 말이 있어요?

    ◆ 심용환> 사실 있는 말 같지는 않고요.

    ◇ 정관용> 만드셨죠?

    ◆ 심용환> 네. 우리 역사가 워낙 격동의 상황 속에 있고 이 상황 속에서 그러면 옛날얘기만 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 아니면 지금 우리 안에 있는 의미를 재해석해서 다른 문제들을 또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성찰의 도구가 되면 안 되는가 이런 고민 속에서 조금 과감한 노력을 한번 해 봤습니다. 새로운 장르를 하나 만들었다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 정관용> 현재사. 책 제목은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결국 처벌이 미흡하다, 이게 책의 결론입니까?

    ◆ 심용환> 그렇죠. 그리고 처벌이 됐다라고 생각하지만 그 과정을 꼼꼼하게 따져보면 언론에 나오고 아주 유명한 몇몇만 처벌의 대상이 됐을 뿐이지 나머지 문제는 대부분 생각보다는 뜻대로 된 것들이 많지 않다. 그리고 혹은 처벌이 됐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형량이나 내용도 과연 이건 적당한가 혹은 정당한가 이런 질문을 한번 심층적으로 해 보고 싶었던 거죠.

    ◇ 정관용> 책의 부제가 굉장히 길어요. 혐오와 처벌, 정의와 기억의 관점에서 다시 쓴 블랙리스트의 역사. 혐오와 처벌, 정의와 기억. 이게 무슨 뜻입니까?

    ◆ 심용환> 문자 그대로인데요. 그러니까 워낙 좀 충격적인 사건이었고, 보도가 되면서 그 당시 최순실 게이트 이런 것 속에서 여러 부정부패 중의 하나라고만 단순하게 느꼈던 것 같은데 꼼꼼하게 따져보게 되면 정말로 우리 역사에서 이렇게 조직적으로 문화예술계 전체를 다 종합적으로 탄압했던 사건도 없을 뿐더러 그것을 정확하게 기억해 복권을 시켜야지만 유사 사건들에 대해서도 제대로 처리할 수 있는 상상력을 좀 얻지 않을까.

    단적인 게 우리는 블랙리스트라고만 기억하고 있지만 실제로 영화 변호인을 보면서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이 굉장히 분노를 하고 수석비서관회의를 열거든요. 그런데 그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었다는 건 사실은 꼭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만이 아니라 전 분야의 어떤 사회적 현상 전체를 통제하겠다는 회의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런 것을 본다면, 저는 한 사건을 다뤘지만 실제 다른 곳에서도 뭔가 유사 작업들이 있었음이 추정되는 거죠.

    도서<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심용환 지음 (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 정관용> 이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또 저희 시사자키 프로그램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처음 유진룡 전 장관이 저희 프로그램에 출연을 해서 장시간 인터뷰를 해서 2일에 걸쳐서 그 인터뷰를 저희가 방송에 내보냈습니다. 그게 사실 첫 폭로가 된 거죠. 이게 분명 있었다. 본인의 기억으로는 전두환 정권 80년대 초에 있다가 사라졌는데 다시 이 리스트가 등장했다라는 것을 증언을 했거든요. 바로 그래서 본격적인 수사로 이어지고 김기춘, 조윤선, 김종덕 등등의 구속과 이런 식으로 쭉 연결된 그런 상황인데 이 책에서는 먼저 첫 번째 챕터에서 악의 탄생, 블랙리스트는 어떻게 만들어졌는가. 그런데 여기 김기춘과 왜 도조 히데키가 같이 나옵니까?

    ◆ 심용환> 사실 이제 제가 백서편찬위원회에서 연구담당이 김기춘 연구, 인물로 본 블랙리스트였는데 그러니까 사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건 그냥 나쁜 의지를 가진 사람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계속 연보를 따지고.. 제가 1991년부터 지금까지 존재하는 김기춘 관련 모든 기사를 다 봤는데 그냥 단순하게 자기가 출세를 하거나 혹은 그냥 자기의 편협된 어떤 세계관을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하기에는 확신범적 성격. 본인이 이 가치를 너무나 강력하게 옳다고 믿고 있고 그랬기 때문에 이런 행동을 했다고 하는 건데.

