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부활절인 오는 4월 20일까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을 원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종전 시점이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계획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유럽 국가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 휴전안에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1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가 유럽 관리들에게 "오는 4월 20일 부활절까지 우크라이나 휴전을 확보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다만 전쟁을 빠르게 끝내려는 계획을 두고 "야심차며 잠재적으로 비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소식통도 "부활절보다는 올해 말에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이 훨씬 높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 "우크라이나 전쟁을 24시간 내로 끝낼 수 있다"고 공언해왔고 취임 직후엔 "전쟁을 단기에 끝낼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며 목표 기간을 '6개월 내'로 수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주 외교안보 분야 세계 최대 국제행사로 꼽히는 뮌헨안보회의(MSC)를 앞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잇따라 통화한 뒤 속도전에 나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미국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발언들을 쏟아내며 어려운 협상을 자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를 되찾겠다는 목표를 두고 "비현실적"이라고 했으며,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요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래 안보를 위해선 미국이 아닌 유럽 군대가 주둔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특히 과거 바이든 정부 당시 안보 지원에 대한 대가로 희토류 지분 50%를 요구하는 등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기도 했다. 결국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은 푸틴을 만날 상황이 아니다"라며 수일 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뤄질 예정인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회동에 불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유럽연합(EU)도 군사력 부활 카드를 꺼내는 등 크게 반발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우크라이나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럽 주요국 정상들을 긴급 소집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완전히 배제한 채 우크라이나 전쟁 '즉시 종식'을 밀어붙이고 있어 오는 17일 유럽 주요 정상들이 비공식 긴급 회동을 갖기로 했다"며 "약 80년간 미국에 안보 대책을 '아웃소싱'했던 유럽이 '군사력 부활' 논의를 시작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복귀로 미국과 유럽의 외교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화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이 유럽 안보를 책임지지 않으면 그 결과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의에서 유럽 국가 정상들은 종전 협상에서 유럽을 배제한 트럼프 정부에 대한 대응,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파병안을 포함한 전후 우크라이나 안보 보장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