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전경(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정부가 8일 발표한 세법개정안이 봉급생활자들의 세부담 증가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일자 청와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샐러리맨들의 반발이 수그러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야당은 물론 여당도 정부의 세법 개정안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어서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변형이 불가피해 보인다.
청와대 조원동 경제수석이 9일 오전 예정에 없이 기자실을 찾아 정부의 세법개정안에 대해 다시 한번 설명을 했다.
조원동 수석은 우선 세전 기준으로 "총급여가 3450만원을 넘는 봉급생활자들의 세금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연봉 7천만원 까지는 1년에 16만원, 월 1만 3천원을 더 내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돈도 많다면 많은 액수이고, 저도 제 주머니에서 16만원 빼가는 것 싫어하지만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라며 국민들의 양해를 구했다.
그러면서도 세액공제로의 전환, 비과세 감면 축소로 13월의 월급으로 불리는 연말정산 소득세 환급이 줄어드는 데 대해서는 "입이 열개라도 다른 설명을 못드리겠다"며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또 사실상 증세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증세는 새로운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올려야 한다"며 증세가 아니라고 부인했다.
조 수석은 또 세법개정안이 불쑥 튀어나온 게 아니라 박근혜 대통령이 비과세 감면 축소와 지하경제양성화를 통해서 공약 이행에 필요한 135조원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개정안에 대기업 비과세 감면이나 금융소득자 과세, 종교인 과세도 들어있다며 "근로소득자만을 대상으로 세법 개정을 한 것이 아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런 설명은 청와대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에서도 있었다. 전날 발표된 세법개정안이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을 탈탈 털겠다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확산되자 청와대와 기재부가 합동으로 조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의 발빠른 해명에는 세금을 더 내는 근로소득자들이 전체 근로자 1554만명 중 434만명에 불과하지만, 주로 중산층인 이들의 지지를 잃으면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세법개정안이 결국은 경제활성화와 고용률 70% 달성 등 경제 목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나 부자.대기업 증세없이 우선 손쉬운 유리지갑부터 털고보자는 것이어서 청와대와 정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처지일 수밖에 없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번에 발표된 세법개정안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여당인 새누리당조차 원안 그대로 통과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이날 당내 회의에서 "성실히 세금을 납부해온 유리지갑 중간 소득계층에게 부담이 지나치게 증가한다면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면서 "한꺼번에 과도한 세 부담이 증가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불경기와 세무조사 등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이 더 위축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는 점도 빠뜨리지 않았다.
민주당은 더욱 강경하다. 김한길 대표는 서울시청 앞 광장에 마련된 천막본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기업과 부유층은 그대로 나둔 채 월급쟁이의 유리지갑만 털겠다는 것"이라며 "법안이 이대로 통과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제동을 걸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배고픈 서민들의 등골을 빼서 배부른 재벌과 대기업의 배만 채워주는 등골브레이커형 세제개편"이라면서 "가렴주구식 세제개편안이며 중산층 서민살상용 세금폭탄"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세금폭탄 논란이 일 조짐을 보이자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 부의장은 "복지 수요 증대에 따라 세수증대가 필요한 시점에서 중산층도 십시일반 기여한다고 보는 게 맞지 세금폭탄이라고 과장하는 것은 굉장히 잘못된 비판이고 국민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