    공교롭게 과거에 있었던 2차 세계대전의 전범 도조 히데키 같은 경우도 2차 세계대전 일으킬 때 보면 전쟁 질 게 예상이 돼서 전쟁 개전을 결정하고 혼자 통곡도 하고 이런 장면이 다 있거든요. 그런데 현장에 나와서는 이제 천황을 위해서는 목숨 걸고 수호하면서 다 자기 죄로 돌리는 이런 역사 속에서 왜 이런 잘못된 해독을 일으키는 인간들이 나오는가에 대한 인간적인 연구를 했던 거죠.

    ◇ 정관용> 그러니까 우리 심용환 작가가 보시기에는 이번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의 첫 출발이고 핵심이 김기춘 실장이었습니까?

    ◆ 심용환> 그렇죠. 물론 이제 박근혜 대통령이라든지 다른 집단도 있겠지만 적어도 이 사업을 아주 정력적으로 기획하고 설계하고 운영했던 핵심은 김기춘 실장이 맞고요.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이제 아주 구체적으로 전달이 됐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 같습니다.

    ◇ 정관용> 유진룡 전 장관도 그때 그런 얘기를 했어요. 박근혜 대통령이 대통령 당선되고 자기한테 처음 장관 맡아달라고 요청하는 전화를 할 때는 문화예술계에서 나를 지지하지 않은 사람도 훨씬 많을 거 아니냐. 그 사람들까지 다 끌어안고 가고 싶다. 그러자면 유진룡 장관밖에 없다고 하더라. 그러니 장관 맡아 달라 이랬대요.

    ◆ 심용환> 맞아요.

    ◇ 정관용> 그런데 이상한 지시들이 자꾸 내려오니까 가서 박근혜 전 대통령 앞에 가서 제대로 따지기도 했대요. 아니, 나한테 장관 맡아달라고 할 때는 그러지 않았느냐. 그랬더니 웃으면서 아무 말이 없었답니다. 그런데 그 후에 계속 그런 지시들이 왔다는 거고 그게 역시 김기춘 실장이 온 이후였다고 증언을 했거든요.

    ◆ 심용환> 맞습니다, 맞습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 심용환> 그리고 어떻게 보면 초기에 이런 일이 처음 있었기 때문에 당황스러워서 유진룡 전 장관을 비롯해서 고위 공무원들이 이걸 어떻게 해서라도 좀 비껴가야 되겠다고 했을 때 보면 결국 일괄 사표 처리로 가는 것으로 주도했던 것도 김기춘이었고 그런데 이게 한번에 탁 특정해서 자르면 모양새가 안 좋으니까 좀 넓게 자르면서 실질적으로 그들을 배제하는 게 목적이라는 등, 정말 있을 수 없는 공무집행이 있었던 거죠.

    ◇ 정관용> 김기춘 전 실장은 본인의 확신에 의해서 우리나라 문화예술은 이 방향으로 가야 돼. 그 방향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절대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어 이런 거죠?

    ◆ 심용환> 너무 당연한 얘기고. 사실 조금 의아한 건 그분은 그럴 수 있다 치는데 왜 그곳에 조윤선, 김종덕 같은 어떻게 보면 유신시대 사람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박근혜 정권하고 깊이 있는 유대감을 가졌던 사람들이 아닌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함께 사업을 했는지. 혹은 그것에 대해서 공무원들, 일반 공무원들이 어떻게 그 명령을 수행했는지도 좀 충격적이어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사진=이한형 기자)

     


    ◇ 정관용> 그게 이제 두 번째 챕터입니다. 맹종하는 공무원. 관료는 왜 권력에 순응하는가. 여기도 또 히틀러의 블랙리스트 사업 그리고 슈페어? 이건 뭐예요?

