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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역사, 기념비· 유물· 예술품으로 조명하다

책/학술

    독일 역사, 기념비· 유물· 예술품으로 조명하다

    신간 <독일사 산책>

     

    영국박물관장 닐 맥그리거는 저서 <독일사 산책="">에서 독일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는 박물관장답게 독일 민족이 남긴 훌륭한 유산(기념비, 유물, 예술품 등)을 소개하며 독일의 역사,문화, 정신을 설명한다. 풍부하게 등장하는 유물과 예술품 등의 사진 자료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흔히 독일 하면 히틀러와 유대인 학살을 자행했던 나라를 떠올린다. 혹은 무뚝뚝하고 딱딱한 독일 병정과 무서운 냉전시대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맥그리거는 "독일은 최근의 시리아 난민처럼 혹독한 난민 시절을 겪었고 합의를 통해 작은 나라들을 이끌어온 느슨한 연합체"라고 말하며 독일의 건물과 물건, 사람과 장소를 통해 유럽사의 중심에 서 있는 독일사를 풀어낸다.

    독일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유대인 학살이라는 역사상 가장 잔혹한 전쟁범죄를 저질러 역사의 법정에서 유죄를 선고받지 않았던가. 그런 독일이 불과 반세기 만에 물리적· 정신적 폐허를 딛고 일어나 경제 강국이자 정치 리더가 되어 유럽 공동체를 앞장서 이끌고 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을까? 영국박물관과 BBC는 이런 궁금증을 풀기 위해 독일은 어떤 나라이고 독일인의 정체성에는 어떤 힘이 숨어 있는지 추적하였다.

    이 책의 저자는 홀로코스트 추모비를 보며 그 실마리를 발견한다. "수도 한복판에 수치스러운 역사를 담아 기념비를 세우는 나라는 독일뿐이다."(본문 43쪽) 저명한 정치 평론가 미하엘 슈튀르머(Michael Sturmer)의 말처럼 "오랫동안 독일에서 역사의 목적은 그런 일이 절대 재발하지 않게 하는 것이었다." 궁극적으로 부끄러운 역사조차 분명히 밝히고 이를 단호히 질책하며 미래로 이끄는 자세가 두 번의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을 국제사회가 수용하고, 그들에게 큰 역할을 맡긴 배경이었던 것이다.

    독일을 이해하기 위해 독일사 산책을 나선 저자는 우선 독일의 기념비에 주목한다. 나폴레옹 전쟁으로 유럽 대륙이 혼란에 빠진 시기의 기록이 유럽 곳곳에 개선문으로 남아 있다. 독일이 세운 기념비 중에서 바이에른 주의 도시 뮌헨에 세운 기념비는 파리나 런던의 기념비와는 다르다. 뮌헨 개선문은 '바이에른의 군대에게'라는 문구를 새겨 나폴레옹 전쟁 당시 바이에른 군대가 보여준 희생과 그들이 이룬 성취를 기념하고 있지만, 사실 바이에른의 군대는 전쟁 기간 대부분을 오히려 프랑스 편에 서서 같은 독일 민족을 공격하였고,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 실패한 후에야 비로소 반(反)프랑스 진영에 가담하였다. 뮌헨 개선문에 담긴 승리에는 독일 민족에 대한 배신의 역사도 담겨 있는 셈이다.

    저자는 독일인 대부분이 공유하는 그들의 업적과 상처를 건물과 물건, 인물과 장소에서 세심하고 흥미롭게 읽어낸다. 그중 가장 오랜 물건은 15세기에 나온 구텐베르크 성경이다. 구텐베르크는 인쇄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 면죄부를 인쇄하여 충당하였고, 구텐베르크의 후배 인쇄공들은 60년 후 마르틴 루터가 면죄부를 비판하는 반박문을 인쇄하여 종교개혁에 불을 붙였다. 흥미로운 역사의 아이러니이다.

    독일사 산책의 대미를 장식하는 곳은 독일 연방의회 의사당이다. 연방의회 의사당은 독일의 현재와 미래를 대변하는 상징적인 공간이다. 1871년 비스마르크가 주도하여 통일을 이룬 독일제국의 의사당 건물로 화려하게 건축되었지만 황제와 비스마르크의 견제로 제 역할을 해보지도 못한 채 1차 세계대전의 소용돌이에 휘말렸고, 나치 정권 아래서는 방화로 훼손되었으며 2차 세계대전 때는 폭격으로 파괴되었다. 이후 동서 베를린 분단으로 방치되다시피 했다. 하지만 1990년 재통일 이후 새로운 독일의 연방의회로 다시 태어나 의회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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