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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대의 증거조작 사건으로 국정원의 사과와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나왔지만, 민의의 전당인 국회는 진상규명 작업에 손을 놓고 있다. 새누리당이 '우선 검찰 수사를 지켜보자'며 소관 상임위 소집을 거부한 탓인데, 이를 두고 당 안팎에서 비판이 제기된다.
국정원을 담당하는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11일 "야당의 정보위 소집 요청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검찰을 소관기관으로 하는 법사위의 새누리당 간사 권성동 의원도 "의사일정을 협의 중인 것은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7일 법사위·정보위를 즉각 소집해 현안보고를 받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번 사건 관련 진상조사 특위 설치나 국정조사의 실시 요구도 분출하고 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사상 초유의, 외국 정부 공문서 위조이자 재판 증거 조작 사건"이라며 사안의 중대성을 강조했다.
민주당의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식적 입장은 "검찰이 신속하고 철저하게 수사를 진행하는 만큼, 정치권은 수사과정을 지켜보는 게 도리"(박대출 대변인)라는 것이다. ▲간첩사건과 증거조작 문제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 ▲남재준 국정원장의 거취도 수사결과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야당의 의도는 국회를 정쟁으로 몰려는 것이다 등의 논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금 남재준 국정원장을 국회에 불러들여봐야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답할 수 없다'는 답변밖에 들을 게 없다"(조원진 의원)는 논리적 근거도 제시된다.
하지만 최경환 원내대표의 남미 특사 파견 등 원내지도부의 부재 탓에 '수세'에 몰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내지도부가 결단이나 대야 타협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하면서 야당에 끌려가고 있다는 것이다.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 (자료사진 / 황진환기자)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이번처럼 중대 사안이면 원내에서 논의가 이뤄지고 입장이 정리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 악영향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당장의 '조속한 액션'을 바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당내 비주류는 이번 사안을 증거조작으로 인정하는 양상이다. 이는 남재준 국정원장의 사퇴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이재오 의원은 "증거 위조로 간첩을 만드는 시대는 이미 한참 지났다. 국정원장은 정치적으로 많은 문제를 야기했는데, 그때마다 당은 국정원 감싸기에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김용태 의원은 "검찰이 조작증거로 기소하게끔 (국정원이) 만든 것은 국정원의 존재 자체를 심각하게 묻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라며 자진 사퇴론을 폈다.
새누리당을 거쳐간 외부 인사들의 비판은 훨씬 신랄하다.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는 CBS와의 통화에서 "새누리당은 '잘못했다'고, '바로잡겠다'고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 우물우물 넘어가서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