    ◆ 심용환> 이건 이제 외국 사례와 비교해서 보면 좋을 것 같은데 히틀러가 사실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업의 원조입니다. 그래서 현대미술들을 퇴폐적이라고 규정을 해서 본인이 마음에 드는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다 모은 다음에 퇴폐 미술 전시회까지 열고 그 작품을 무시하려고 정신병자들이 그린 그림을 막 섞어서 갖다놓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샤갈, 살바도르 달리 이런 사람들 사이에 정신병자들이 치유용 그림을 같이 섞어놓고 봐라 이게 타락한 현대미술이다. 그러니까 이런 걸로 가면 안 되고 우리 나치의 흐름으로 가야 된다 이렇게 가는 것을 제시했었고.

    슈페어는 나중에 군수장관이 됐던 사람인데 이분이 무명의 건축가였는데 아주 우연한 기회에 히틀러가 꿈꾸는 건축술에 공헌을 할 기회가 생기면서 출세를 막 하는데 슈페어 회고록을 보면 나는 나의 성공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결국 나중에 가면 나치의 중심에 있는 어떻게 보면 결과적으로 악마가 되는 거죠. 그러니까 조윤선이나 김종덕 같은 경우도 분명히 좀 특히 김종덕 장관 같은 경우는 정말 무관한 인사, 애초에 보도도 박 대통령과 특별한 인연 없어 이렇게 보도가 났었었거든요.

    ◇ 정관용> 그런데 알고 보니 최순실, 차은택 쪽 추천이었다는 거 아니에요.

    ◆ 심용환> 그 루트가 그렇죠, 결국은 들어와서 했던 일들이나.. 조윤선 장관도 (블랙리스트 보고를 받고) 처음에는 얼굴이, 낯빛이 어두워진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이렇게까지 했어? 했는데 조윤선 장관 같은 경우는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도 좀 높았던 분이고 관련 책도 썼던 사람들인데 어느 정도의 출세를 고려하더라도 어떻게 나중에 가면 이렇게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것도 좀 관심 있는 대상이었고.

    ◇ 정관용> 그런데 바로 그게 관료는 왜 권력에 순응합니까? 그 제목에 답을 순응해 보세요.

    ◆ 심용환> 일단은 그 두 분에 관한 건 좀 차치하는데도 이런 게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적으로 헌법적으로는 공무원은 당연히 법을 집행하는 사람이 돼야 되는데 한국의 공무원 사회를 분석을 해 보면 1950년대까지는 공무원 임용제도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이렇게 어떻게 보면 저렇게 그냥 인맥으로.

    ◇ 정관용> 알음알음 뽑은 거예요?

    ◆ 심용환> 그러다가 60년대로 들어오면서 박정희 정권시절로 들어오면서 시험에 의한 임용제도가 만들어지고.

    ◇ 정관용> 고시제도나 이런 거.

    ◆ 심용환> 그리고 공무원의 숫자가 엄청나게 늘어납니다. 그런데 그때 우리가 잘 아는 옛날얘기일 수도 있겠지만 정부 주도형의 운동 무슨 분식 먹기 운동, 이런 식의 각종 사업을 펼치면서 사실상 한국의 공무원 집단들이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것. 그러니까 법적인 개념 말고 문화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던 건 실제로 지도자가 뭘 원하는가, 수장이 뭘 원하는가를 이렇게 이루어가는 것을 훈련이 됐던. 심지어 이건 위원회 활동 같이 하면서 보기도 하고 듣기도 했던 얘기지만 나라도 그때 블랙리스트 시켰으면 했다. 그러게 너무 세게 조사하지 말라 하면서 조사위원회에 들어온 조사위원들을 겁박이라고 할 수 있으면 겁박이겠죠. 그런 식으로 행동하는 것도 많이 봤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위에서 시키는데 우리가 어떻게 안 하느냐 이런 거죠.

