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공천관리위원장 직무대행인 이석연 부위원장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공천관리위원회에서 경선 결과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에도 명맥을 유지하던 이른바 친박(친 박근혜) 세력이 갈 길을 잃는 분위기다. 2017년 3월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선고한 지 3년 만이다.
21대 총선을 앞둔 미래통합당 대구·경북(TK) 지역 공천 결과에서 그 양상이 뚜렷이 드러난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는 20일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지역구 경선에서 박근혜 정부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리는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김희국 전 국회의원에게 패했다고 밝혔다.
경선에서 김 전 의원은 60%가 넘게 득표했다. 친박 성향의 조직이 작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자신의 현역 지역구인 대구 중구남구에서 컷오프(경선 배제)됐던 김 전 의원에게는 설욕의 기회가 주어진 것. 당시 중구남구에는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냈던 곽상도 현 의원이 공천을 받았었다.
친박 인사의 공천 좌절 사례는 전날 발표된 대구 경선 결과에서도 볼 수 있다.
유승민 의원 지역구지만 그가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자리가 빈 대구동을이 대표적이다.
박근혜 정부에 몸담았던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경우 '유승민 키즈' 강대식 전 동구청장에게 경선 패배했다. '배신자 프레임'을 내건 것으로 전해졌지만 효과를 크게 보지 못한 셈이다.
바로 옆 지역인 대구동갑에서 류성걸 전 의원이 경선을 뚫은 것도 인상적이다. 류 의원은 유승민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바른정당으로 옮겼다 복당한 사례다.
이 지역은 박근혜 정부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냈던 정종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다. 역시 박근혜 정부 시절 '김재철 체제 MBC의 입'으로 불렸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현역 의원들도 대거 낙천했다. 불출마와 컷오프를 합산한 TK 교체 비율은 현재까지 최소 61%에 달한다.
'친박 핵심'으로 통했던 김재원 정책위의장과 조선일보 편집국장 출신 강효상 의원은 각각 서울 중랑구을, 중구성동갑으로 지역을 옮겼지만 역시 성공하지 못했다.
재기를 꿈꾸던 친박 인사들로서는 결국 '혁신 공천'을 내건 공관위 칼날과 지역 민심을 버티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김형오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도한 공천 심사에서 친이(친 이명박)계나 유승민계, 안철수계 등이 약진한 것과 대비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4년전 '진박(진실한 친박) 공천' 파동과 함께 유승민계가 영남에서 대거 컷오프(공천 배제)됐던 때에 비해 상황이 반전된 것을 의미한다. 당시 무소속 출마해 유일하게 당선된 유 의원에게 친박 쪽으로 투항했던 한 의원은 "공동묘지에 홀로 핀 꽃"이라며 조롱을 섞어 평가했을 정도였다.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특히 황 대표가 지지율 답보 상태에서 공천, 선대위원장 인선 문제까지 리더십 위기를 드러내면서 그를 구심점으로 삼으려던 친박 인사들의 계획도 어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황 대표는 박근혜 정부 마지막 총리 출신으로 '박근혜 레거시(유산)'를 정치적 기반으로 물려받은 인사다.
물론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 신임 공관위에서 친박 혹은 친황 인사를 대거 비례대표 당선권 명단에 넣을 수도 있겠지만, 지역구 의원만 한 파괴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TK에서 활동하는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옥중메시지도 냈는데 결과가 이런 걸 보면 친박계의 몰락이 아닌가 싶다"며 "박근혜 향수가 이제 잠재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구에 공천을 받은 한 의원은 "계파보다는 지역연고나 인지도, 활동이력 등이 지역민들의 평가를 받아 경선에서 이긴 게 아니겠냐"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