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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받는 선수 외면하는 체육계 현실…언제까지 '뒷북'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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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통받는 선수 외면하는 체육계 현실…언제까지 '뒷북'만?

    대한체육회 사옥 내 체육협회 출입문 마다 붙어있는 '스포츠 폭력,성폭력 문제 근절을 위한 스포츠인권센터 안내문 (사진=노컷뉴스)

     

    지난해 1월 쇼트트랙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행 의혹이 알려지면서 체육계 인권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대한체육회는 당시 "그동안 내부 관계자들이 징계·상벌에 관여해 관행과 병폐에 자정 기능을 못했다"며 "지도자들이 선수의 미래를 좌지우지하며 이를 무기로 부당한 행위를 자행하는 것을 뿌리뽑도록 하겠다"며 쇄신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의 1년 전 다짐은 공약(空約)에 그쳤다.

    트라이애슬론 국가대표 출신인 고(故) 최숙현 선수가 가혹행위에 고통받다 지난주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한체육회가 최씨로부터 폭력 신고를 접수받은 날짜는 4월8일이다.

    체육회 차원의 사건 조사와 대응은 지지부진했다. 수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다.

    고통받는 선수를 보호하지 않고 외면한 대한철인3종협회의 책임도 크다.

    미래통합당 '고 최숙현 선수 사건 진상규명 및 체육인 인권보호 TF'가 3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한 간담회에 따르면, 대한철인3종협회는 최씨의 신고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 지난 2월에 이미 사건을 인지하고 있었다.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근 대한철인3종협회 사무처장은 대한체육회 신고가 접수된 4월에 처음 알았다고 주장했다가 이용 미래통합당 의원의 추궁에 말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가 최씨의 소속팀인 경주시청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 관계를 물었고 아무 일 없다는 답변을 듣고 자체 조사없이 사건을 덮었다는 것이다.

    운동선수의 인권 침해가 불거질 때마다 체육계의 오랜 병폐인 온정주의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미투 운동이 번졌던 지난해 1월 체육계 폭력 및 성폭력을 근절하겠다며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체육 분야 비위 조사를 위해 스포츠윤리센터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체육진흥법이 지난 2월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스포츠윤리센터는 오는 8월부터 운영될 예정이다.

    그동안 체육 단체가 선수 인권 침해와 관련해 조사를 벌이고 징계를 할 때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온정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는 가혹행위에 고통받는 선수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해자에 대한 징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과정을 보면서 용기를 낼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 운동을 계속 하기 위해서는 가해자와 다시 마주쳐야 한다는 공포감 때문이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온정주의로 점철된 체육 단체로부터 독립된 전담 기구다. 성적 지상주의와 도제식 훈련 방식 때문에 인권을 침해받는 선수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

    대한체육회는 앞으로 선제적 처벌을 통해 스포츠 폭력에 대해 엄중한 조처를 하겠다고 뒤늦게 나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윤희 제2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특별조사단을 꾸려 강도높은 조사를 실시하고 선수 인권 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어떤 조치도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선수의 꿈을 되돌릴 수 없다.

    1년 전 체육 단체들이 내놓은 대책들을 보다 확실하게 실천했다면, 고통받는 선수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다짐이 지켜졌다면 어땠을까. 성적 지상주의에 취해 폭력을 용인하는 체육 현장도 당장 쉽게 변할 리 없다. 선수 인권을 지켜줄 보다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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