    ◆ 심용환> 한마디로. 그런 걸 또 너무 많이 봤고 뭐라더라, 실질적인 반성이 이뤄지기보다는 빨리 조사하고 끝냈다라는 태도들. 심지어 마지막 문체부에서 사과할 때 그 현장에 저도 있었는데 그때도 보면 문화예술인들 다 와 있고 기자들 와 있었는데 애초에 사과라는 말을 다 하기로 합의도 해 놓고 사과라는 단어도 빼고 물론 현장에서 도종환 장관님께서 사과를 하셨는데 거기 대변인이 나와서 고위 간부인데 기자들 질문 받을 테니까 문화예술인들은 질문 안 받겠다 그렇게 하면서 또 거기서 또 원성을 사기도 하고 공무원의 관심과 방향이 법과 국민이 아니라 언제나 그런 지도자를 따르는 훈련이 돼 있는 이 문화는 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되지 않는가라는 생각도 좀 해 보게 되고요.

    ◇ 정관용> 그런데 이번에 다 구속되고 재판해서 다 처벌까지 되는 걸 보면 아무리 위의 지시라하더라도 법을 어긴 행정집행을 하면 그 담당 공무원은 처벌받는다 이거 아닙니까?

    ◆ 심용환> 심지어 이런 일도 있습니다. 말단 공무원이 나 못하겠다라고 저항을 합니다. 팝업시어터 사태인데 예상치 못한 거죠. 너 따위가 이게, 그렇지만 이게 불법이라 방법이 없으니까 고위 공무원들이 당일날 극장에 찾아갑니다. 그래서 그 극장에서, 팝업시어터는 그냥 카페를 약간 의자들 옮겨서 현장에서 차를 마시면서 공연을 보는 건데 거기에 당시 관객으로 왔던 사람들 얘기를 보면 공연을 시작하려고 하면 책상을 옮겨야 하잖아요. 그러니까 어떤 여성분께서 자리를 왜 옮겨요 막 소리를 지르고 그리고 계속 커피 가는 소리. 공연하면 커피 가는 소리를 멈춰야 되는데 계속 커피 가는 소리를 시끄럽게 한다라든지.

    ◇ 정관용> 공연을 못 하게 훼방을 한 거죠, 물리적으로.

    ◆ 심용환> 나중에 알고 보니까 말단공무원이 저항하니까 그걸 막기 위해서 위에서 직접 와서 그 자리를 점유하고 그런 행동을 했던 겁니다. 그렇게까지 한다는 것은 너무나 지나칠 정도로 공직사회나 목적이 국민의 목적이 아닌 어떤 지도자에게 맹종하는 모습이 있지 않나 하는 그런 모습으로 판단이 된 거죠.

    심용환 작가 (사진=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제작진 제공)

     


    ◇ 정관용> 또 그 챕터에 이걸 철학과 연결시켜서 인지부조화 이론과 연결시켜놨네요.

    ◆ 심용환> 왜 그러냐면 그러니까 제가 의아했던 건 김기춘 같은 경우는 그럴 수 있다고 봐요.

    ◇ 정관용> 확신범이니까.

    ◆ 심용환> 그런데 조윤선이나 김종덕이 왜 그랬을까라고 했을 때 레온 페스팅거라는 심리학자의 주장은, 동의할 수 없는 걸 강제로 동의할 때 나중에 더 안 고치려고 한다라는 심리학적 결과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애초에 경제적이거나 명예적 대가가 있어서 굴종을 하든 아니면 겁박에 의해서 동의를 하든 간에 여하튼 본인이 틀렸다는 걸 알고 그걸 실행하면 나중에 걸려도 더 그걸 고집하게 된다는 아주 유명한 심리학의 연구인데. 그런 심리학의 잣대까지도 한번 대봐야 하지 않을까라는 정도로 희한한 모습들을 보이게 되죠.

