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종이 돈' 피해자 "1년치 월급을 쿠폰으로...곧 바꿔준다고"

사회 일반

    '종이 돈' 피해자 "1년치 월급을 쿠폰으로...곧 바꿔준다고"

    종이돈 묶음으로 임금지불, 1200만원 넘어
    알선업자, 재산 자랑하며 지불요구 묵살
    불이익 당할까봐 이주노동자들 속앓이
    판자때기 샤워실 제공하고 월세 챙겨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익명(외국인 노동자의 가족), 최선희(대구경북 이주연대회의 집행위원장)

    기막힌 얘기 하나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여러분, 누구나 노동력을 제공하면 그에 상응하는 임금을 받아야죠. 그런데 이 임금을 현금이 아닌 종이 쿠폰으로 받았다면, 이게 이해가 되십니까? 실제로 경북 영천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인력 업체를 운영하면서 2년 동안 그들에게 돈 대신 종이 쿠폰을 발행해 온 건데... 1인당 피해액이 수천만 원에 이릅니다. 이 기막힌 사건. 우선 이 사실을 인지하고 제보를 한 분이세요. 피해 노동자 한 사람의 가족입니다. 연결을 해 보죠. 익명으로 만납니다. 안녕하세요? 나와 계세요?

    ◆ 노동자 가족>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베트남에서 온 장인, 장모가 농사일을 하러 다닌다는 건 알고 계셨잖아요.

    ◆ 노동자 가족> 네, 알고 있습니다.

    ◇ 김현정> 얼마나 일을 다니셨어요?

    ◆ 노동자 가족> 지금 한 3년차 정도 됐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임금이 체불됐다는 사실은 어떻게 알게 되셨습니까?

    ◆ 노동자 가족> 작년 2018년도에 제 집사람 통해서 임금을 돈으로 안 받고 쿠폰으로 받는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경북 영천에서 외국인노동자들에게 2년 간 임금체불을 일삼아 왔다는 파견용역자가 지급한 종이돈.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제공)

     

    ◇ 김현정> 어느 날 우연히.

    ◆ 노동자 가족> 네. 그래서 좀 이상하게 제가 생각을 했었고요. 제가 직접 장인, 장모님을 뵙고 그 종이돈을 직접 봤습니다. 보니까 묶음으로 고무 밴드로 묶어져 있더라고요. 전체적인 금액이 한 200-300 정도 돼 보이더라고요.

    ◇ 김현정> 한 묶음이요?

    ◆ 노동자 가족> 네.

    ◇ 김현정> 그 종이돈을 보니까 진짜 무슨 아이들이 소꿉놀이할 때 종이에다가 돈 얼마얼마 써서 장난치듯이 놀이하듯이 그런 쿠폰이네요.

    ◆ 노동자 가족> 네, 맞습니다. 그 종이 쿠폰을 사업주한테 주면 돈으로 다시 되돌려 받아야 되는데 돈으로 되돌려 받지 못하고 그냥 장부에 기록만 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 일은 하면 일당이라는 게 원래 그날그날 주는 건데. 아니, 그날그날 못 주더라도 한 달에 한 번은 정산을 해 줘야 되는데 종이 쿠폰을 주면서 “이거 나중에 돈으로 바꿔줄게, 가지고 계시오.” 장인, 장모님 같은 경우에는 이런 식으로 얼마가 밀려 있었던 겁니까?

    ◆ 노동자 가족> 작년에는 한 1,200만 원 정도가 밀려 있는 상태였습니다.

    ◇ 김현정> 두 분 합쳐서요?

    ◆ 노동자 가족> 네, 맞아요.

    ◇ 김현정> 쿠폰을 갖다가 내면 돈으로 바꿔줘야 되는데, 그걸 또 기록부에다가만 적고 또 돈은 안 줘요?

    ◆ 노동자 가족> 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많이 화가 나더라고요.

    ◇ 김현정> 처음에 그 종이돈을 보고 어떠셨어요?

