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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시민 18만 명 촛불 들고 '톈안먼 시위 30주년' 추모집회

아시아/호주

    홍콩시민 18만 명 촛불 들고 '톈안먼 시위 30주년' 추모집회

    • 2019-06-05 07:04

    "中 정부 진실 숨기려 하지만,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
    톈안먼 어머니회 "고마워요" 한마디에 참가자들 눈시울 붉어져
    홍콩 정부 추진 '범죄인 인도 법안' 반발도 집회 열기 일조

     

    "중국 정부는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지만, 진실은 절대 숨길 수 없습니다. 우리는 중국 본토인들이 진실을 알길 원하며, 그들이 알게 될 때까지 계속 진실을 말할 것입니다."

    4일 밤 홍콩 빅토리아 공원에서 열린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30주년 기념 추모집회에 남편과 함께 9살 딸의 손을 잡고 참가한 40대 회사원 안젤라는 촛불을 높이 들며 이렇게 힘줘 말했다.

    톈안먼 사태는 1989년 6월 4일 민주화와 정치개혁을 요구하면서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시위를 벌이던 대학생과 시민들을 중국 정부가 탱크와 장갑차를 동원해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사건을 이른다.

    중국 정부는 그 희생자 수가 300명에 못 미친다고 발표했지만, 서방 세계에서는 수천 명이 희생됐다고 본다.

    홍콩에서는 톈안먼 시위 다음 해인 1990년부터 매년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촛불집회를 주최한 홍콩 시민단체인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는 이날 저녁 열린 촛불집회의 참가 인원이 2012년과 2014년 기록했던 사상 최대 인원인 18만 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집회 참가 인원이 3만7천 명이라고 밝혔지만, 기자가 언뜻 보기에도 빅토리아 공원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수가 이보다는 훨씬 많아 보였다.

    이날 집회는 저녁 8시에 시작했으나, 인근 지하철역인 틴하우 역에서 내리는 사람의 수가 너무 많아 역에서 빅토리아 공원까지 걸어오는 데 30분 가까이 걸리는 바람에 8시 30분이 넘어서도 계속 사람들이 공원 안으로 밀려들어 왔다.

    틴하우 역에서 빅토리아 공원까지 걸어오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십 곳에 달하는 지련회의 투명한 모금 상자였다.

    지련회는 매년 톈안먼 시위 촛불집회를 개최하면서 중국의 민주화와 개혁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수십 곳에 달하는 모금 상자마다 지폐가 가득 차 있어 홍콩시민의 후원 열기를 짐작하게 했다.

    '톈안먼 시위를 재평가하라, 반드시 이기겠다'라는 구호 속에 열린 집회에서는 톈안먼 사태 희생자들에 대한 헌화에 이어 1분간 묵념이 진행됐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무대에 설치된 스크린에 '톈안먼 어머니회' 회원들이 나와 홍콩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순간이었다.

    톈안먼 시위의 희생자 유족들은 '톈안먼 어머니회'를 결성해 중국 정부에 톈안먼 시위 진상 조사와 진압 책임자 처벌 등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지만, 톈안먼 시위를 '반혁명 폭란'으로 규정한 중국 당국의 입장은 아직 바뀌지 않고 있다.

    스크린에 나타난 백발이 성성한 톈안먼 어머니회 회원들은 "지난 30년 동안 홍콩의 촛불은 우리와 함께했고, 힘든 시기에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밝혀줬다"고 말했다. 순간 공원 곳곳에서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톈안먼 시위가 발생한 지 30년이 지나면서 '톈안먼 어머니회' 회원 중 55명이 이미 세상을 떠났으며, 남은 회원은 126명이다.

    이날 수많은 홍콩시민을 빅토리아 공원으로 끌어모은 것은 톈안먼 시위 희생자에 대한 추모 열기와 더불어 '범죄인 인도 법안'에 대한 반감이었다.

    홍콩 정부가 추진 중인 범죄인 인도 법안은 중국, 대만, 마카오 등 홍콩과 범죄인 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살인, 밀수, 탈세 등을 저지른 범죄자를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홍콩 야당 등은 중국 정부를 비판하는 반체제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이 법규가 악용될 수 있다며 강력하게 반대한다.

    촛불집회가 열린 빅토리아 공원 곳곳에서 가장 눈에 많이 띈 플래카드는 '平反六四(6·4 톈안먼 시위를 재평가하라)'와 더불어 '反送中(중국으로 보내는 것을 반대한다)'는 글귀를 적은 플래카드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촛불집회에 참가한 대학생 앤서니(22)는 "범죄인 인도 법안이 통과된 후 당장 인권운동가들을 중국으로 보내는 일은 없겠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법안이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오늘 같은 집회에 참여하는 것을 꺼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밤 10시 무렵 집회를 마무리하면서 사람들에게 오는 9일 홍콩 도심에서 열리는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집회에 꼭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지련회의 차이야오창(蔡耀昌) 부주석은 "중국 정부는 톈안먼 시위의 진실을 숨기고, 범죄인 인도 법안으로 '홍콩의 중국화'까지 꾀하고 있다"며 "하지만 역사의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나는 법이며, 민주주의의 큰 물줄기를 뒤로 되돌릴 수는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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