    심지어 조윤선 장관은 나중에 가면 박근혜 대통령 옛날에 개인 화장실 변기 만들던 거랑 똑같든 것들도 하고 그럽니다. 일종의 동물농장이라는 작품에서 돼지가 나중에 사람 흉내 내듯이 어떻게 대통령이 보였던 기행이 장관에게서도 보이는 그런 모습들도 있으니까 그쯤 되면 충격적이죠.

    ◇ 정관용> 조윤선 장관도 변기를 바꾸고?

    ◆ 심용환> 개인 화장실을 만들고 그런 활동을 했던 것도 있습니다.

    ◇ 정관용> 그래요? 그리고 제3장 세 번째 챕터가 정의로운 처벌에 관하여. 진실이 밝혀진 이후에 필요한 것들. 여기는 프랑스 19세기의 드레퓌스 사건을 언급해 놨네요.

    ◆ 심용환> 그게 좀 비슷하죠. 그러니까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드레퓌스는 죄인이다라고 딱 정해 놓고 이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니까 대중들이 대중광기죠, 일종의. 그래서 심지어 어떤 신문에서 드레퓌스의 필적하고 그냥 그때 당시 진범의 필적을 같이 공개했는데 누가 봐도 필적이 다릅니다. 다른데도.

    ◇ 정관용> 같은 거다?

    ◆ 심용환> 같은 거다라고 대중이 다 밀어붙이고 언론들은 계속 거기다가 유태인이기 때문에 유태인이라는 사슬로 계속 어떤 증거도 없는 것을 카더라 식으로 계속 보도를 하면서 사실은 우리가 결론은 드레퓌스 사건이 해결됐다는 얘기로 알지만 실제로는 진범이 잡혔는데도 진범은 무죄 방면되고 나중에 모든 증거가 나왔는데도 드레퓌스는 또 재심에서 유죄가 되거든요.

    우리 식으로 말하면 어떤 태극기부대 같은 특정 집단이 소멸되고 나니까 뒤늦게 슬그머니 무죄를 하는. 그러니까 사실 내부에서 실행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사건 자체가 객관적으로 잘못된 건데도 내가 특정 정당을 지지하면 그냥 맹목적으로 달려들고 특정 언론인 그거에 대해서 맹목적으로 지지하는 현상이 좀 우리나라도 그렇고 19세기, 20세기 프랑스도 그랬다는 게 공통점도 발견되는 것 같고요.

    ◇ 정관용> 그러니까 심 작가가 볼 때는 제대로 처벌이 이뤄지지 못한 것이다.

    ◆ 심용환> 그렇죠.

    ◇ 정관용> 그러니까 장관 밑에 고위공직자들까지는 몇 사람 처벌됐죠?

    ◆ 심용환> 네.

    ◇ 정관용> 그런데 그 하위 공직자들까지 처벌했어야 옳다 그 말인가요?

    ◆ 심용환> 그래서 제대로 처벌 안 된 것도 많고. 사실은 이제 기관장들. 원래 문화예술인으로서 기관장으로 혹은 기관장 혹은 자문위원으로 들어오면서 분명히 블랙리스트 실행에 연루된 되게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 정관용> 공무원이 아니라도?

    ◆ 심용환> 문화예술인 중에서도 이제 극단장이라든지 교수들이 유관기관장으로 들어와서 (블랙리스트를) 실행했는데 그런 분들은 대부분 임기가 끝났다는 이유로 그냥 도망가버리거나 나는 관련 없다라고 하면서 혐의를 부인하면서 다시 대학교수직으로 복귀되거나 거의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때 아주 구체적으로 블랙리스트 집행. 예를 들면 해외의 한국영화제에 우리나라 작품들. 괴물, 살인의 추억, JSA 이런 것을 못하게 했던 분이 지금도 현재 해외의 국제영화제 관리, 관장, 문화원장으로 가 있기도 하고요.

