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그룹홈 사회재활교사 손모씨가 자신의 업무공간이자 잠자리를 소개하고 있다. 이용자들의 건강을 지켜보기 위해 밤에도 방문을 열고 자는 경우가 많다. 김대휘 기자▶ 글 싣는 순서 |
①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운영되는 지적발달장애인 '그룹홈' ②30명 장애인 시설과 같은 '1인 그룹홈' 행정업무 ③장애인 그룹홈 1인 다역 안전 사각지대…책임도 독박 ④장애인그룹홈 재활교사, 과중한 행정업무에 노동권까지 파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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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공동생활가정 그룹홈 이용자는 점차 고령화되고 있다. 이용자의 상당수는 중증 장애인이다.
2021년 기준 제주지역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이용자는 66명. 이 가운데 40대 이상이 2011년에는 8% 였지만 2021년은 20%로 해마다 늘고 있다.
이는 한번 그룹홈을 이용한 이용자는 퇴소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퇴소할 경우에는 연고가 있는 원가정으로 돌아가거나 없으면 다시 장애인 시설로 돌아가야 한다.
그룹홈 18곳(2023년 기준) 가운데 10곳은 주말에도 운영된다. 8곳의 이용자는 주말이나 휴일에는 원칙적으로 원가정으로 돌아간다.
서귀포시에서 여성 장애인 4명(20대초 3명, 30대초 1명)과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변모(49) 사회재활교사.
10년째 장애인 재활교사로 일하고 있는 변 교사에게 여행을 가 본적 있냐고 물었다.
여행을 갖다 왔다고 한다. 하지만 혼자 간 것이 아니라 장애인 친구들과 함께한 재활 프로그램이었다.
휴가를 받고 혼자 가본 여행이 언제냐고 다시 물었다.
"개인 여행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현재 일하고 있는 장애인공동생활 가정은 여성 장애인 4명이 있다. 이전에는 남녀 청소년 장애인 6명과 그룹홈을 운영하기도 했다.
여성 장애인 4명을 1명의 재활교사가 공동생활을 하는 것에 대한 애로 사항을 묻자 만일의 사고나 상황에 대응하지 못해 위험한 순간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장애인그룹홈 재활교사가 이용자들의 숙소를 소개하고 있다. 김대휘 기자최근에는 공동생활가정 샤워실에서 미끄러져 쓰러졌지만 함께 있던 장애인 여성들이 그녀를 도와주지 못했다. 이웃에게 도움은 물론 119 등에도 알리지 못해 혼자 누워 있다가 간신히 나왔다고 한다.
현재 이용자들의 장애는 퇴근 후 공동생활가정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지도 못하는 수준이다. 때문에 자동 현관문으로 바꿔달라고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은 이용자들이 스스로 사회생활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제도지만 '독립적인 사회생활 적응'이라는 목표가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게 재활교사의 설명이다.
다만 그들의 사회생활을 돕기 위한 제도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분명한 것은 공동생활가정을 통해 그들의 장애가 악화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동생활가정 장애인 이용자 1명이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방법은 단 하나. 모두 함께 가야 한다. 1명을 돌봐 주려고 자리를 비우는 순간 나머지 3명을 방치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변 교사는 "야간에 응급실을 이용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나머지 3명을 놔두기 어려워서 친척의 긴급한 도움을 받아야 했다"고 말했다.
병원 정기 치료는 가급적 토요일 오전을 이용한다. 그것도 4명과 함께 다닌다. 근무시간 이외 시간이나 시간외근무를 해야 한다.
취재를 통해 만나본 대다수 공동생활가정 재활교사는 거실에서 잠을 자거나 방문을 열어둔다.
재활교사 안모씨도 잠을 자면서 4명의 장애 여성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다운증후군 친구가 있는데 심장판막증 수술도 받고 해서 혹시나 자다가 무슨 일이 생길까봐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잠잘 때 항상 친구들 방문을 열고 수시로 숨소리를 체크해야 된다. 밤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휴게시간이라고 하지만 사실 근무시간이다. 집 밖으로 나갈 수 없고 자유활동은 엄두도 못 냅니다"
사회재활교사 손모씨도 "무호흡증이 있는 장애인 이용자가 있는데 밤에 잠을 자다가 가끔 숨을 쉬지 않을 때가 있다. 이러다 무슨 일이 발생하면 누구 책임인지 생각했다, 그래서 장애인 부모님과 이야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임은 고스란히 저희들이 지는 것이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재활교사 1인이 4명의 장애인 이용자를 돌보는 것은 화재 등 안전사고에도 무방비다.
다세대주택 4층에 설치된 공동생활가정은 소방법에 따라 화재발생시 탈출을 위해 긴급 소방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설치된 소방시설은 종사자 1명이 장애인 4명과 함께 작동해야 한다.
한 재활교사는 "소방시설을 설치하러온 119 대원도 혼자 4층에서 이용하기 쉽지 않다고 말하는데 어떻게 장애인과 함께 탈출하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고 또 다른 재활교사는 설명했다.
옥상으로 도망가는 방법뿐이다.
장애인 1명이 문제 행동을 하면 나머지 3명을 돌볼 수가 없다. 긴급하게 연락할 곳도 없다. 공동생활가정은 법상 단일 시설이고 근무자도 1명이다. 행정기관이 보기에 단일 시설이기 때문에 시설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책임은 시설 운영자인 사회재활교사가 책임을 진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장애인 1명이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 방법은 없다.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다.
서귀포시에서 남성 장애인 4명과 함께 그룹홈에 종사하는 박모씨는 "같이 있는 친구가 스트레스로 밤마다 집을 나가는 일이 있었어요. 그 친구를 찾으러 가야 하는데 나머지 친구들도 이상 행동을 하는 등 혼돈 상태에 빠지게 됐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다른 공생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도움을 긴급하게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장애인그룹홈 내부. 집으로 돌아온 이용자들이 쉽게 옷을 입을 수 있도록 정돈됐다. 김대휘 기자이처럼 긴급한 일이 발생하면 다른 공동생활가정에 있는 재활교사가 근무지를 빠져나와서 도와줄 수 있지만 장애인만 남은 그곳에 발생한 문제는 대처할 수 없다.
장애인공동생활가정 취재를 통해 만나본 사회재활교사 모두가 불면증을 호소했다. 밤에 깊은 잠을 자지 못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건강에 대해 관심이 없다.
"내가 쓰러지면 그룹홈에 있는 장애인들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한 재활교사가 물음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