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공※ 스포일러 주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이 활약하는 고려 말과 인간의 몸에 외계인 죄수가 수감된 현대. 여기에 기상천외한 도술 액션부터 서울 도심 상공을 날아다니는 우주선과 외계인, 로봇이 몰아치는 SF 액션까지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스펙터클한 액션.
1부와 2부로 이어지는 거대한 스토리라인과 다양한 장르를 총망라한 압도적 스케일을 완성하기 위해 매 순간 도전이 필요했다. 이에 촬영, 미술, 의상, 무술 등 각 파트의 최고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한 '외계+인'은 387일이라는 한국 역사상 최장 프러덕션 기간을 통해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유일무이한 세계를 완성했다.
지난 15일 최동훈 감독을 화상으로 만나 '외계+인' 프로덕션과 영화 속 등장하는 다양한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 '외계+인' 1부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저게 저런 데까지 들어와?
▷ 우주선과 외계인 모습을 디자인하는 것도 고심이 많았을 거 같다.
우주선 디자인할 때 다른 영화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의 우주선은 어디서부터 출발했을까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한 건 가장 자연적인 느낌을 주면 좋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아티스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우리가 원하는 디자인 능력을 가진 한국 디자이너들은 대부분 해외 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더라. 이럴 때 선배 감독의 덕을 보는 거다. 봉준호 감독님이 '괴물' '설국열차'를 할 때 디자인한 분을 찾아서 의뢰했다. 역시 좋은 선배를 뒀구나 생각하고 있다.(웃음)
▷ 우주선이 지하 주차장 내부로 따라오는 장면과 이 과정에서의 액션이 인상 깊었다.
지하 주차장 신은 한 장면을 만들기 위해 제작비가 너무 많이 들어 반대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저게 저런 데까지 들어와?' 할 수 있는, 외계 비행선과 어울리지 않는 좁은 공간을 찾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경기권에 있는 지하 주차장 중 우주선이 들어올 수 있을 만큼 층고가 가장 높은 곳을 찾았다. 그리고 실제 건물을 다 폭파할 수 없으니 몇 가지 특수효과를 내서 건물 잔해를 주차장 천장에 매달고 조명을 다 파괴하면서 촬영했다. 준비는 되게 오래 걸렸는데 실제 촬영은 하루 만에 끝났다.
영화 '외계+인' 1부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 '사도' '독전' 등의 김태경 촬영감독과 이번에 처음 함께 작업했다. 어떤 점에서 김태경 촬영감독이 '외계+인'이라는 영화와 잘 맞을 거라 생각한 건지 궁금하다.
촬영감독과 감독의 관계는 약간 부부 같은 면이 있다. 내겐 촬영감독이 너무너무 중요하다. '사도'를 봤는데 너무 재밌고 너무 잘 찍었더라. 정확한 쇼트의 사이즈를 가지려 하는 촬영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전' 촬영도 한국에 이렇게 아주 깔끔하고 정확한 사이즈를 추구하는 촬영감독 있구나 생각했다.
만나봤는데 사람이 너무 순하고 매일 하하하하 웃는다. 이 영화를 같이 하자고 했을 때 첫 반응은 '아휴 이걸….'이었다.(웃음) 한숨과 함께 두려움도 있지만 같이 해보고 싶었던 거다. 이전엔 최영환 촬영감독과 계속 같이했는데, 우리는 전쟁 찍듯 빨리 찍는 걸로 유명한 커플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주 천천히 가야 했다. 생각해보면 프리 프로덕션 1년, 촬영 13개월을 거의 같이 살아서 그냥 몇 작품 같이 한 사람처럼 느껴진다. 지금 매우 고마워하고 있다.