    또 그 당시에 영화제 쪽에서 굉장히 봉준호 감독 같은 분들이 격렬하게 싸워서 결국 사과하고 물러났던 영화진흥위원장도 얼마 전에 또 애니메이션 심사위원회에 다시 또 들어와서 그게 문제가 되는 등 실제로는 유명한 분 몇 분을 제외하고 아주 중역을 담당했었던 코어의 고위 공무원들도 그대로 계신 분들도 많고 그리고 문화예술인으로서 공모했었던 문화예술인들이 여전히 또 현장에서 자기 지위를 갖고 있으면서 기회를 노린 분들도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런 것을 보면 도대체 반민특위 처벌 못한 거랑 뭐가 다른 거냐. 제대로 된 처벌과 정상적인 어떤 효과적인 재분배가 있어야지 가능한 건데 그런 부분이 면밀하게 꼼꼼하게 따져보면 제대로 되지 못했다는 게 분명하다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유진룡 전 장관도 그 당시 또 그런 주장을 폈거든요. 문체부의 중하위직 공직 공무원들은 정말 희생자들이다, 그분들은. 오히려. 그 사람들한테는 불이익이 안 갔으면 좋겠다 이런 당부를 강력하게 했었거든요. 그게 옳지 않다고 보시는 겁니까?

    ◆ 심용환> 아니요. 그거 완전 틀렸다는 말도 아니고 도종환 장관도 그런 비슷한 발언을 계속했는데 이게 보면 정말 실행만 했던 하위 공무원까지 일일이 다 처벌하자고 주장하는 문화예술인들은 존재하지 않고요. 지금 제가 말씀드렸던 건 실질적으로 그걸 실행했던 꽤 높은 고위 공무원들 그리고 직급으로는 문체부에서 좀 낮지만 산하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라든지 영화진흥위원회, 출판협회 이런 식으로 산하 기관을 감독하는 공무원들은 직급이 낮아도 거기서는 또 위원장을 좌지우지하는 역할을 하거든요. 그런 데 적극적으로 실행했던 사람들. 혹은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자문으로 들어오거나 위원장으로 들어왔었던 저명한 문화예술인.

    ◇ 정관용>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문화예술위원회의 위원 이 사람들이 심의를 통해서 지원사업을 결정하는 거니까. 물론 가이드라인이 위에서 내려왔다 해도 결국 그걸 집행하는 데는 그분들이 책임을 갖고 있다.

    공개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진=연합뉴스 제공)

     


    ◆ 심용환> 그리고 또 문제는 개혁안으로 문체부에서 내놓은 안들이 외부인사들을 많이 수혈하겠다라든지 보직을 조정하겠다고 얘기하는데 이게 자칫하면 보직을 조정하면 한번 처벌을 받은 셈이 되잖아요. 그러면 그다음에는 다시 돌아오더라도 그 사람은 나는 이미 죄를 치렀다는 변명을 할 수 있는 거고 또 외부인사 수혈해서 하는 방식은 옛날부터 쓰던 방식이기 때문에 그다지 효과적이지도 않고.

    ◇ 정관용> 그래도 진상조사위원회가 권고를 하고 몇 번의 진통 끝에 문화체육관광부가 몇 사람 처벌하기도 하지 않았나요?

    ◆ 심용환> 그러니까 결과적으로는 그런 과정이 많이 이뤄지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책에서도 좀 꼼꼼하게 쓴 게 뭐냐 하면 그게 어떤 정권이 바뀌어서 아주 체계적으로 딱딱딱 됐다기보다는 맨 처음에는 좀 수사까지 동원했는데 그냥 문체부 훈령으로 조사만 해라. 그러다가 예산문제가 있으니까 자유한국당에서 예산 못 줘. 이러면서 또 작업이 중단되기도 하고 그다음에 처벌안이 나왔을 때 너무 경징계여서 또 문화예술인들이 몇 달간 싸워서 올라가고 이런 식으로 나름대로 해내기는 했는데 그 과정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사실 이제 원하는 결과까지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문화예술인들의 자조감도 분명히 현재 있고 좀 그런 진통도 있었고요.