    ◆ 노동자 가족> 많이 안타깝죠. 제가 이 문제를 제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장인, 장모님 임금이 한 1,500만 원 이상의 임금이 체불됐다는 사실을 알고 그 용역 업체 사장한테 지급해 달라 요구했을 때, 그 용역 업체 사장님이 자기가 통장에 가지고 있는 모든 돈이 50만 원밖에 없대요. 그 말을 듣고 지급할 의사가 분명히 없다라는 생각을 첫 번째로 가졌었고.

    두 번째로는 저희 장인, 장모께 왜 지금까지 1500만 원, 1600만 원 되는 돈을 지금까지 못 받으면서 종이 쿠폰만 받으면서 왜 일을 계속 나가셨나? 물으니, 다른 분들은 한 2700, 많은 사람은 3000만 원 못 받았는데...

    ◇ 김현정> 수두룩하군요, 그런 피해자들이.

    ◆ 노동자 가족> 그 사람들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는 1600만 원, 1500만 원밖에 안 되는데 이걸 굳이 얘기할 필요 있나? 제가 저희 집사람을 통해서 이 얘기를 듣고 좀 심각하다. 이건 분명히 누군가는 문제를 제기해야 되겠다 하는 생각에.

    ◇ 김현정> 잘하셨습니다. 선생님께서 그냥 모른 척하지 않고,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하고, 세상에 알리면서 지금 이 기막힌 사건이 알려진 겁니다. 제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지금 장인, 장모님뿐만 아니라 아내분도 그렇고 충격이 크시겠어요?

    ◆ 노동자 가족> 걱정이 많습니다. 처음에는 저희 장인, 장모님께서 크게 걱정하고 그러지는 않더라고요. 언젠가는 받을 수 있겠다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못 받을 수 있겠다는 걱정이 있다 보니까 요즘은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주무세요.

    ◇ 김현정> 연세 있으신데도.

    ◆ 노동자 가족> 못 주무시고 계속 한숨 쉬시고 걱정이 정말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저희 집사람도 힘없어 하는 모습이 안타깝고.

    ◇ 김현정> 왜 안 그렇겠습니까. 아마 자식들 살림에 좀 도움 주시겠다고 연세 드신 분들이 가서 매일 농장에서 일하신 것일 텐데. 참 그걸, 그 돈을 빼앗다니요. 이건 뭐 벼룩에 간을 빼먹는 것도 아니고 참 너무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아내분도 그렇고 장인, 장모도 좀 위로해 주시고 밀린 임금 받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가지고 지켜보겠습니다. 제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노동자 가족> 감사합니다.

    ◇ 김현정> 임금 체불 피해자 한 분의 사위입니다. 익명으로 연결을 해 봤습니다. 이어서 이분으로부터 최초 제보를 받고 노동청에 신고한 분이 계세요. 시민단체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의 최선희 집행위원장 만나보죠. 최선희 집행위원장님, 안녕하세요?

    ◆ 최선희> 안녕하십니까.

    10일 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가 영천의 한 파격용역자의 대규모 임금체불을 지적하며 사업주 구속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주노동자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대구경북 연대회의 제공)

     

    ◇ 김현정> 피해자가 대체 몇 명입니까?

    ◆ 최선희> 작년에 150명 정도가 근무를 했다고 하고 올해는 5명이라고 하니까 아마 200명 정도 규모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금액은 어느 정도로 추산하고 계세요?

    ◆ 최선희> 가늠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우리는 한 3-4억대 정도 수준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3-4억대 정도. 대체 왜 종이 쿠폰을 줬답니까?

    ◆ 최선희> 그 사장을 만나보고 싶었으나 계속 우리를 피하고 있다라는 얘기만 들어서 결국은 주위에 있는 주민들에게 이 사실을 조금 더 얘기 듣는 수준에서 토로하셨습니다.

    ◇ 김현정> 수차례 찾아갔지만 직접은 못 만나고 주변 조사만 하신 거네요. 그런데 임금 체불로 찾아간 사람들한테 피의자들이 이렇게 말했대요. 그 농장에 농사가 망해서 우리도 정산 못 받았다. 우리도 돈을 못 받았는데 당신들한테 어떻게 주냐? 그러니까 좀 기다려라, 기다려라, 한꺼번에 주겠다 이랬다고 하는데요?