▷ 이례적으로 한 작품에서 류성희, 이하준 두 명의 미술감독이 함께 작업했다. 처음 류성희 감독님과 진행했다. 류 감독님이 과거 분량을 먼저 하면서 어떻게 하면 과거를 더 제대로 표현할지 등 계속 도면을 그리며 이야기했다. 그런데 한 분이 하기엔 에너지 소모가 너무 많은 거다. 그래서 '기생충' 끝나자마자 이하준 감독에게 SOS를 보냈다. 두 명의 미술감독이 한 작업을 한다는 건 무척 실례일 거 같지만 같이 해주면 좋겠다고 부탁했는데 너무 흔쾌히 허락해줬다. 그렇게 과거는 류성희 감독이, 현대는 이하준 감독이 담당하게 됐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 유치한 게 뭐가 무섭지?
▷ 흑설과 청운, 무륵, 황룡 현감이 쓰는 도술은 어떻게 구상한 건가? 특히 흑설과 청운이 활용하는 아이템은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는지 궁금하다.
'삼국유사'에 여러 형태의 도술이 나오지만 이런 도술은 안 나온다. '전우치'를 찍고 난 후 도술을 또 한다면, 그러니까 '코리안 매직' 같은 걸 한다면 어떤 아이템을 써야 좋을까 생각했다. 첫 번째가 부적이었다.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남의 행동을 멈추기도 하는 부적을 생각할 때 되게 흐뭇했다.
진짜로 강력한 무기를 원했을 때, 어느 TV 프로그램에 다뉴세문경(청동기시대에 제작된 청동거울)이 나오더라. 지금도 어떻게 제작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최고의 경지에 올랐다고 하는 다뉴세문경을 사용하면 좋겠다 싶었다. 평소 TV를 많이 보는데, 영감을 얻기도 한다.
다뉴세문경을 무기로 쓰자고 했을 때, 처음엔 유치해 보이면 어떡하냐고 많이 반대했다. 유치한 게 뭐가 무섭지? 가끔 세상은 유치하게 돌아가기도 하는데. 그 유치함이 즐거운 이유는 전혀 생각지 못했던 장면을 보게 되기 때문이다. 그럼 그건 유치한 게 아닌 거 아닌가.(웃음) 배우들에게 무기를 설명해도 잘 모르더라. 촬영할 때 우리끼리 민망해하며 촬영했다.(웃음)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 ▷ 이번 영화는 SF, 무협, 판타지, 액션 등 다양한 장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또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방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만큼 프리프로덕션은 물론 후반 작업에서도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욕심을 가지고 만들되 욕심을 버리자는 거였다. 감독인 내가 느끼기에 영화적인 밸런스가 있다. 흐름에 맞춰서 효과적으로 등장해야 한다. CG팀, 디자인팀, 특수효과팀, 미술팀, 촬영감독까지 다 모아 놓고 프리 비주얼을 만들고 계속 수정하면서 작업했다. 회의가 끝나면 회의에서 나왔던 번뜩임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고친다. 프리프로덕션 작업과 같은 상황을 유지해가면서 시나리오를 계속 고치고 회의하고 그렇게 만들어 나갔다.
CG를 13개월 작업했다. 영화 후반 작업 끝나면 스태프가 모여서 기술 시사를 한다. 영화를 한 번 고칠 기회가 있으니 같이 볼 겸 해서 모이는 거다. 250명이 기술 시사에 와서 영화를 보면서 '이렇게 만들어졌단 말이야?' 하며 놀랐을 때, 13개월 촬영했던 즐거움이 이날 만들어지는 구나 생각했다.
▷ 혹시 '전우치'와 '외계+인'의 세계관을 하나로 통합한다든지, '외계+인' 2부 이후 후속 세계관을 그려 나갈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촬영할 때 너무 힘들어서 우리끼리 '또 찍진 않겠지?'라고 했는데, 후반 작업을 하고 우리 영화가 점차 자기 모습을 갖춰가면서 너무 재밌는 거다. 우리가 또 기회가 되어 찍을 수 있다면, 그땐 얼마나 또 재밌을까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난 '전우치'의 세계와 맞닿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정말 세계관이라는 말이 붙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건 관객들이 붙여주는 거라서, 그럴 수 있다면 정말 최대한 고민을 많이 해보겠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