    ◇ 정관용> 그래서 제목이 ‘우리는 누구도 처벌하지 않았다’.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마지막 4장이 기억의 가치, 블랙리스트 어떻게 곱씹어야 할까. 어떻게 곱씹어야 합니까?

    ◆ 심용환> 이게 좀 세계적인 고민인 것 같은데 제가 스페인 얘기도 이렇게 썼지만.

    ◇ 정관용> 스페인 내전을 여기다 썼네요.

    ◆ 심용환> 내전 자체보다도 내전을 어떻게 기억할까인데 맨 처음에는 스페인 사람들이 그냥 망각하자고 했었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심하게 자기들끼리 좌파, 우파 나눠 싸워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피해자들이 막 등장해서 나타나니까 결국은 이 얘기를 하자. 대신에 기억은 허락하지만 처벌은 하지 않겠다라고 합니다. 그러다 지금 스페인은 어떻게 하느냐 하면 기억도 하고 아직 처벌하지는 않지만 공공장소에서 과거에 어떤 그런 프랑코 독재의 유산들을 알리는 조형물이라든지 그런 것들은 다 정리하겠다까지 왔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지금 현재 스페인의 논쟁은 처벌까지 해야 된다로 가고 있는 상황인데..

    지금 예를 들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석방을 둔 갈등이라든지 지만원 씨 5.18망언 같은 것들 이런 것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지만 결국은 정확하게 기억해야 될 자유. 그리고 그 다음에는 그 기억과 관련된 모욕적인 어떤 흔적에 대한 제대로 된 정리. 마지막에는 어찌 됐건 사회에서 동감할 수 있는 적절한 처벌을 통한 새로운 어떤 리스타팅. 이걸 위한 지금의 과정인데 이 과정에 좀 좋은 도움, 도구를 위해서 제가 썼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그러니까 아직도 과정 중이다라고 보시는 거군요. 그냥 끝난 게 아니고.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몇몇 사람의 처벌. 그거 좀 부족하지만 아무튼 그걸로 끝냈으면 되는 게 아니라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들이 많다.

    ◆ 심용환>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래서 결론에 ‘의지의 집합이 동력이 되어’라고 쓰셨네요. 어떤 의지의 집합이 뭘 하는 동력이 되는 겁니까?

    ◆ 심용환> 사실은 제가 어떻게 보면 옛날 얘기하고 살면 되는데 현재사를 다루면서 저는 이 얘기를 최대한. 왜냐하면 올해도 문재인 대통령께서 친일파 청산을 말씀하셨는데 그 부분도 분명히 있지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친일파와 같은 기회주의가 득세하는 것에 대해서 역사가는 저항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저는 이 작업을 한 거고 또 저보다 훨씬 오랜 기간 사실은 문화예술인들이 광장에 텐트를 만들어놓고 거리투쟁을 하면서 나중에 조사위원회까지 만들어서 여기까지 오고 지금도 집단활동을 하고 있거든요. 이런 것처럼 싸우고 정의와 진실을 향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이야기는 만들어지고 그래서 수많은 블랙리스트가 추정되지만 그래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부족하더라도 이 점도 제가 책을 쓸 정도로까지 진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 정관용> 드러났죠.

    ◆ 심용환> 각각의 영역들도 저희가 함께했으면 좋겠다 하는 말을 멋있게 써봤습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망각하고 있는데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사태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새롭게 출발할 때까지 함께해야 할 일들이 많다. 그걸 조목조목 짚어주신 역사학자 심용환 작가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심용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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