    ◆ 최선희> 농장주들에게서는 거의 돈을 다 받은 걸로 알고 있고요. 어떤 농장주에서는 미리 돈을 줘야지만이 사람을 보내줘서 현금으로 돈을 먼저 주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니까, 돈을 못 받아서 임금을 지급하지 못했다는 얘기는 사실 믿을 수 없는 내용들이었습니다.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 사건을 제보 받고 백방으로 취재를 하러 다니신 걸로 알아요. 조사를 해 보시면서 좀 충격적인 것들도 많이 목격하셨다고요?

    ◆ 최선희> 아직도 그곳에서 일을 하면서 언젠가는 돈을 주겠다고 믿고 있는 한 20여 명의 노동자들이 있는 걸 확인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 이 사건 터진 걸 알고도? 왜요?

    ◆ 최선희> 하나는 너희들이 신고를 하면 벌금을 받기도 하고 잡혀갈 수도 있고 너희들 딸과 사위한테도 문제가 생긴다라는 이런 두려운 마음을 계속 심어준 것도 있고요. 또 한편으로는 내가 땅도 많고 집도 여러 채 있고 차도 여러 대 있기 때문에 너희들 월급 주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열심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줄 수 있다라는 그런 얘기를 하면서 이분들에게 어떤 신뢰와 믿음으로 그것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가 월급 못 받았어요? 라고 질문을 했는데도 자기는 그런 거 없다라고...

     

    ◇ 김현정> 오히려 숨겨요?

    ◆ 최선희>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너무 안타까운 마음이었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일할 수 없는 비자로 온 외국인들이 여기서 일하는 것 자체를 옹호하거나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이들의 절박한 상황을 악용해서, 이용해서 이들을 등쳐먹는 이런 나쁜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건 반드시 적발해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오늘 짚어보고 있는 것일 텐데요. 그 사람들이 운영하는 숙소도 가보셨다면서요?

    ◆ 최선희> 좀 열악했습니다. 잠자리는 그냥 잠을 자기 위한 공간밖에 되지 않고요. 예를 들면 한 사람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겨우 되는 곳에 한 2명 정도가 자고 있었고요. 그리고 그보다 한 3배 정도 될 수 있는 공간에서는 7명, 8명 이렇게 살고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 김현정> 그런 곳에 냉난방이 잘될 리는 없고. 씻는 곳, 샤워실 같은 게 잘돼 있을 리도 없고.

    ◆ 최선희> 씻는 건 정말로 판자로 가림막을 할 정도의 수준이었기 때문에.

    ◇ 김현정> 판자요, 나무 판자요?

    ◆ 최선희> 네. 가림막을 해서 그냥 샤워기 하나만 달려 있는 곳이었는데 그곳에서 문단속을 하면서 샤워를 한다라는 건 사실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성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편해 보이는 시설에서 월세를 받고 있었다고 하니까 좀 더 경악스럽기는 하죠.

    ◇ 김현정> 그걸 또 월세까지 받았어요?

    ◆ 최선희> 월세를 15만 원으로 들었습니다.

    ◇ 김현정> 세상에 참 별의별 기막힌 임금 체불이 다 있구나 싶네요. 이게 2019년이 맞나 싶습니다. 노동청에 신고가 들어갔으니까요. 아무쪼록 조사가 명명백백하게 이루어져서 이 나쁜 짓 저지른 사람들 합당한 처벌받기를 바랍니다.

    ◆ 최선희> 반드시 노동청에서 의지를 가지고 이 조사를 명백하게 드러내줬으면 좋겠고요.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서 이런 문제들이 근절되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김현정> 저희도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 최선희> 고맙습니다.

    ◇ 김현정> 대구경북이주연대회의의 최선희 집행위원장이었습니다. (속기=한국스마트속기협회)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